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 뒤지며 공부하다 창업…수유복·전용 쿠션 등 300여 종 개발

[주부, CEO가 되다] 모유 수유 설움서 사업 아이디어
최소라
바비즈코리아 대표

그녀의 성공 비결
1. 생활 속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을 것
2. 공부하고 또 공부해 스스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
3. 육아와 사업과의 균형을 위해 조력자를 찾을 것


“첫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는데, 계속 실패했어요. 아이가 거부한다고 생각하니 상실감을 넘어 우울증까지 찾아왔죠. 방법을 제대로 알기 위해 공부하게 됐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소라(45) 바비즈코리아 대표는 두아이의 엄마이면서 매출 60억 원을 올리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한때 환경 단체 간사로 활동했었지만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모유 수유를 시작하면서 진지한 고민에 맞닥뜨렸다.

“당시만 해도 모유 수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 있었어요. 다이옥신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고 밖에 나가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을 미개한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내가 소젖보다 못한 것인가’ 오기가 발동했죠.”

국내 서적을 찾아봤지만 소아과 책에 고작 5줄 설명이 전부였다. 그는 선진국 교육 사례를 찾아보고 국제 모유 수유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면서 전문가가 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업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식이 쌓이자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졌다. 산후조리원과 병원 등에 강좌를 열었다.

“산모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서 실질적인 고민을 듣게 됐죠. 저 또한 두 아이를 모유 수유할 때 자세 때문에 엄청 고생했는데, 많은 이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어요. 그래서 모유 수유를 편안히 하도록 돕는 도구들은 없을까 생각하게 됐죠. 알아보니 해외에는 이미 여러 도구들이 있는데, 국내에는 없더라고요.”


산모 팔목 보호대, 허리띠 국내 최초 개발
모유 수유는 한 번에 30분 정도 소요된다. 하루 8~12번 정도 수유하면 하루에 평균 5시간 정도 아이를 안아야 하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많은 산모들이 이 때문에 손목 관절 통증을 호소하곤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할 때 착용하는 손목 보호대를 산모용으로 만드는 게 최 대표의 첫째 아이디어였다.

“산모들은 부종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몸과 달라요. 너무 많이 조이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죠. 그래서 부드럽게 손목을 감싸는 산모 전용 손목 보호대를 개발했어요. 처음 산후조리원과 병원에 제안했을 때 엄청난 반응을 보였죠.”

2006년 처음 상품을 개발해 지금까지 바비즈코리아를 이끄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만약 이 한 가지 상품에서 멈췄다면 지금의 60억 원 매출은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최 대표는 첫째 아이템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하며 산모들의 열렬한 선택을 받았다.

최고 히트 상품은 허리 쿠션이다. 모유 수유를 할 때 아이를 바른 자세로 안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하는 허리 받침대를 고안해 낸 것이다. 최 대표가 모유 수유를 할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하자 그의 어머니가 쿠션 세 개를 팔 밑에 받쳐 준 기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상품화했다.

“해외에 있는 상품들을 분석하고 장단점을 반영해 디자인하기 시작했어요. 디자인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 기능적 디자인은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할 수 있었어요. 처음 시제품은 스펀지에 초크로 그려 칼로 잘라 직접 허리에 차 보고 동네 수선집에서 요청해 만들었죠. 스무 개 정도 시제품을 만들면서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을 때 공장에 의뢰해 200개를 처음 제작해 봉고차에 싣고 나왔어요.”

현재도 이 허리 쿠션(13만 원)은 연간 3만 개 정도 판매된다. 8000원짜리 손목 보호대는 20만 개씩 불티나게 팔린다. 산후조리원과 병원에 상품을 비치해 산모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한 이후 온라인 몰, 백화점, 직영 매장 등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편 결과다.

또 하나 인기 상품은 수유복이다. 집 밖에서 수유할 때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 또한 최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주부, CEO가 되다] 모유 수유 설움서 사업 아이디어
프라이버시 보호하는 수유복 인기
“제가 모유 수유를 할 때 정말 힘들었던 게 이 부분이었어요. 저는 안에 티셔츠를 입고 겉에 남방을 입어 수유할 때 최대한 가려 보려고 했는데 면 티셔츠가 자꾸 흘러내려 턱으로 붙잡으면서 힘들게 젖을 먹였던 기억이 있어요. 이 경험에 착안해 디자인했죠.”

팔소매 부분을 어깨 위로 살짝 들어 올리면 안쪽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절개한 속옷이 나온다.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 소매를 다시 내리면 최대한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설명이다.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겉에서 볼 때는 전혀 수유복 같지 않아 인기가 높다. 인터뷰 당시 최 대표는 이 수유복을 입고 사진 촬영에 임했다. 최 대표에게 남다른 뭔가가 있었던 걸까.

“제가 잘 모르는 분야였다면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가장 큰 어려움은 제가 디자인한 것들을 누군가가 카피하는 일이었는데,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바비즈만의 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극복했어요.”

최 대표는 보다 자유롭게 산모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교육도 하는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올해 3월 논현동에 직매장을 오픈했다. 1층은 바비즈코리아에서 만든 300여 종의 상품을 진열하고 2층은 문화센터 및 산모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엄마 아빠들이 모여 편안하게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어요. 조용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소모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죠. 한쪽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공간도 구상했어요. 결국은 엄마와 아이, 아빠를 비롯한 가족 모두의 행복이 중요한 건데 그런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2006년 상품 개발 첫해 매출 6억 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두 배씩 성장한 바비즈코리아는 현재 육아 토털 브랜드가 됐다. 모유 수유 및 육아 용품을 중심으로 점차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건강한 모유를 위한 건강 먹을거리의 일환으로 민들레차를 선보이고 모유 수유로 거칠어진 피부를 회복하기 위한 스파 브랜드를 론칭하는 식이다. 처음엔 최 대표 혼자 했던 일이지만 사업이 커지면서 현재는 직원만 30여 명을 두고 있다. 그 직원 중에는 남편도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남편은 사표를 내고 아내의 가장 큰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질문들을 해결하는 과정이었어요. 이것은 왜 없을까. 이것을 갖고 싶다. 이런 단순한 생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 거기서 모든 것이 출발한 것 같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