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으로 파고든 드론…테러 위협·사생활 침해 ‘논란’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무인 비행 장치인 드론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전에 없었던 각종 논란들이 생겨나고 있다. 드론 비행 시 드론끼리 충돌하는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가 하면 초경량 드론을 이용해 남의 집을 몰래 촬영해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드론을 이용한 범죄나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드론으로 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비행의 자유인가 공공의 안전인가
일본에선 드론 잡는 특수부대까지 등장
지난 2월 4일 미국 뉴욕에서는 소형 드론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40층에 부딪쳐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떨어진 드론을 찾기 위해 건물 보안 요원을 찾아간 조종자는 무모한 행동으로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 혐의로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드론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늘면서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드론 등록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55g 이상 25kg 미만 드론을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FAA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드론을 보유한 사람도 2월 19일까지 등록하도록 했다. 드론 등록은 3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등록비는 5달러(약 5800원)다. 드론을 구입할 수 있는 연령도 13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만약 등록하지 않은 드론 소유주는 최대 2만7500달러(약 32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무등록 드론을 날리다 사고를 내면 최대 25만 달러 혹은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FAA는 “드론의 안전성 문제를 제고하기 위해 드론 등록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시행 배경을 밝혔다. FAA는 등록제를 시행하면 사생활 침해나 충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등록된 번호로 사건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드론 등록제를 도입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1월 술에 취한 국립지질정보국 요원이 날린 드론이 백악관 담을 넘어 추락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드론이 정치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FAA가 황급히 규제에 나서게 된 것이다.

등록만 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드론으로 인한 충돌 사고 또한 심각한 논란거리가 돼 왔다. 특히 유인 항공기와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FAA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유인 비행기 조종사들이 눈높이, 즉 비행기와 충돌 위험이 큰 지역에서 드론을 발견한 사례는 65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고도 1만 피트 이상에서 발견한 드론도 작년 6월 138건, 7월에는 137건으로 나타났다.

영국 드론연구센터 또한 지난 2년간 영국에서 보고된 921건의 충돌 위험 사례 가운데 327건이 유인 항공기에 위협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시속 100마일로 운항하는 비행기나 헬기 등이 드론과 충돌하면 기체에 손상을 입혀 인명 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시거리를 넘는 비행을 위한 면허 제도와 드론 보험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드론이 테러 등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일본 정부에서는 ‘드론 테러’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드론을 포획하는 전문 부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경시청은 지난해 12월 불법 드론을 잡는 ‘요격 드론’을 선보이고 도쿄경시청에 무인기대응팀(이른바 ‘드론부대’)을 편성했다. 요격 드론은 드론 아래로 그물망을 펼치고 다니며 표적 드론에 접근해 포획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총리 관저 옥상으로 방사성물질인 세슘134와 137을 담은 드론이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져 드론에 의한 테러 위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개정 항공법을 마련하는 등 총리 관저를 비롯한 주요 시설 주변에 대한 드론 비행 제한 규정을 도입하게 됐다.
일본에선 드론 잡는 특수부대까지 등장
사생활 침해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원격조종과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탑재한 취미용 드론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몰카 드론’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드론 날리기도 전에 떨어질라

게다가 한국에선 일반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형 드론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취미용으로 드론을 즐기려면 드론의 무게가 12kg 이상은 지방항공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교통안전공단의 안전성 인증을 통과하고 국토교통부나 국방부의 비행 승인을 얻어야 한다.

12kg 미만의 드론은 비사업용으로 쓰일 땐 별도의 등록 절차가 필요 없다. 이 때문에 등록조차 안 된 무허가 드론이 고층 아파트 일대에서 남의 집을 몰래 촬영하는 일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드론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직 드론 산업이 걸음조차 떼지 못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규제 논의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드론 업체 관계자는 “현재 드론은 항공법 규정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시장이 크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규제 강화로 드론을 날리기도 전에 떨어져 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에선 이제 드론 규제 논의가 오히려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의 한 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한국 또한 과감한 지원책 마련과 규제 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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