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 설문 결과 분석
상위권 대학 순위 변동 없어…부문별 강세 대학 ‘뚜렷’

어느덧 11년. 2006년 출범한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자리 잡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전문성을 갖춘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대학들의 무한 경쟁 속에서 국내 MBA는 경영 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출범 당시 목표였던 ‘세계 수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문제점과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13년부터 매년 국내 3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한국형 MBA의 현주소를 묻고 있다. 평가는 교육부로부터 ‘한국형 MBA’로 인증 받은 13개교에 카이스트 MBA를 추가해 총 14개 대학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은 ▷전문성 ▷채용 선호도 ▷국제화 ▷발전 가능성 ▷조직 융화력 ▷진학 추천 등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다.
자리 잡은 한국형 MBA 시장, 고려대 '1위' 굳건
이번 조사에서 1위는 고려대 MBA로, 4년 연속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 총점도 4470점으로 지난해(3751점)보다 700점 이상 올랐다. 2위 서울대 MBA와의 점수 차는 183점이다. 2014년 7점, 2015년 75점에 이어 점점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다.

3위부터 5위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세대 MBA(4084점)·카이스트 MBA(3688점)·성균관대 MBA(3572점)순이다. 상위 5위권의 총점은 모두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조직 융화력’이었다. 이 부문은 조직 문화가 강한 한국 기업에서 얼마나 친화력과 이타심을 갖고 조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조직 융화력은 고려대가 꾸준히 강세를 보여 온 부문으로, 고려대는 올해도 전년보다 점수를 대폭 올리며(684점→822점) 종합 1위를 견인했다.

◆상위 5강…‘조직 융화력’에 울고 웃고

고려대가 조직 융화력의 고평가로 수혜를 본 반면 서울대는 타격을 받았다. 서울대는 전체 6개 부문 중 전문성과 채용 선호도, 국제화, 진학 추천 등 4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융화력에서 불과 516점(5위)을 받으며 종합 1위 탈환에 실패했다.

고려대와 서울대의 조직 융화력 부문 점수 차는 무려 306점으로, 총점 차이(183점)보다 크다. 성균관대(2위, 632점), 연세대(3위, 607점), 한양대(4위, 539점) 등도 조직 융화력에서만큼은 서울대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기남 기자
김기남 기자
‘국제화’ 부문은 MBA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수준의 MBA를 목표로 하는 국내 대학들에 국제화 감각 배양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대학들이 하나같이 국제화 시스템을 갖추기에 혈안이 되는 이유다. 종합 1위 고려대는 외국인 학생 비율 30%, 영어 강의 100%를 특징으로 한 글로벌 MBA 과정을 진행 중이다.

국제화 부문에서는 종합 2위 연세대도 강자로 꼽힌다. 연세대는 매년 이 부문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올해도 729점으로 고려대(723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세대는 해외 기업 및 대학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에 집중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특히 연세대 MBA는 워싱턴대 올린경영대학과 실질적인 복수 학위 협정 체결을 통해 워싱턴대 재무석사 학위와 연세대 글로벌 MBA 학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세대는 국제화(2위) 부문을 비롯해 전문성(3위), 채용 선호도(3위), 조직 융화력(3위), 진학 추천(3위) 등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종합 4위 카이스트와의 점수 차를 작년보다 벌렸다.

◆‘국제화’와 ‘발전 가능성’도 순위에 영향

하지만 카이스트도 무시할 수 없는 MBA 잠룡이다. 연세대에 ‘국제화’가 있다면 카이스트는 ‘발전 가능성’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는 2013년 MBA 평가에서 발전 가능성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종합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올해 이 부문에서 서울대와 함께 공동 2위에 머물렀고 4위 연세대와의 점수 차도 2점 차에 불과했다. 발전 가능성에서의 부진만 없었다면 ‘톱 3’ 진입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발전 가능성 부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점수 차가 작고 순위 변동이 잦기 때문이다. 발전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종합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종합 5위 자리를 지킨 성균관대는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던 2014년 평가에서 종합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MBA 평가는 지난해 4월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2015년 전국 MBA 평가’와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종합 순위는 1위부터 12위까지 동일하다. 전남대(14위→13위)와 숙명여대(13위→14위)가 유일하게 자리를 맞바꿨다.

전남대는 지난해 조직 융화력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숙명여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직 융화력을 포함해 발전 가능성, 채용 선호도, 진학 추천 등에서 숙명여대를 앞섰다.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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