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일수록 사고의 유연성 중요…뇌 3층 구조가 균형 갖춰야

[COVER STORY_뇌과학과 리더십] CEO의 의사 결정, 뇌 상태가 좌우한다
리더의 자리에 오를수록 가장 크게 변화하는 두뇌 환경은 무엇일까. 뇌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외부로부터 입력받아 처리하고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 기관’이다. 뇌로 들어가는 정보의 입력이 다양하고 많을수록 처리 기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입력되는 정보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정보가 적체돼 처리에 상당한 시간과 혼란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뇌 속에 쌓인 정보 중에 적합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판단 능력도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이 인간 뇌 속의 ‘정보처리’의 과정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가까이 갈수록 그 자리에 서게 될 때 맞닥뜨리는 큰 변화는 ‘의사 결정’의 범주와 선택의 빈도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즉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 출력 기능을 자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좋은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른다’일 수밖에 없다. 경영에 전문가도 아니고 수많은 데이터가 좋은 선택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주변 상황과 시대적 흐름 등 고려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는 답할 수 있다. ‘좋은 의사 결정은 좋은 뇌 상태일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 결정 전에 감정 상태 먼저 살펴라
우선 인간의 뇌 구조를 간단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지구상 가장 발달되고 복잡한 뇌 기능과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보면 3층 구조로 돼 있다. 가장 안쪽에 1층에 자리하는 생명 기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뇌간, 그 바깥쪽 2층이 감정 작용을 하는 대뇌변연계, 가장 바깥쪽인 3층이 이성과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로 구성된다. 발달 순서에 따라 2층, 3층을 구피질·신피질이라고도 부른다.

각 층들은 당연히 모두 연결돼 있어 서로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래층 공사가 잘돼야 상층의 고차원적 기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생명 기능을 관장하는 1층의 뇌 상태가 부실하면, 즉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 상층의 감정과 이성적 기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 보통 몸이 건강하면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그 반대라면 쉽게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감정과 이성적 사고 간의 관계성이다. 보통 CEO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며 감정의 기복과 개입 없이 객관적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적 뇌 석학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는 인간 정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사 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보다 정서적 기억과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뇌 3층 구조의 균형적 발달에 기초한 좋은 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정보 편향적 뇌 상태를 의심하라
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뇌는 변화한다’라는 메커니즘이 의미하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존재다. 저명 칼럼니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소개돼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도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것일 만큼 인간 뇌의 신경망의 커다란 장점은 엄청난 훈련과 경험을 가지면 매우 능숙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반복적 입력이 들어가면 빠르게 숙련된 학습의 뇌 구조를 갖는 특징을 가지는 셈이다. CEO들은 보통의 경우보다 그 입력의 다양성과 반복성, 양질의 데이터 면에서 엄청난 훈련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인간 두뇌의 특성이 존재한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기술의 습득과 강화에는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생각·사고·감정의 유연함 등이 연관된 ‘의식’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패턴의 강화는 ‘고착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사상·철학·사고의 확장 측면에서는 신경망의 강화가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 즉 하나의 ‘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 저 사람은 너무 경직돼 있어’, ‘사고가 편향적이야’라는 표현과도 맥락이 유사하다. 살아가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덜해지는 것이 단순히 느려지는 뇌 발달 속도와 노화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행동과 발달 과정에서 의식이란 부분이 얼마나 크고 넓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EO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뇌 속에 입력되는 엄청난 경험과 지식의 습득량이 남다른 두뇌 발달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고의 유연함’이다. 어느 순간 뇌 속 정보가 편향성을 띨 수도 있고 그것이 새로운 도전과 의식의 확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에 반짝거림이 없어지는 순간 뇌기능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리더가 되는 BOS 5법칙
누구나 뇌를 가지고 있지만 뇌를 잘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21세기 뇌 융합 교육 시대를 맞아 주목받는 뇌 교육의 핵심 원천 기술이기도 한 뇌 운영 시스템(BOS, Brain Operating System)에 근간한 ‘리더가 되는 BOS 5법칙’을 제시한다.

제1 법칙, 정신 차려라!
모든 것은 정신을 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의식의 영점을 회복한다는 것, 즉 당신의 뇌를 경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뇌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에 빠져 있다.

제2 법칙, 굿 뉴스가 굿 브레인을 만든다.
정보는 뇌를 바꾸는 열쇠다. 당신은 지금 스스로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있는가. 뇌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정보를, 뇌가 좋은 상태에서 입력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제3 법칙, 선택하면 이뤄진다.
굿 브레인이 돼야 좋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의식이 영점인 상태, 끊임없이 좋은 정보를 입력받는 상태에서의 선택은 깊이 새겨진다. ‘나는 이것을 하겠다’라는 ‘선택’의 메시지를 뇌에 주면 뇌는 그 선택을 이루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제4 법칙,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돼라.
선택한 사람은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다. 선택하는 순간, 당신의 뇌는 이미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고 환경을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체인지할 수 있다.

제5 법칙, 모든 환경을 디자인하라.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됐을 때 비로소 모든 환경을 디자인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지금 있는 곳이 최고의 환경임을 믿고 인정하라. 힘듦과 어려움을 선택하지 말고 당신의 환경이 최고의 환경이라는 것을 믿고 시작하라.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브레인’ 편집장 cybermir@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