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부 기말 프로젝트로 시작돼, “새 아이디어 얻어” 주민도 반색

'흑석동 가로수길 만들자'…지역 상인 컨설팅
중앙대가 자리한 서울 흑석동의 ‘흑석’을 한글로 풀어쓰면 ‘검은 돌’이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에 버금가는 중앙대 ‘검은돌길’을 조성하기 위해 중앙대 경영학부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 같은 중앙대 경영대학생들의 이색 프로젝트는 박찬희 경영학부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의 기말 과제로 낸 것이다. 박 교수는 교육부의 에이스(ACE) 사업과 연결해 ‘흑석동 가로수길’ 만들기 프로젝트를 과제로 제시했다.

ACE 사업은 교육부가 2010년부터 시행한 대학 학부 교육 지원 사업으로 학부 교육의 선도 모델(잘 가르치는 대학)을 발굴해 대학당 연간 약 20억 원을 총 4년에 걸쳐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교과서 벗어나 현장서 배운다

이번 과제의 핵심 내용은 중앙대 후문 일대에서 상도동으로 넘어가는 400m 정도의 길을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카페거리로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마땅한 볼거리가 없는 중앙대 주변을 명소화할 계획이다.

현재 지하철 9호선 중앙대입구역부터 중앙대병원, 중앙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주요 상권과 후문부터 7호선 상도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이어 가칭 ‘검은돌길’ 상권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흑석동은 지하철 9호선과 반포·한강 등과 연계되는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중앙대와 중앙대병원 외에는 유동인구 흡입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프로젝트 팀은 중앙대 후문에서 7호선 상도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주목했다.

인근에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잠재적 고객 수요는 충분한 반면 상권이 없어 학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프로젝트팀은 이 점에 착안해 흑석동의 주요 상권이랄 수 있는 중앙대 정문 지역의 점포 운영자에게 분점 형태로 이 지역에 점포를 개설할 때 잠재 상권에 대한 분석과 컨설팅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과제는 학교 주변의 중소상인들과의 협력 과제를 수행하는 이른바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 프로젝트다. 1차적으로 중간 평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과 지원자를 중심으로 10여 명이 팀을 구성해 과제를 수행 중이다.

서비스 러닝은 대학의 교과목에 지역사회 봉사를 통합한 교수 학습법을 말한다. 학생들이 강의를 통해 배운 이론을 봉사 현장에 통합·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 러닝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버드대는 1990년대 서비스 러닝과 유사한 ‘프로젝트 아웃리치(project outreach)’를 수행해 지역사회 봉사를 시행했다. 당시 하버드대는 보스턴 지역의 저소득층 자녀와 함께 운동·공부·생활 지도를 수행했다. 또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를 발전시켜 도심 슬럼화에 대응하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컨설팅 차원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정승은 만나(MANNA) 카페 사장은 “질문을 받고 같이 얘기하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는 것 같다”며 “작게나마 사업을 하면서 배운 점도 학생들과 나눌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도 객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관심이 있는 수시전형 합격자인 예비 경영대학 신입생에게도 문호를 넓혀 나갈 계획이며 진행 경과에 따라 해당 중소상공인의 자녀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다음 학기까지 이어질 예정인 이번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인원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진을 비롯해 중앙대 동문 컨설팅 업체 근무자 및 외부 프랜차이즈 전문가 등이 자문하고 있다.

또한 빅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 분석을 통해 지역 중소상인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 특강도 준비돼 있다.

박 교수는 “경영 관련 서적 몇 권 외우고 해외 사례나 들먹이는 일반적인 경영학 공부와 달리 ‘검은돌길 프로젝트’는 경영자와 직접 묻고 답하면서 함께 생각의 틀을 갖춰 가는 공부”라고 말했다.

오규택 경영경제대학장은 “경영대의 다양한 교수진에게 검은돌길 프로젝트 내용에 대한 자문하는 기회를 만들 계획”이라며 “향후 동작구청·서울시 등과 연계해 인근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흑석동 가로수길 만들자'…지역 상인 컨설팅
CPA 합격자 수 ‘빅 3’로 올라서

한편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최근 높은 고시 합격률과 취업률을 자랑하며 대학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교수·동문·재학생이 함께 힘을 모아 움직인 결과다.

중앙대가 배출한 공인회계사(CPA) 수는 2013년 53명, 2014년 62명이었다. 올해는 78명이 CPA 시험에 합격해 연세대·고려대와 함께 ‘빅 3’에 올라섰다. 관세사에서도 올해 5명을 합격시켜 2위에 올랐으며 현재 1차 시험에만 11명이 합격했다. 2016년 관세사 시험에선 큰 이변이 없는 한 중앙대가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취업률도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의 자랑거리다. 경영경제대학 내 응용통계학부는 취업률 100%를 자랑한다. 지식경영학부와 광고홍보는 85%, 73%의 취업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취업률을 달성한 배경에는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HON(휴먼 오픈 네트워크) 멘토단을 구성해 지난해 여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학교 슬로건을 내걸고 학교 동문 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재학생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올가을부터 직무별 멘토링으로 전환하고 회계사 사우회, 관세사회 등 주요 OB 모임 참여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175명의 동문이 멘토단으로 활동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취업률 진작을 위해 운영하는 직무 역량 강화 멘토링 시스템의 꾸준한 운영뿐만 아니라 취업률 진작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역량을 향상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문 기업에 대한 재학생 현장 실습을 늘리고 각계 전문가를 초빙한 특강을 진행하는 등 교수·동문·재학생이 삼위일체의 모범적인 현장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