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 폭발적 성장 가능, 합병 끝난 NH투자 시너지 ‘시동’

2014년 하반기 조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리서치센터는 역시나 신한금융투자였다.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 하반기 이후 단 한차례를 빼고는 계속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성장은 ‘기적적’이다. 15년 넘는 역사의 베스트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NH투자증권(우리)·KDB대우증권·삼성증권 등 증권업계 ‘빅 3’를 제치고 최초로 1위를 차지한 곳은 2012년 하반기의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처음이었다.

현재 상당수의 증권사가 수년째 다운사이징 중이다. 리서치센터의 규모도 전성기에 비해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었다. 반면 업무의 강도는 더 세졌다. 국내 주식 법인영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 투자와 자산 배분 나아가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까지 리서치센터의 역할에 포함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꾸준히 1위를 지켜 가고 있는 신한금융투자의 저력은 분명 높이 평가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의 장점은 산업 분석 부문과 투자 전략 부문의 조화가 잘 돼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1위를 한 개별 애널리스트만 봐도 전체 6명 중 성준원·김현·이응주 애널리스트 등 산업 분석 부문과 윤창용·이경수·강성부 등 투자 전략 부문이 각각 3명씩 잘 조화돼 있다.
다운사이징 ‘한파’…팀워크에서 희비
이와 함께 5위권 내의 최상위권 애널리스트들도 25명으로 전체 리서치센터 중 가장 많다. 특히 이들 최상위권 애널리스트들의 분포를 봐도 중견급과 신인급의 조화, 전략과 산업의 조화가 모두 잘 이뤄져 있다. 여지없이 탄탄한 구성이다.

즉 신한금융투자는 이제 2010년대를 대표하는 증권업계 리서치센터의 명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상위권 성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하나, 베스트 애널리스트 최다 배출
이번 리서치센터에서 눈에 띄는 리서치센터는 하나대투증권이다. 하나대투증권의 리서치센터의 순위는 6위다. 지난 조사에서 NH투자증권(우리)과 공동 5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약간 아쉬운 성적이다. 그러나 내실을 보면 신한금융투자가 2012년 보여준 폭발적 성장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모두 2개 부문을 석권한 박종대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6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나왔다. 신한금융투자와 같은 숫자다. 특히 리서치센터의 맨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툴인 ‘5위 내 최상위권 애널리스트’ 역시 22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신한금융투자에 비해 불과 3명이 적은 것이다. 특히 하나대투증권의 성장세는 놀랍다. 2014년 상반기 조사에 비해 최상위권 애널리스트가 무려 10명이나 늘어났다. 즉 여러 가지 지표를 놓고 보면 현재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아성을 흔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리서치센터가 바로 하나대투증권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하나대투증권이 보완할 면은 있다. 눈에 띄는 신인들이 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최상위권 애널리스트를 뜯어보면 상당수가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다. 한 사람의 베테랑 애널리스트가 두 개 혹은 세 개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른 사례가 많다. 하나대투증권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선전이 신입급 애널리스트에게까지 전파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리서치센터는 또 있다. NH투자증권(우리)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 NH투자증권(우리)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 조사에서 2위와 3위를 오가던 NH투자증권(우리) 리서치센터는 단번에 5위까지 밀렸다. KDB대우증권과 함께 ‘리서치 사관학교’ 중 한 곳이었던 NH투자증권(우리)의 이런 성적은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있다. 2014년 상반기까지도 NH투자증권(우리)은 ‘합병’ 이슈에 조직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었다. 솔직히 애널리스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못 됐다.

하지만 NH투자증권(농협)과의 합병이 완료된 하반기부터 다시 한 번 리서치센터가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준다. NH투자증권(우리)은 다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또 1위 애널리스트의 숫자도 4명까지 늘렸다. 모든 증권사 중 셋째로 많은 숫자다.
다운사이징 ‘한파’…팀워크에서 희비
이제 NH투자증권(우리)이 다시 한 번 2000년대 초·중반의 영광을 찾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과거 우리투자증권 출신과 NH농협증권 출신 애널리스트가 유기적으로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우리)의 최상위권 애널리스트는 10명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비해 15명, KDB대우증권에 4명이 부족한 숫자다. 단순 계산으로 NH투자증권(농협)의 최상위권 애널리스트 한 명만 늘어나도 대신증권과 최상위권 애널리스트가 같아지게 된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2014년 12월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통합 증권사는 글로벌 환경 분석을 통해 주식·채권·현금·대체 투자 비중을 추천하는 리서치 기반 자산 관리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리서치센터가 이 같은 회사의 전략 아래 큰 역할을 하며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 최상위권 애널리스트 7명 늘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조사에 비해 무려 7명이나 최상위권 애널리스트를 늘렸다. ‘성장성’만 놓고 보면 모든 리서치센터 중 하나대투증권에 이어 둘째다.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다운사이징’으로 최상위권 애널리스트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맨 파워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것이다. 또한 리서치센터 순위도 4위 자리를 지켰다. 3위 NH투자증권(우리)과의 추천 횟수는 불과 13회 차다. 이 조사에 600여 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차돌’처럼 탄탄한 리서치센터다. 조직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투자증권 특유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인지 단단함이 배어 나온다. 특히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 역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베스트 리서치 조사에서도 항상 최상위 리서치센터로 기록된다. 산업 분석과 전략 분석의 조화, 고참과 중견의 조화가 모두 잘 이뤄져 있다.

눈여겨볼 점은 2위 애널리스트의 숫자다. 한국투자증권의 2위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둘째로 많다. 이들은 언제라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조금 더’만 있으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한 5위권 내 애널리스트의 면모를 살펴보면 유종우(디스플레이)·이정범(채권)·윤태호(보험)·강송철(파생) 등 6~8년 차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신인급에서 중견급으로 넘어가는, 즉 이제 애널리스트로서의 능력이 만개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점차 성적을 높여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 한국투자증권의 기업 문화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좌충우돌하는 ‘끼 있는 애널리스트’가 부족한 면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눈여겨볼 리서치센터는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와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 그리고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랜만에 10위권 안으로 복귀하며 9위를 차지했다. 한때 17위까지 밀렸던 미래에셋증권은 2014년 상반기 12위에 오르며 자존심을 회복했고 마침내 여러 전통의 강호를 제치고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강점으로 자리 잡은 류승선(전략) 리서치센터장·박희찬(거시)·이재훈(시황)·이진우(계량) 애널리스트 등의 전략 부문의 시너지가 빛났다. 또 강혜승(은행)·이학무(유틸리티) 애널리스트가 기업 분석 부문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사상 최초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는 최근 이트레이드증권이 선보이고 있는 특화된 리서치가 펀드매니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략가인 윤지호 센터장이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동시에 산업 및 전략 부문에서 신선한 관점을 지닌 협업 리포트가 이 회사의 장기다. 또 스몰캡 부문 역시 차별화된 종목 추천 등으로 펀드매니저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