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346km에 가격은 2000만원대}
{테슬라의 신형 전기차 예약 주문 폭주}
{기존 완성차 업체도 신모델 쏟아내}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지난 3월 31일 20시 30분. 전 세계의 이목이 한 기업에 집중됐다. 미국의 억만장자 엘론 머스크가 만든 전기차 회사, 미국 팰로앨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슬라였다. 테슬라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해 다운됐다.

테슬라는 이날 보급형 전기자동차 ‘모델3’를 공개했다. 한번 충전으로 기존 전기차의 두 배 수준인 346km 달릴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6초면 도달하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가진 이 차량의 가격은 3만5000달러(약 4032만원)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구매 예약 행렬이 이어졌고 주문 사이트 개설 1주일 만에 예약 물량이 32만5000대를 돌파했다. 지금도 모델3 구매 예약을 위해 계약금 1000달러를 예치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모델3는 내년 말에나 정식 출시된다.
테슬라 모델3, ‘제2 아이폰’ 되나
테슬라가 구매 예약으로 확보한 매출만 140억 달러(약 16조2000억원) 이상이다. 이쯤 되면 모델3의 인기는 ‘현상’을 넘어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자동차 시장은 독일의 카를 벤츠가 1886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만든 이후 가솔린이나 경유를 태우는 ‘내연기관’이 130년간 지배해 왔다.

테슬라가 이를 순식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전기차는 130년간 유지된 기존 주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뒤엎는 데는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테슬라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콘셉트 카 형태로 ‘모델S’을 처음 내놓았다. ‘실리콘밸리가 만든 전자제품 차’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2012년 양산을 시작한 ‘모델S’는 최저 사양이 7만 달러(약 8000만원)인 초고가 모델이지만 지금까지 12만 대가 팔려 나갔다.

◆ 테슬라, 보급형 모델로 승부수

특히 전기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1~3월 테슬라의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판매량은 9020대로 북미 시장 전체(2만6555대)의 40%를 차지했다. 올해 북미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4대가 테슬라 제품이다.

테슬라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내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모델3는 전작인 모델S·모델X와 달리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모델이다. 정부 등의 보조금을 받으면 모델3를 2만 달러 수준에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델3가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의 부상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4년 30만 대 수준에서 지난해 60만 대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시장도 같은 양상이다. 2011년 338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5712대로 5년 새 16배나 뛰었다. 올해도 50%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판매량만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업계의 분석은 다르다.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 사태 후 세계 완성차 업계는 일제히 미래 전략 차종 라인업 조정에 나섰다. 글로벌 5위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4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발표한 ‘2020 친환경차 로드맵’을 수정했다.

핵심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줄이고 전기차를 늘리는 데 있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연료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보다 100% 친환경인 전기차가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정된 로드맵을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12개에서 10개로 줄었다. 그 대신 전기차는 2개에서 6개로 늘었다.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기술력을 갖춘 독일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BMW는 순수 전기차 i3를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1만 대 넘게 팔았다. 현재 최고급 차종인 7시리즈와 미니 순수 전기차도 준비 중이다.

벤츠도 내년 신형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을 내놓았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올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독일 카멘츠에 5억4300만 달러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며 “2018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4개로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2세대 볼트를 올해부터 판매한다. 르노닛산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저가형 전기차 출시까지 고민 중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최근 중국 합작 법인인 둥팡르노 공장 가동식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아주 가격이 낮은 전기차를 원한다”며 “이에 다라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현지 전략형 저가 모델 출시 계획을 어필했다.
테슬라 모델3, ‘제2 아이폰’ 되나
◆ 2020년 가솔린·디젤차보다 싸진다

블룸버그는 최근 전기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보고서를 하나 내놓았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배터리 가격 하락과 에너지 효율성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2020년이면 전기차 총소유비용이 일반 가솔린·디젤차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2년에는 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일반 자동차와 충분히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다는 의미다.

2040년에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가격이 2만2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기차가 전체 신규 판매 자동차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 업체 B3도 전기차(일반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이 지난해 678만 대에서 2020년 1000만 대 이상으로 연평균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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