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060호 (2016년 03월 23일)

‘원지에서 상자 재가공까지’ 수직 계열화 완성

태림포장 등 5개 업체 영향력 막강…가격 담합으로 거액 과징금도

태림포장 등 5개 업체 영향력 막강…가격 담합으로 거액 과징금도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제지 산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고공행진을 벌이던 폐지와 펄프 가격이 하락 안정세로 돌아섰다.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마쳐 공급자 위주의 시장도 형성됐다. 이익률이 높진 않지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제지 업체들의 사정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일부 업체들은 신용 등급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NICE신용평가가 지난해 말 내놓은 ‘2016 산업 위험 평가 보고서’를 보면 제지 산업의 올해 산업 위험을 ‘불리한(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제조원가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펄프와 폐지 가격의 안정과 내수 시장의 과점적 구조, 높은 진입 장벽 등은 긍정적 요인들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공급과잉과 가격 위주 경쟁 구도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밖 실적 하락… “카르텔 부작용”

이러한 신용 평가사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택배 산업 호황으로 수혜가 예상됐던 골판지 업체들이 지난해 대거 적자를 기록해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골판지 업체인 아세아제지는 2015년 매출이 전년보다 2.9% 줄어든 597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 6억원, 당기순손실 386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동일제지는 같은 기간 매출은 4052억원으로 0.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40억, 당기순손실 270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삼보판지는 매출 3024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으로 각각 0.2%, 38.8% 감소했다. 삼보판지도 당기손익이 전년 154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2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에서 골판지 원지를 공급받아 상자를 만드는 포장재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림포장공업은 매출 3503억원, 영업이익 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5%, 87.3% 하락했고 1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한국수출포장공업은 매출 2306억원, 영업이익 27억원, 당기순이익 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4%, 80.4%, 74.2% 하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배 산업 호황에 따른 상자 수요 증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골판지 업계의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며 “주요 골판지 업체들의 카르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업체들은 영업 기반 위축

국내 골판지 시장은 태림·대양·아세아·삼보판지·수출포장 등 5개 기업이 이끈다. 골판지 시장은 원재료인 원지를 생산하는 제지사와 원지를 구매해 골판지를 생산하는 판지사, 골판지를 구매해 골판지 상자를 재가공하는 지함소로 구분된다.

구조대로라면 판지사가 ‘갑’, 제지사가 ‘을’, 또다시 지함소가 ‘갑’, 판지사가 ‘을’이 된다. 골판지 업계는 2006년 인수·합병(M&A) 붐을 거치면서 새롭게 재편됐다. 제지사가 판지사와 지함소를 계열사로 두는 수직 계열화가 나타났다.

그 후 골판지 시장은 자본력을 갖춘 소수의 대형사들 위주로 재편됐고 제지사에서 지함소까지 모두 거느린 ‘일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됐다. 이들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카르텔을 형성해 가격 담합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 50%대였던 5대 일괄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70%를 넘어서고 있다. 일괄 기업들은 그동안 원지 가격 등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실제로 지난 3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2012년까지 5년간 골판지 가격을 담합한 아세아제지 등 12개 업체에 과징금 1184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2007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담합을 통해 9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은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폐골판지 가격이 오르면 이에 맞춰 원지 가격의 인상 폭과 인상 시기를 합의했다. 골판지 원지의 원가에서 폐골판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다.

일괄 기업인 대형사들에 밀려난 중소 판지사들의 영업 기반은 크게 위축됐다.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990년대 160여 곳에 달했던 판지사는 2015년 109곳으로 줄었다.



[돋보기] 폐지 가격 급락에 고물상은 ‘울상’

골판지의 주원료인 폐지 가격은 하락 추세다. 최근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폐지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진 고물상들이 폐지 매입을 줄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폐지 가격은 유가 등 다른 원자재 가격과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 동안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을 기준으로 2011년 평균 kg당 199원이던 폐지 가격이 최근 6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00~120원 수준이었지만 불과 3개월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폐지 가격 하락은 골판지 업계에는 호재다. 제조원가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원료인 폐지 가격 하락은 곧 마진율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폐지를 수집해 판매하는 고물상들은 사정이 정반대다. 폐지 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수출 부진과 그에 따른 재고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업-중대형 고물상-소형 고물상-길거리 수집으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의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가격 하락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cwy@hankyung.com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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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쇼핑 붐 타고 포장재 수요 '고공행진'
-'원지에서 상자 재가공까지' 수직 계열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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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03-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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