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충전소 제주도 빼면 빈약…배터리 기술 등 강점 살려야

기획 연재 제 2 자동차 혁명의 최전선, 세계 ‘전기차 도시(EV City)’를 가다 ⑧
[SPECIAL REPORT] “차량 공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 함께 가야”
쟁쟁한 글로벌 메이커들이 전기차 제조·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꿀 전기차 시장 확대는 분명 한국에도 기회다. 전기차 산업 발전을 꾀하는 자리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현재 세계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는 등 전기차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손영욱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그린카 프로그램 디렉터(PD)는 정부의 그린카 연구·개발(R&D)과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박재건 부사장이 있는 아이티엔지니어링은 중소기업 컨소시엄을 통해 전기차 제조에 직접 뛰어든 중견기업이다.


좌담 패널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부총장
손영욱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그린카 프로그램 디렉터(PD)
박재건 아이티엔지니어링 부사장



사회: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박재건 부사장(이하 박 부사장) 사실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가 기술 레벨이 더 낮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의 기술 장벽은 엔진과 오토 트랜스미션 등이었는데,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모터와 감속기로 대체됐다. 전기차의 이런 기본 메커니즘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방된 테크놀로지다. 그만큼 차를 만들기가 쉽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동안 보급되지 못했던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깬 것이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의 성공에 자극 받아 전기차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사실 테슬라도 기술적 수준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원래 양산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 테슬라는 비싼 차를 더 비싸게 팔려고 고민하다가 성공한 케이스다.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하다. 기술 자체로는 중국에서 카피할 정도의 수준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독창적이었다.

손영욱 PD(이후 손 PD) 최근 전기차 시장 확대의 이면에는 환경 규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배기가스 규제를 자동차 기술 속도에 맞추는 게 아니다. 업계로선 규제를 따라가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크레디트 제도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판매할 때마다 일정량의 크레디트가 발생하는데, 가령 닛산의 리프를 1대 팔면 20대 정도의 일반 차량 판매권이 확보되는 식이다. 업계에선 당장 전기차로 손해를 보더라도 크레디트를 확보하기 위해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대차도 2018년부터 이 규제를 적용 받는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시장 성장의 배경이다. 엔진을 만들 수 없는 완성차 업체는 이제까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는 모터와 배터리가 핵심이다. 자동차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신생 기업도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슬라의 모델 S가 대표적이다.


환경·에너지 규제가 전기차 시장 낳았다
[SPECIAL REPORT] “차량 공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 함께 가야”
선우명호 교수(이후 선우 교수)
손 PD 말씀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존 업체들이 전기차를 만들고 싶어 사업을 하고 만들기 싫어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무조건 해야 하는 필수 사업이 된 것이다. 바로 환경 규제 때문이다. 미국의 ‘제로 이미션 비히클(Zero Emission Vehicle)’ 정책, 예를 들어 크레디트 제도가 좋은 예다. 시장에서 영업을 하려면 규제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기 규제가 더 심하다. 현대차가 유럽에 50만 대를 팔고 있는데, 현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130g에 맞춰야만 한다. 2.4리터 세타엔진을 장착한 쏘나타가 km당 190g을 배출한다. 60g 오버되는 셈인데, 맞추지 못하면 g당 5유로의 페널티가 적용된다. 누진제여서 최고 대당 200만 원의 벌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차 무게를 1톤 이하로 줄이든가, 엔진 사이즈를 반으로 줄이되 출력은 유지하는 식이다.

생각해 보라. 규제에 맞춘다고 성능이 떨어져 뒤에서 밀어야 하는 차를 누가 사겠나.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 다운사이징에 나서는 이유다. 그런데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다.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전체 내연기관 배기량의 평균이 떨어진다. 6년 후에는 기준이 95g까지 내려간다. 전기차가 없으면 도저히 맞추기 어려운 기준이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비즈니스에 다 뛰어든다는 건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넘어 이미 생존의 차원이란 뜻이다.


사회: 한국의 전기차 기술력은 어느 수준인가.
박 부사장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 기술은 진입 장벽이 낮다. 세계 각국에 여러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기술 수준에 큰 차이는 없다.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이 자동차 산업을 엄청 키우고 싶어 했지만 그동안은 제대로 만들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술 장벽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기술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본다. 단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다. 전기차 자체로 돈을 벌어야 시장도 커질 수 있다. 테슬라는 차량 판매 수익 외에 크레디트 판매로도 큰 수익을 얻는다. 전기차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에너지 저장 기술, 즉 배터리 기술이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싸움이다.

[SPECIAL REPORT] “차량 공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 함께 가야”
손 PD
기술 수준은 거의 동등하다는 게 맞다. 다만 부품 국산화 등은 과제다. 인버터의 가격이 100만 원이면 핵심 부품인 전력 반도체가 50만 원, 즉 절반이다. 하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 시판되는 전기차 5종류 중 쏘울 EV의 보증 기간이 10년에 16만km다. 닛산의 리프보다 낫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완충 수준이 70%까지 떨어지면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데, 배터리 기술만큼은 한국이 최고다. 성능을 따지는 기준인 제로백도 국산 차량이 11.3초까지 나오는데, 이것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모터나 인버터 등도 거의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기술 수준은 이미 평준화됐다
선우 교수 먼저 외국 유명 기업들에 비해 한국이 전기차를 잘 만드느냐고 물어보라.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닛산(리프)·GM(볼트)·테슬라(모델 S) 등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디자인했다. 기존에 선보였던 내연기관 모델을 개조한 게 아니다. BMW의 i3는 배터리 무게만 쌀 3가마니 정도다. 무게 배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인데, 그래서 아예 새로운 플랫폼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세계 전기차 대회를 가보니 전 세계에 전기차 제조사가 2000개가 넘더라. 그런데 역시 기존 완성차 업체의 수준이 제일 높았다. 폭스바겐·GM·BMW·닛산 같은 기업들이다. ‘전기차 역시 기존 강자들이 시장을 잠식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테슬라는 전혀 다른 예다. 다른 전기차 용량의 3배 이상이다. 고가에 판매하는 이유다. 1억 원 중 배터리 가격만 절반에 해당한다. 이를 일반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국도 전망은 밝다. 일단 현대·기아차의 설계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 가장 중요한 배터리도,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 세계 10개사 중 한국 기업이 3곳이고 실력도 톱이다.

[SPECIAL REPORT] “차량 공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 함께 가야”
박 부사장
예전엔 모두 브라운관 TV였다. 중소기업은 만들지 못했다. 지금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만 따로 공급받아 용산에서도 TV를 만든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돈 버는 건 LCD 업체와 반도체 소자 업체다. 전기차도 비슷하다. 사실 대기업 등 기존 플레이어들은 시장의 변화를 두려워한다. 완성차 업체가 제일 무서워하는 이들이 배터리 생산 업체라는 얘기도 있다. 이미 LG는 배터리·센서에 이어 자동차 설계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완성차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핵심 부품을 파는 게 더 큰 이익을 보는 것이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도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졌다. 한 가지 모델을 1만 대만 팔아도 시장 가능성이 충분해진 것이다.

선우 교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자동차는 가전제품이 아니다. 전 세계 어디든 세 가지 규제를 맞춰야만 한다. ‘환경·에너지·안전’이다. 1년에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만 130만 명에, 부상자는 5000만 명이나 된다. 아무나 만들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TV 판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자동차는 일단 10년은 보증 해줘야 한다. 제조 노하우란 게 간단한 게임이 아니다. 3000만 원으로 내 차를 사려는데, 어떤 차를 탈 것이냐를 생각해 보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손 PD 자동차 기술 중 진입 장벽이 높은 게 특히 소재다. i3를 타 보니 내부 디자인·소음·진동 등에서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사실 더 놀라운 건 차량 무게다.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면 무게가 200kg 정도 늘어난다. 그런데 i3는 오히려 100kg을 줄였다. 차체 전체를 탄소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판매가가 6900만 원에 이르는 이유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공존할 것
사회: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보나.

선우 교수 앞으로 205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이 전체의 80%는 유지한다고 본다. 친환경이 나머지 20%를 차지할 것이다. 일단 수송 수단이라는 것은 원하는 때에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 가다가 서서 몇 시간씩 충전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똑같은 부피에서 화석연료의 에너지 밀도를 전기가 따라올 수는 없다. 전기 배터리의 3배 이상이다. 다 쓰면 어떤가. 3분이면 완충(주유)된다. 몇 시간 충전과는 경쟁 자체가 안 된다.

박 부사장 에너지 저장 장치는 여전히 전기차의 딜레마다. 배터리 집적도가 지금의 4배 정도가 되면 400~500km까지 완충 주행거리가 늘어날 것이다. 업계에선 시간이 문제이지 가능하다고 본다. 컨설팅 기관의 예측을 보면 2020년에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의 3% 미만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술 발전으로 증가율이 2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은 2020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5%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손 PD 내연기관 차량이 절대 사라질 수는 없다. 전기차 못지않게 기술 진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 디젤차가 좋은 예다. 올해만 해도 현대차가 보쉬와 함께 가솔린 효율을 30% 향상시켰다. 구체적인 그린카 시장의 판세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작년 10월 유럽공동집행회가 개최한 국제 회의에서 패널 토의가 열렸는데 BMW·GM 등 유럽과 미국은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 힘을 실었다. 현실은 어떨까. 모든 기업들이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에 모두 뛰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예측 불가다. 멀티 옵션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박 부사장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한 전기차의 환산 연비는 리터당 50~60km 정도다. 미국에선 아예 이를 공인해 준다. 독일은 클린 디젤차로 20km 넘게 올라왔다. 만약 리터당 40km까지 가능한 엔진이 나온다면 어떨까. 그땐 엔진, 즉 내연기관 차량에 오히려 더 메리트가 있을 것이다. 2020년까지는 전기차 기술의 완성기가 아니라 상업적 검증의 시기라고 본다. 3%까지 간 이후부터는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사회: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이라고 보나.
박 부사장 느닷없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다고 안전·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있겠나. 특히 차체 플랫폼 개발은 아직 따라가기 힘든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가 아닌 LG나 아이티엔지니어링 같은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모터와 배터리만 해결하면 얼마든지 전기차 제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과연 중소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소량 다품종 시스템이라면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위 전기차 전문 업체가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 테슬라가 좋은 예다.

손 PD 현재로선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보자면 기존의 수직 구조가 수평으로 바뀔 것인가의 문제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린카의 경우 기존 자동차 관련 기업들 중 40~50%가 업종 전환에 나서야 한다. 뉴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존 완성차 업체가 가만히 있겠나. 지금과 같이 수직 계열화에 나설 것이다. 몇몇 튼튼한 중견기업을 제외하곤 자동차 기업은 열악한 곳이 훨씬 많다. 그런 업체들이 자력으로 업종 전환에 나서기는 힘들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절실한 시기다. 그런데 예산은 계속 깎이고 있다. 3~4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지금처럼 대기업 위주로만 간다면 산업 생태계 활성화는 결국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배터리 기술력 독보적이다
박 부사장
현장에선 전기차 관련 연구·개발(R&D)이 갑자기 절벽을 맞았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명박 정권 때는 엄청난 붐이 일면서 연구비가 집중적으로 지원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면 원인을 찾아 지원 방법을 바꾼다든지 해야 하는데, ‘안 되는구나’ 하고 아예 끊어버렸다. 그 사이에 테슬라 같은 성공 모델 튀어 나온 것이다. 지속적인 R&D 시점을 놓친 측면이 있다.

선우 교수 어찌됐든 지금의 산업 구도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2020년 이후의 내연기관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 될 것이다. LG화학도 차량용 베터리의 70%를 내연기관에 판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내연기관 차량에도 소규모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고효율의 내연기관 산업도 성장할 것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엔진으로 말이다.


사회: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배경은 뭔가.
박 부사장 전기차를 떠나 배터리 비즈니스 자체가 커졌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라. 기존 산업의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라는 말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한국과 일본의 싸움이 될 것이다. 과거엔 일본이 정보기술(IT) 기기에서 앞서가며 배터리 시장을 장악했지만 지금은 반대다. 특히 스마트폰의 위력이 거셌다.

선우 교수 새로운 재료, 바로 리튬이온의 등장이 컸다. 예전에는 니켈수소 전지였다. 재료가 바뀌면서 게임 플랜도 바뀌었다. 우리는 예전부터 리튬이온에 굉장히 많이 투자했다. 이차전지의 메인 클라이언트는 가전인데, 거기서 써 주면서 퀄리티가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왜 1등을 못하나. 한국과 만드는 방법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스택&폴딩(stack & folding:쌓고 접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획기적인 발상이다. 일본은 원통형으로, 우리와는 아예 콘셉트가 다르다.

배터리는 똑같은 부피에서 성능 차이의 싸움이다. 150km를 달리려면 배터리 무게가 200kg은 돼야 한다. 에너지 밀도 싸움에서 이미 우리가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2018년까지 출시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전기차 모델에 이미 수주를 받아 놓은 상태다.


사회: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박 부사장 인프라다. 차량 공급과 인프라 보급이 같이 가지 못하면 시장 확대는 힘들어진다. 현재로선 전기차나 충전 인프라나 모두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민간에서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럴 때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전기차 구매자들에게도 세금 감면, 구매 보조금 지급 같은 이익을 줘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손 PD 충전 인프라는 닭과 달걀의 문제다. 충전 사업자가 왜 없냐. 전기차가 없어서다. 그럼 전기차는 왜 없나. 충전 인프라가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 차원에서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민간이 수익성을 따져 사업에 뛰어들기는 힘들다. 우선 충전 인프라가 해결돼야 한다.

선우 교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충전 인프라다. 유럽에 3만 개. 미국에는 1만8000 개가 있고 일본도 6000개가 넘는다.

한국은 2000개에 불과한데, 그중 정부가 투자한 곳은 500개도 안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나마 정부 투자의 90%가 제주도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제주도를 빼고는 전국에 정부가 투자한 충전 인프라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충전 인프라 사업을 개인이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현재 한국전력이 충전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둘째는 배터리 기술이다. 지금보다 에너지 효율이 2배는 늘어야 하고 가격도 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갖춘다. 마지막은 판매 가격 인하다. 전기차는 일단 비싸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 보조가 필수다. 중국은 중앙·지방정부가 합쳐서 2000만 원을 보조해 준다. 제주도도 1500만 원 수준이다. 어차피 국민 세금인데, 수백 수천 명을 위해 왜 내 세금을 쓰느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맞다.


글 장진원 jjw@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