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택시 업계도 경쟁력 키우기 나서야

[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낡은 아날로그 제도가 디지털 혁신 발목”
좌담 패널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조산구 코자자 대표


서울시는 지난 7월 “우버 택시 영업이 불법이고 앞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버 서비스가 진출한 국가와 도시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학계·업계·법조계를 대표하는 3인이 우버 서비스를 비롯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언론 칼럼 등을 통해 “우버는 창조적 파괴”라는 입장을 밝히며 우버 옹호론을 펴고 있다. 김승열 변호사 역시 언론 칼럼을 통해 우버 논란을 법리적으로 해석해 온 대표적 법조인이다. 조산구 대표는 LG유플러스 임원 출신으로, ‘한국의 에어비앤비’를 표방하는 하우스 셰어 기업 ‘코자자’의 최고경영자(CEO)다.


최근 우버 논란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정호 교수(이하 김 교수) 정부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우버를 택시 영업이라고 보면 불법이고 렌터카로 보면 렌터카 영업이 될 것이다. 아예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논란의 여지는 줄어든다. 만약 불법이라면 불법이 되지 않게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조산구 대표(이하 조 대표) 원론적으로 교수님 말씀에 공감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공유경제는 일반 시민들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것을 말한다. 이전의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시민을 위해 흐르는 경제와 기업의 가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법리적으로는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문제는 법의 존재 의의다. 법을 만든 사람들을 뽑는 것도 시민이고 법의 혜택을 받는 것도 시민이다. 다만 혁신에 따른 희생자들을 구제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김승열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 아날로그 시대의 법 제도 하에서 디지털 혁신의 애플리케이션(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우버를 정보 제공 앱으로 보면 합법이다. 하지만 여객 운송 알선으로 보면 불법이고 이를 중개한 것은 공범의 개념에 속한다. 현재의 법으로 판단하면 불법으로 볼 여지도 있는 것이다.
[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낡은 아날로그 제도가 디지털 혁신 발목”
제도가 기술 혁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 변호사 형식적인 법 논리를 적용할 것이냐, 실질적인 서비스로 볼 것이냐가 세계적인 이슈다. 미국의 인터넷TV 스타트업 기업인 ‘에어리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방 법원은 에어리오가 공중파에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판사 9명 중 3명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우버 앱도 비슷하다. 정보 제공업으로 보면 위법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한 것이라고 보면 위법이다. 최종 판단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갈릴 것이다. 벨기에는 불법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고 뉴욕은 가격 부분을 법무성과 함께 컨트롤하기로 합의했다.

김 교수 (택시 운전사)면허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행된 제도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우버도 책임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통제장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가격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당사자들끼리 그야말로 합의에 따라 선택하는 시스템이 바로 우버다. 통제를 원하는 사람은 기존 택시를 이용하면 되고 자유롭게 승객과 합의하는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은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김 변호사 물론 그런 식의 차별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우버 서비스는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과연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지가 논란이다. 장기적으로는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게 맞지만 현재는 감독 당국과 업체가 협의해 나가야 할 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조 대표 우버는 기본적으로 P2P 서비스다. 그렇다고 승객 안전을 담보하는 보험 이슈 같은 것을 피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반드시 기존 제도 안에서 규제화하는 것은 반대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서비스는 결국 존재할 수 없게 돼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인 에어비앤비도 실제 호텔보다 훨씬 안전하다. 우버도 그동안 문제가 생겼을 때 전혀 잡음 없이 해결해 왔다. 충분히 피해자 보상에 나설 수 있는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기존의 보험 제도로는 공유경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게 직접 사업을 해 본 결론이다.

김 변호사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 우버는 현재 자산 가치가 18조 원으로, 최근 창업한 스타트업 중 글로벌 1위다. 그렇다고 규제 당국이 제도적 안정성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하는 게 맞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도 점검해야 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혁신 기술이라고 인정받은 사례 중에서 아날로그적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프리라이더 사례도 있다. 우버도 차량 정비나 승객 안전 등에선 책임이 없는 구조다.
[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낡은 아날로그 제도가 디지털 혁신 발목”
바로 승객 안전이 불법 논란의 핵심인데….
조 대표 우버는 페이스북 이후 시장 공개 전 기업 가치 1위다. 펀딩도 1위다. 그런데 빌리언클럽 스타트업 11개 중 기업공개(IPO)가 된 3개사가 공유경제 기업이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나. 바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한 기업이란 뜻이다. 우버도 이를 기회로 삼아 성공한 기업이다. 우버 측에서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는 건 법리적인 논란을 피해 가려는 의도라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대규모 펀딩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같다.

김 변호사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의 성공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다. 제도적으로도 수용해야 하는 것도 맞다. 개인적으로 기존 택시 산업은 골리앗,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우버는 다윗이라고 본다. 디지털 시대의 다윗은 아날로그 시대의 골리앗에게 백전백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비자의 실질적 피해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인 만큼 소비자 친화적인 혁신 기술은 당연히 제도권으로 수용하되 다만 공익에 반하는 요소는 점검해야 한다.

김 교수 한국에서 제일 현실적인 문제는 택시운송사업자조합과 노조의 반발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택시 운전사들에게도 이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란과 반발을 극복하려면 서울시장이나 국회의원 같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방어해 줘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새누리당은 우버 승객에게까지 벌금을 1000만 원 이하로 물리는 법안을 내놓았다. 승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얘기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기존 택시는 위험 요소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반면 우버는 국제적인 글로벌 기업이 보증하는 서비스다. 오히려 범죄 요소가 끼어들 가능성이 작은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태국에 간다면 우버 택시를 이용할 것 같다. 맥도날드와 똑같다. 외국에 나가 뭘 먹을지 불안할 때 맥도날드에 가는 것처럼, 택시 타기가 불안할 때 글로벌하게 안전이 보증된 우버를 이용하지 않겠나.

조 대표 우버는 옛날 잣대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24시간 정보가 넘쳐난다. 예전엔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호텔에 묵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만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에 외국 사업자, 즉 글로벌 플레이어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로컬에 메이저 플레이어가 있다면 우버와 비슷한 신뢰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버가 한국의 법체계를 소홀히 한 것인가.
김 변호사 흔히 스타트업 기업들을 보면 해당 지역의 법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곳이 많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 그들의 생리다. 지역 법, 즉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로컬 로(local law)에선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닌가 싶다.

조 대표 구글은 온라인 기반 플랫폼이다. 하지만 우버는 실질적으로 오프라인 경제다. 지역 법률에 저항이 있는 이유다. 우버가 그동안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한국에서 놓친 것은 정서적인 대응이 아닌가 싶다. 감정을 자극해선 안 된다.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백전백승은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것이다. 비싼 요금에도 여러 사람이 모이고 앱상에서 더치페이도 가능하다. 이런 우버의 기술력을 보고 ‘테크놀로지가 아닌 사이언티픽 기업’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택시 회사도 이런 혁신 기술을 받아들여 오히려 전체 파이를 커지게 해야 한다. 점유율 자체는 작아져도 파이가 커져 절대적인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낡은 아날로그 제도가 디지털 혁신 발목”
기존 택시 업체와의 병존은 어려운가.
조 대표 우버에 한한다면 공유경제의 핵심은 누구든지 택시 운전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운전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냉철히 봐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은 기존 택시 운전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면허는 공짜가 아니다. 그러니 사회적 보상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나 직업군의 탄생 차원에서 보면 기존 경제의 비효율이 사라지면서 전체 시장의 크기는 오히려 커지는 것이다. 크게 봐야 한다.

교수 우버 같은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면 기존 택시 업체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현재로선 택시 회사 스스로 서비스를 향상시키게 할 인센티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차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지, 운전사가 친절한지는 차를 타 봐야만 알 수 있다. 해결책 중 하나는 브랜드 택시다. 일본의 MK택시가 좋은 사례다. 택시 사업자들이 그들만의 가치로 우버와 경쟁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우버를 고소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공유경제 모델이 각광받는 배경은 무엇인가.
조 대표 먼저 공유경제는 무엇이고 장점은 뭐고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버 얘기를 하기 전에 공유경제가 무엇이고 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지, 어떤 이익이 있고 왜 창조 경제의 진수인지 얘기하고 공유해야 하는 게 먼저다.

김 변호사 공유경제라는 큰 방향은 맞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당장은 법 제도 하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흔히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 우버만 해도 규제 당국의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우버 앱을 통한 정보 제공자로만 보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에선 실제로 운전사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 우버의 직원으로 고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회원에서 탈퇴시키는 방법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면 면허 없이 과실만 가져간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김 교수 결국 공유경제 확산의 관건은 기득권과의 마찰이다. 우버만 놓고 보면 택시 회사들과의 마찰보다 오히려 운전사들과의 마찰이 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의 마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버를 통해 택시 회사가 손해 볼 수는 있지만 운전사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기회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조 대표 우버를 비롯한 혁신적인 시스템들은 거의 대부분이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 알고리즘의 기본은 신뢰이고 신뢰의 근간은 좋은 택시, 좋은 운전사다. 지금의 제도로는 그게 구분이 안 된다.

김 변호사 현실적인 법 테두리 안에선 택시 면허도 없이 이용되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사실 혁명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소셜 커머스를 보자. 대형 마트를 소셜로 구현한 게 소셜 커머스 아닌가. 둘이 싸우면 소셜 커머스가 이길 수밖에 없다. 공생을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옥석을 가리고 문제가 있으면 규제해야 한다. 기존 질서와 형평에 맞게 조화를 맞춰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에어리오 서비스란
2012년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리오(Aereo)는 일종의 인터넷 TV 스트리밍 서비스다. 지상파 방송의 신호를 자사의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한 후 가입자들에게 방송을 송신하는 방식이다. 에어리오는 가입자들에게 소형 안테나를 임대하고 가입자는 이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만 골라 시청할 수 있다. 문제는 에어리오가 다른 유료 방송과 달리 지상파에 재전송료를 지불하지 않는 데서 촉발됐다. 개인이 안테나를 설치해 지상파의 신호를 받는 것은 무료라는 미국의 현행법을 이용한 것. ABC·CBS·NBC 등 대형 지상파 방송사들은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연방 법원의 1·2심에선 에어리오가 승소했지만 결국 지난 4월 22일 연방대법원이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