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 유치 통해 ‘정원 충족’과 ‘글로벌 역량’ 두 마리 토끼 잡기}
[MBA 뉴 트렌드] ‘풀타임 MBA’를 살려라!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풀타임(주간) 과정과 파트타임(야간·주말) 과정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풀타임 과정은 급속도로 몰락하며 국내 MBA 발전에도 위험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수의 대학들이 ‘풀타임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형 MBA는 주간에 수업을 진행하는 ‘풀타임’과 야간이나 주말에 수업하는 ‘파트타임’ 과정으로 구분된다. 한경비즈니스가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년 MAB 학과별 경쟁률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전체 13개(카이스트 제외) MBA의 파트타임 과정에는 무려 2586명이 지원한 반면 풀타임 과정에는 740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풀타임 과정에 대한 전년 대비 지원자 수는 동국대(9명 감소), 서강대(10명 감소), 성균관대(16명 감소), 숙명여대(10명 감소), 중앙대(11명 감소), 인하대(2명 감소) 등 대다수 학교가 감소했다.

2015년 기준 풀타임 과정에서 모집 정원을 채운 학교도 서강대·서울대·연세대·한양대뿐이었다. 파트타임 과정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인 3.8 대 1을 기록한 연세대도 풀타임 과정인 ‘글로벌 MBA’의 경쟁률인 1 대 1에 불과했다.

MBA 사정에 밝은 학계 관계자는 “실제로 상위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정원을 거의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형 MBA 시장이 풀타임을 중심으로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풀타임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풀타임은 오너 2세들만 받는 과정?

풀타임 과정은 주간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계에 따르면 풀타임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 중에는 중견기업의 오너 2세들이 많다.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적응하는 방법으로 국내 MBA를 찾는다는 것이다. 일반 대학이 아닌 MBA는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아 적응에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출장이나 파견 형태로 교육을 받으며 학비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회사를 휴직하거나 그만둔 뒤 자비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풀타임보다 파트타임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면 왜 풀타임 과정을 살려야 하는 것일까. 한국형 MBA의 출범 목표는 세계 수준의 MBA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화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네트워크 형성에 중점을 둔 파트타임 보다 풀타임 과정이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풀타임을 강화해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방침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한국형 MBA를 승인하는 기본 조건으로 ‘풀타임 프로그램 정원은 40명 이상’을 요구했고 지원 및 평가의 기준도 풀타임 과정으로 삼았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MBA 인가도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예 파트타임을 제외하고 풀타임 과정만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서울대 MBA가 대표적이다.

◆프로그램 특화로 외국인 학생 유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풀타임 살리기’에 나선 대학들은 먼저 특화된 과정을 개발해 국내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풀타임 과정을 주목하는 이들을 위해 해외 유명 대학과 연계해 교환학생 제도나 해외 현장학습 등을 진행하고 복수 학위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 MBA는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IRP(International Residence Program)’를 운영 중이며 ‘S³ 아시아(Asia) MBA’라는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복수 학위 취득의 기회를 제공한다.

S³ 아시아 MBA는 3학기 동안 서울(고려대)·상하이(푸단대)·싱가포르(싱가포르국립대)에서 각각 한 학기씩 수학하면서 MBA의 복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풀타임 과정(1년 6개월)이다.

‘외국인 학생 유치’도 풀타임 살리기의 일환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BA 13개 대학은 55개국에서 134명의 외국인 신입생을 받았다. 이는 45개국에서 총 121명이 입학한 2014년에 비해 국가도 늘고 인원도 증가했다.

특히 연세대 MBA는 풀타임 정원의 절반을 외국인 학생으로 채우며 주도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국내 수요만으로 부족한 풀타임 정원을 외국인 학생으로 채움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력 있는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고생도 감수해야 한다. 임일 연세대 MBA 교수는 “외국인 학생을 뽑는 데는 손이 많이 간다”며 “e메일 문의가 많은 외국인 학생들의 특성상 한 학생을 기준으로 20번 이상 e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국내 MBA를 찾은 외국인 학생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한층 강화했다. 국내 기업의 인사 제도와 마케팅 등을 접할 수 있는 과목을 새롭게 개설하거나 기존 교육과정에 추가했다. 또한 외국인 학생을 위한 ‘버디 시스템’도 마련했다.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을 일대일로 짝을 지어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풀타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글로벌 경쟁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실력 있는 외국인 학생을 많이 데려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 교수는 “현재 정부는 MBA 대학을 평가할 때 외국인 학생 수를 정원에 포함하지 않는 등 외국인 학생 유치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뛰어난 외국인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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