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막히자 중산층으로 타깃 이동
임대료 제한 폐지 등 건설사에 '당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뉴스테이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11일 국토부 장관에 임명된 그는 바로 다음 날 뉴스테이 활성화와 관련해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같은 달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주택 업계 간담회에서 “(2015년) 12월 뉴스테이법 시행에 맞춰 뉴스테이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지난해 12월 12일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내 뉴스테이 사업장 3개 블록을 둘러보고 대우건설이 공급하는 뉴스테이 ‘동탄2 행복마을 푸르지오’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이런 행보는 새해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1월 16일 뉴스테이 공급 예정지인 서울시 문래동 롯데푸드 부지(옛 롯데삼강 공장)와 경기도 과천시 화훼단지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방문해 입주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라고 주문했다.

강 장관이 이처럼 숨 가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뉴스테이가 박근혜 정부의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마지막 역점 사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테이는 최대 8년간 거주가 보장되고 임대료 인상 폭이 5% 안으로 제한되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전월세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뉴스테이에 집중해 성과를 낼 것을 주문하고 청와대에서 직접 건설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 특히 정부는 롯데건설에 적극 협조를 구하고 있는데, 이는 롯데그룹이 10대 그룹 중 서울 시내에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스테이는 박근혜 정부의 주력 사업으로 일찍부터 주목 받아 왔지만 여전히 그 개념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인 만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전월세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테이는 대체 무엇이고 다른 임대주택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임대주택은 크게 영구임대주택·국민임대주택·행복주택·뉴스테이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영구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으로 전용면적 40㎡ 이하는 영구, 60㎡ 이하는 5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합친 금액은 시세의 30% 수준이다.

‘공약사업’ 행복주택, 주민 반발로 ‘삐걱’

'뉴스테이'에 팔 걷은 국토부…고위급 간담회만 7번
국민임대주택은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으로 시중 가격의 60~80% 수준에 최대 30년까지 임대할 수 있다. 임대주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청약 자격도 까다로운 편이다.

소득의 경우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60㎡ 이하 기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1억2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계층인 만큼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지어지며 주변 시세보다 10~40% 저렴하게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조건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부부 모두 무주택자)이며 대상별로 정해진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도입된 중산층을 겨냥한 기업형 임대주택이 바로 뉴스테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8년 동안 임대 기간이 보장되고 임대료 상승률도 1년에 최고 5%까지로 제한되는 장점이 있다.

사실 기존의 임대주택은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자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짓는 주택이었다. 중산층을 겨냥한 뉴스테이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다.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행복주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행복주택은 토지 매입 비용이 낮은 철도 부지 위에 인공 대지를 조성하고 그 위에 지어지는 임대주택이다.

정부는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소득 금액이 적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14조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행복주택 2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의 극렬한 반발 속에 일정이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었고 목동 시범지구는 지구 지정 2년 만에 결국 해제 수순을 밟았다. 공급 규모도 14만 가구로 축소된 상황에서 행복주택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더 많은 임대주택을 조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입주자가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업형 민간 임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대주택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들이 낮은 수익성과 부채 문제 등을 이유로 공급 확대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뛰어들 기업은 많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하자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데, 고가 임대료 논란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기막힌 ‘신의 한 수’를 놓았다. 임대주택에 ‘중산층용’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붙인 것이다. 국토부는 2015년 1월 ‘기업형 주택 임대 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 혁신 방안’을 내놓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던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고가 임대료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뉴스테이'에 팔 걷은 국토부…고위급 간담회만 7번
민간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도 만들었다.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일명 뉴스테이법)’을 작년 8월 28일 공포했다. 주택기금이 투입되지만 민간 임대로 분류해 초기 임대료 제한을 없애고 LH 등이 저가로 토지를 공급하도록 해 민간 건설사와 재무적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높여준 것이다.

기업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초부터 장관과 실·국장이 번갈아 가며 직접 간담회와 설명회를 개최해 뉴스테이를 홍보하고 의견을 조율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장급 이상이 참여한 간담회는 7번,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업체가 참석한 설명회는 9번 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익과 사익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간담회와 설명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3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5 핵심 개혁 과제 점검 회의’에서 2015년 1만4000가구(리츠 영업 인가 기준)의 뉴스테이를 공급해 당초 목표인 1만 가구를 넘겼다고 보고했다.

2016년 더욱 박차…“5만 호 공급할 것”

'뉴스테이'에 팔 걷은 국토부…고위급 간담회만 7번
정부는 2016년에도 뉴스테이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뉴스테이 사업 부지는 2015년의 2배 수준인 5만 가구 수준으로 확보하고 작년 6000여 가구이던 입주자 모집 물량도 1만2000여 가구로 늘릴 방침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저금리 기조와 분양 시장 훈풍 속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뉴스테이는 여전히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며 “입지 여건이 좋은 부지 확보가 관건인데, 정부가 어떤 묘책을 찾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월 14일 업무 보고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대도시 인근 그린벨트 해제, 은행 부지 등 도심 유휴지 활용,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확보 등을 통해 뉴스테이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 유형별로는 ▷공급촉진지구 2만5000가구 ▷LH 공모사업 1만 가구 ▷정비사업 1만 가구 ▷민간 제안 사업 5000가구 등을 통해 연내 5만 호의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1차 공급촉진지구로는 전국 그린벨트 6곳과 기업 부지 2곳 등 총 8곳을 선정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과천시 주암동(3500가구), 인천 연수구 선학동(2500가구), 부산 기장군(1800가구) 등이다. 이들 지구 내 아파트 대부분이 뉴스테이로 지어지지만 일부는 민간 분양과 공공 임대로 건설된다. 입주자 모집 예정일은 내년 하반기다.

기업 부지는 서울 문래동 롯데푸드 부지(500가구)와 대구 대명동 KT 부지(400가구)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으며 오는 10월 분양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4월 중 2차 공급촉진지구 후보지 4~5곳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LH 보유 부지를 활용하는 뉴스테이 5·6차(1~4차는 2015년 진행) 사업 공고도 올 상반기에 이어진다. 3월에 화성 동탄2신도시 등에 대한 공모(5차·2972가구), 6월에 전주 에코시티 등에 대한 공모(6차·3396가구)가 예정돼 있다. 올해 하반기 영업 인가를 거쳐 내년 중 입주자 모집이 이뤄질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구역과 은행 지점 부지 등도 뉴스테이 사업지로 활용된다. 광주 누문, 인천 십정2지구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아파트를 매입해 1만 가구를 확보하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문을 닫는 하나은행 지점 4곳도 뉴스테이로 탈바꿈한다.

도심형, 협동조합 연계, 한옥 뉴스테이 등 새로운 공급 방식도 도입된다. 도심형 뉴스테이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문을 닫는 하나은행 지점 4곳(부산 양정역·광안동지점, 대구 기업금융센터·대명동지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720가구가 공급된다.

협동조합과 연계한 뉴스테이도 눈길을 끈다. 리츠가 아파트를 건설하면 협동조합이 이를 사들여 뉴스테이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오는 9월 1000가구 규모로 시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 동탄1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등에서는 한옥 뉴스테이(400여 가구)도 추진된다.

김목진 국토부 뉴스테이지원센터 사무관은 “뉴스테이가 안착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비롯해 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건설공제회 등의 연·기금도 사업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면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뉴스테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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