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 공인 주부 전문가…사이버대학서 유아 교육까지

[주부, CEO가 되다] 매출 67억 중견 벤처 일군 ‘꿈꾸는 주부’
천선아
드림미즈 대표


그녀의 성공 비결
1.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2. 시행착오도 자산이 된다
3. 정부 기관, 협회 등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라


“7년간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주부나 육아에 관해선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한 여성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가 담긴 사이트를 구상했죠.”

여성 인터넷 창업의 1세대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천선아(47) 드림미즈 대표는 2000년 주부 전문 포털 사이트를 오픈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자타 공인 ‘주부 전문가’라는 생각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천 대표는 ‘꿈꾸는 주부’를 위한다는 다짐을 사명 ‘드림미즈’에 담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주부 대상 교육 사이트인 사이버주부대학(현 ‘미즈’)과 유아 교육 사이트인 쑥쑥(현 ‘쑥쑥닷컴’) 등을 연이어 오픈하며 비즈니스에 본격 입문했고 드림미즈는 지난 15년 동안 건실한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드림미즈는 직원 50명에 회원이 21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67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드림미즈의 대표 사이트 가운데 조기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쑥쑥닷컴’과 영어 외의 자녀 교육 사이트인 ‘맘스쿨’의 인기가 단연 최고다.


PC 통신서 콘텐츠로 월 1000만 원 거뜬
천 대표는 PC 통신 시절부터 유명세를 떨친 스타 주부 누리꾼 출신이다. 그가 PC 통신 커뮤니티를 평정한 사연은 흥미롭다.

전남대 철학과 석사를 졸업한 후 스물여덟 살에 결혼한 그는 평범한 주부로만 사는 일에 무료함을 느끼게 됐다. 서울로 올라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여성 월간지 등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육아·교육·재테크·창업 등 주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기사로 썼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계형 기자’였던 터라 운동화를 신고 열심히 현장을 누볐다. 다양한 ‘아줌마’ 취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천리안·나우누리 등 주요 PC 통신의 주부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해 ‘열성 회원’으로 활동했다.

천 대표는 “지금은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여성들은 사회에서 소외 계층의 하나였다”며 “인터넷 공간이 생기면서 여성들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주부들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PC 통신 IP 사업자(정보 제공 사업자)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웹 콘텐츠의 부족으로 PC 통신 업체들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받은 정보로 사이트를 채우곤 했다. 천 대표는 그때부터 PC 통신에 커뮤니티를 개설해 자신이 알고 있는 살림·육아 등의 전문 콘텐츠를 부지런히 올렸다. 당시 4대 통신사에 콘텐츠를 팔아 월 1000만 원 이상을 버는 누리꾼을 가리켜 ‘천사’라고 했는데, 천 대표가 바로 ‘대표 천사’였다.

이 과정에서 주부들의 마음을 알게 됐고 이들이 진짜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차렸다.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터넷에 주목했고 1년의 준비 기간 끝에 주부들을 위한 사이트를 만든 것이다. 그는 사이트에 주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결정적인 두 가지를 담아내기로 했다. 첫째는 자기 성장에 대한 고민, 둘째는 자녀 교육(성적)에 대한 고민이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PC 통신에서 유명한 스타 운영자였다고 하더라도 경영자로선 초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엔 정보기술(IT) 사업 태동기였던 터라 인재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주부, CEO가 되다] 매출 67억 중견 벤처 일군 ‘꿈꾸는 주부’
갈피를 잡지 못해 3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구해 낸 것은 영어 교육 콘텐츠를 내세운 ‘쑥쑥닷컴’이었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2000년 초반 국내 초등학교에 의사소통 능력 중심의 영어 교육이 도입되면서 유아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영어 전문 서점들이 있긴 했지만 찾아가기가 쉽지 않고 영어 교재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는데 쑥쑥닷컴을 통해 엄마들이 해외 출판사의 영어 그림책에 대해 후기를 상세히 남기고 활용법을 서로 공유하자 회원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쑥쑥닷컴에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공동 구매 참여를 원하는 출판사들이 몰려 큰 수익을 거두게 됐다.

쑥쑥닷컴의 성공은 영어 교재 판매 온라인 쇼핑몰인 쑥쑥몰의 인기로 이어져 흑자 경영을 가능하게 했다. 회사 매출이 70%가 쑥쑥닷컴에서 나올 정도다. 판매 수익이 주춤할 때를 대비해 여성가족부의 위민넷 등 여성 관련 공공기관이나 기업 사이트를 대행해 주는 B2B 사업도 전개하며 ‘고정 수익원 확보’에도 주력했다.

최근 천 대표는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수익 모델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영향으로 세상이 달라졌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드림미즈의 사업 모델과 비전도 달라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어 교육 교재 또한 전자책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옮겨갔고 2009년 137억 원까지 성장했던 회사의 매출도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천 대표는 2010년부터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모바일용으로 개발해 오는 9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천 대표는 주부 창업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까. 그는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육아나 자녀 교육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거나 중장비·로봇·환경 분야 등 주부 창업자들의 아이템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며 “창업은 연령이나 자격 제한이 없어 취업보다 오히려 더 쉬울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자신 또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웹에 대해선 사실상 무지했고 기업 경영, 재무 관리에 대해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육아부터 중장비까지, 창업 아이템 다양해
천 대표는 “시행착오도 결국 회사의 자산이 된다”며 드림미즈의 인트라넷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산업의 특성상 직원의 이직이나 퇴사가 잦았고 업무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자 10년 전부터 인트라넷 구축에 힘을 쏟은 것이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의 현황을 파악하고 매출·인사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가능해져 이젠 다른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드림미즈의 인트라넷을 부러워할 정도가 됐다. 천 대표는 향후 다른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인트라넷을 상품화할 계획도 세웠다.

천 대표는 정부 지원 기관과 한국여성벤처협회 등에서 실시하는 창업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라고도 덧붙였다. “혼자 꿈꾸고 혼자 계획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함께 시작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