한경비즈니스·글로벌 리서치 공동 선정

[SPECIAL REPORT] 2014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 FINANCIAL BEST CEO
여성 소비자가 선정한 올해 금융권 최고의 CEO는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는 전국의 19세 이상 여성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2014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를 선정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집계한 2013년 자산 총계를 기준으로 각 부문별 상위 10개사 대표가 대상이 됐다.

본래 한경비즈니스는 2010년부터 ‘베스트 금융 CEO’를 선정해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최고의 CEO들을 조명해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올해부터 영향력 있는 경제 주체로 떠오른 여성 소비자들의 선택을 반영한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 조사로 발전시켰다. 조사 결과 각 6개 부문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권선주 IBK기업은행 행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김석 삼성증권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각각 업계 1위를 차지했다.
[SPECIAL REPORT] 2014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 FINANCIAL BEST CEO
권선주 기업은행장 ‘어머니 리더십’ 돋보여
‘2014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에 선정된 주인공들은 모두 6명으로, 해당 업계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해 CEO의 자리에 올랐거나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쳐 금융 부문 수장을 맡게 된 케이스가 대다수다. 특히 이들은 남다른 전문성을 바탕으로 취임 후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저금리·저성장의 악재 속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SPECIAL REPORT] 2014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 FINANCIAL BEST CEO
먼저 금융지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34년 동안 은행에 몸담아 온 정통 뱅커로, 금융권에서는 일찌감치 ‘영업의 신’, ‘소통 경영의 달인’으로 불렸다.

대표적인 ‘영업통’ 출신답게 김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그룹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61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6% 증가했고 주가도 연일 오름세다.

김 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 집무실 문에 본인 이름의 영문 약자에 의미를 붙인 ‘조이투게더(Joy Together)’란 문패를 달고 은행장실을 활짝 개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평소 “CEO 스스로 머슴이 돼 직원을 상전처럼 섬겨야 한다”는 ‘머슴론’을 강조해 왔다.

김 회장의 당면 과제는 하나금융지주 지붕 아래 있는 두 은행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잘 보듬는 일이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잔여 지분 40%를 마저 인수하며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성공리에 편입한 김 회장은 최근 두 은행의 조기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통합을 3년 앞당기면 그 효과만 1조 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 부문 1위에 선정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국내 유일한 여성 행장이자 최초의 여성 행장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남성 중심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한 금융권에서 권 행장은 이른바 ‘어머니 리더십’으로 불리는 특유의 강단과 꼼꼼함으로 은행 내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여성의 강점인 소통을 무기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권 행장은 취임 첫 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IBK기업은행은 332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0% 정도 증가한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2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39% 늘어난 2926억 6100만원의 ‘깜짝’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출 성장과 순이자 이익 증가에 더해 권 행장 특유의 여성 리더십이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권 행장이 가장 주력하는 부문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 금융이다. 벌써 지식재산(IP) 사업화자금대출(특허담보대출)은 출시 2개월 만에 신청 금액이 올해 목표 설정액을 넘어섰다.

손해보험·생명보험·증권 부문은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 CEO들이 싹쓸이했다. 먼저 손해보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줄곧 자산운용을 담당한 ‘운용 전문가’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 ‘위기 관리’에 총력
안 사장 체제 하에 삼성화재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1~5월 누적기준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위에 올라 부동의 1위인 동부화재를 넘어섰다.
[SPECIAL REPORT] 2014 여성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금융 CEO, FINANCIAL BEST CEO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5월 온라인 자동차보험 수입 보험료가 708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웬만한 중소형 보험사의 온·오프라인 실적을 능가하는 수치다. 타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30~40대 직장인들의 가입률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부문 최고 자리에 오른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30여 년간 삼성물산에 몸담으며 수출 확대 등을 이끈 ‘해외통’이다. 올해 김 사장에게 맡겨진 미션은 자산 190조 원의 삼성생명을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여기는 중국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생명은 중국 내 합작 법인인 중항삼성인수보험의 지분 제휴로 중국은행을 경영에도 끌어들였다. 김 사장은 삼성생명을 2020년 자산 500조 원, 매출 100조 원의 글로벌 톱 15위 보험사(자산 기준)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증권 부문 1위의 영광은 김석 삼성증권 사장에게 돌아갔다. 김 사장은 유독 위기에 강하다. 1994년부터 삼성그룹에 몸담아 온 김 사장은 당시 구조조정본부에서 외환 위기 극복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삼성카드 정상화 및 삼성캐피탈 합병 등 굵직한 현안들을 무리 없이 처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사장은 최근 증권업 불황이 길어지자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임원 경비의 35% 삭감, 임원의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 부문 1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단순화 전략을 강조했다. 현대카드는 카드 혜택과 상품 구성이 간단한 상품을 내놓으며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카드의 챕터2 시리즈는 출시 10개월여 만인 올 5월까지 200만 장을 발급했고 월평균 고객 1인당 이용 금액이 업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 들어 현대카드는 ‘심플리케이션(단순하게 하기)’을 전사적인 프로젝트로 확대했다. 대표적인 예로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파워포인트(PPT) 금지령’을 내렸다. 금융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디자인을 강조해 온 회사지만 PPT를 디자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