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글로벌 경쟁

미국도 제조업 부활 내걸고 과감한 투자, 유럽은 전자·식품 기업이 상용화 박차

3D 프린터로 주택 만드는 중국… 한국은 '제자리걸음'
3D 프린터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을 결산하면서 3차원(3D) 프린터,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드론(무인 비행기), 스마트시티를 4대 유망 미래형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특히 전 세계 3D 프린터 출하량이 2018년 230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3D 프린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바마 “제조업 혁신 잠재력”

미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3D 프린터를 활용한 시제품 생산과 최종 생산품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저임금 국가로 이전했던 글로벌 제조업체들 역시 치솟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3D 프린터 기술에 앞다퉈 투자 중이다.

3D 프린터는 미국의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 등이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국정 연설에서 “(3D 프린터는) 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 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졌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3D 프린터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비를 집행하고 있다. 2011년 기준 미국의 3D 프린터 연구 투자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415억 달러에 이르며 2012년 3D 프린터 기술 발전을 위한 전문 연구기관인 ‘국립첨삭가공혁신연구소(NAMII)’도 설립했다.

특히 1988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산업용 3D 프린터의 38.3%가 미국에 설치되는 등 가장 활발히 3D 프린터를 활용한다.

중국 정부도 기업과 대학을 연결해 3D 프린팅 기술 개발과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3D프린터연맹은 2013년 기준 중국의 3D 프린터 산업 총생산액이 20억 위안(약 3600억원)에서 2020년 800억 위안(약 14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1991년부터 3D 프린터 기술 연구를 시작해 2000년 이후 베이징 칭화대, 서안교통대학 등 중국 명문 대학에서 집중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산·학 협력 가속화와 산업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3D프린터기술산업연맹을 설립, 대학과 기업을 연계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 발전 연구 계획’과 ‘2014년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 지침’에 3D 프린터를 포함해 기술 개발에 총 4000만 위안을 투자하는가 하면 2015년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국가 적층가공 제조 산업 발전 추진 계획’을 통해 3D 프린터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로 2014년 1월 쑤저우 공업단지에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별장과 주택이 건설됐고 같은 해 8월 베이징대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인공 척추 삽입 수술에 성공했다. 2015년 3월에는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에서 중국 최초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가 출시되기도 했다.

일본도 3D 프린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 내 3D 프린터 시장 규모가 2012년 2300억 엔(약 2조3600억원)에서 2020년 1조 엔(약 10조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미국과 유럽에 비해 뒤처진 3D 프린터 산업을 따라잡기 위해 소재 부문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3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3D 프린터 도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중 생산성 혁신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차세대 3D 프린터 개발에 나섰고 5년 내 현재보다 10배 빠르고 5배 정확한 정밀도를 가진 프린터를 개발할 계획도 세웠다.

또 각 대학과 중·고교 등이 3D 프린터를 구입할 때 7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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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맞춤형 음식 개발에 집중

유럽도 3D 산업에 대한 집중 육성에 나섰다. 네덜란드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음식 생산 기술에 집중한다. 최근 필립스·네슬레·허쉬를 비롯한 많은 전자·식품 기업들이 3D 푸드 프린터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은 음식에 민감한 환자들에게 맞춤형 음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3D 프린터 업체 TNO는 파스타 생산 업체와 함께 3D 파스타를 만들어 식품 박람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독일의 독일철도(Deutsche Bahn)는 3D 프린터를 통해 제작된 개별 제품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해 현재 약 200개의 부품을 철도에 사용하고 있다. 독일철도는 올 하반기 관련 네트워크를 발족해 한 해 1000개의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 3D 산업은 아직 선진국보다 크게 뒤떨어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3D 프린터 시장은 2014년 590억원, 2015년 820억원, 2016년 116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계와 정부가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3D 프린터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 중이다. 먼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 연계형 3D 프린팅 성장 기반 조성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 ▷기술 경쟁력 확보 ▷법제도 개선 등 총 4개 분야 11가지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한국이 2020년까지 3D 프린팅 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은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3D 프린팅 산업 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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