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대중화 성큼]
{美 스트라타시스·3D시스템즈가 초창기 시장 주도…메이커봇은 가정용 타깃}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흔히 3차원(3D) 프린터가 새로운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뚝딱 만들어 낸다는 3D 프린터는 최근 갑자기 생겨난 첨단 제품이 아니다.

최초의 3D 프린터는 1981년 일본 나고야시공업연구소의 히데오 고마다의 보고서에서 발견된다. 이 보고서에는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인 ‘액상광경화수지’를 빛을 이용해 고체화해 제품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술 특허나 상용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지금의 3D 프린터의 개념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일본서 첫 아이디어…상용화는 미국이 먼저
50만원대 보급형 등장…‘소재’가 미래 좌우
3D 프린터의 실제 상용화는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이뤄졌다. 세계 최초 3D 프린터 관련 특허 기술은 미국의 가구 회사에 다니던 척 헐이 냈다.

척 헐은 당시 다니던 회사에 있었던 자외선을 이용해 플라스틱판을 경화하는 공정을 보고 3D 프린터의 기술을 착안해 냈다. 그의 연구는 1986년 입체인쇄술(Stereolithography)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됐다.

척 헐은 1986년 캐나다로부터 투자받아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바로 세계적 3D 프린터 기업인 3D시스템즈다. 3D시스템즈는 1988년 세계 최초의 3D 프린터 ‘SLA-1’을 선보였다. ‘SLA(StereoLithography Apparatus)’는 3D 프린팅의 기술명이기도 한데, 빛에 반응해 굳어지는 수성 레진과 아크릴 등의 소재에 레이저를 쏘아 굳히는 방식을 뜻한다.

SLA 방식 이후에 상용화된 기술은 바로 FDM 방식이다. FDM은 ‘압출적층조형(Fused Deposition Modeling)’의 영문 첫 글자로, 또 다른 3D 프린터 업체인 스트라타시스의 상표이기도 하다. FDM 방식은 1989년 S. 스콧 크룸에 의해 특허 출원됐다.

스콧 크룸이 글루건으로 딸에게 줄 장난감을 만들다가 아이디어를 착안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FDM 방식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노즐 안에서 녹여 층층이 쌓아 가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레이저가 필요 없어 장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부분의 3D 프린터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인용 3D 프린터 가운데 FDM 방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방식의 3D 프린팅 기술은 1994년에 등장했다. SLS 방식으로 ‘선택적 레이저 소결 조형 방식(Selective Laser Sintering)’이라고 부른다. SLS는 가루 형태의 원료를 원하는 부분만 레이저로 응고시켜 한 층씩 쌓아 나가는 기술이다. 미국 텍사스대에서 기술이 개발돼 1994년 특허로 출원됐고 DTM이 상용화에 성공했다.
50만원대 보급형 등장…‘소재’가 미래 좌우
이 회사는 현재 3D시스템즈에 인수됐기 때문에 현재 이 기술은 3D시스템즈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 SLS 방식은 장비 자체가 FDM·SLA 등 기존 방식으로 제작된 3D 프린터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 대중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2014년 2월 3D시스템즈가 보유한 SLS 방식의 핵심 기술 특허가 만료되면서 여러 제조업체들의 저가형 SLS 3D프린터 개발이 늘고 있는 추세다.

2002년에는 독일의 엔비전텍에서 최초로 DLP 3D 프린터를 출시했다. DLP(Digital Light Processing)는 빛을 디지털로 처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방식은 액체나 분말을 분사한 뒤 빛을 쏘여 굳히는 기술을 뜻한다. 최근의 3D 프린터 시장은 기술적 측면에선 앞서 말한 FDM·DLP·SLS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HP 등 기존 프린터 업체도 가세

3D 프린터 장비 자체로만 보면 크게 산업용 3D 프린터와 상업용 데스크톱 3D 프린터로 크게 갈린다.

산업용 3D 프린터는 가장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또 소규모 제조업체 다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3D시스템즈와 최초로 FDM을 개발한 스트라타시스, 포투스·디멘전 프린팅·폴리젯 매트릭스 기법을 개발한 오브젯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이 파는 3D 프린터는 대당 가격이 2500만~9000만원 선으로 여전히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편이다.
50만원대 보급형 등장…‘소재’가 미래 좌우
상업용 3D 프린터 기업은 렙랩(RepRap) 제품 판매사인 렙랩프로나 메이커봇이 유명하다. 렙랩은 오픈 소스 기술로 프린터를 DIY(Do it yourself) 제작이 가능하게 하면서 재료 등을 팔아 수익을 얻고 메이커봇은 정형화된 디자인을 갖춘 저가의 프린터를 팔아 수익을 얻는다.

렙랩은 복제 RP(replicating Rapid Prototyping)의 준말이다. 렙랩은 가정용 3D 프린터를 최초로 개발해 이를 오픈 소스 하드웨어 형태로 일반에게 공개함으로써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렙랩은 2005년 영국 바스대에서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아드리안 보이어 교수에 의해 시작됐다.

보이어 교수는 3D 프린터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혁신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데, 그는 렙랩을 통해 누구나 3D 프린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모든 내용을 오픈 소스로 공개했는데, 렙랩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3D 프린터 제작에 필요한 도식과 정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메이커봇은 저렴한 가격의 3D 프린터를 선보여 전 제계의 이목을 끌었고 메이커봇의 제품 가운데 ‘싱오매틱’은 중저가 3D 프린터 시장을 선도해 왔다. 메이커봇은 2009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브레 페티스를 포함한 3명의 친구들이 3D 프린터를 스스로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졌다. 누구나 조립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3D 프린터를 만들자는 모토로 시작됐다.

메이커봇은 3D 프린터 제조의 핵심 원리를 렙랩에서 가져다 사용했다. 메이커봇의 싱오매틱이라고 불리는 오픈 소스 프린터는 가격이 출시 당시 1299달러에 불과했다. 메이커봇은 2013년 6월 6억400만 달러에 스트라타시스에 인수·합병됐다. 상업용 프린터 회사가 인수된 최초의 사례로 꼽히는데 상업용 3D 프린터의 미래 가치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3D 프린터 제조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2D 프린터 제조사들도 또한 3D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가령 휴렛팩커드는 현재 FDM 기반의 디자인젯 3D 프린터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메탈 3D 프린터, 부가가치 높아

최근에는 세계 주요 3D 프린터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업체들 또한 단순한 플라스틱 소재를 넘어 금형·그리핀·실리콘 소재 등 다양한 소재 활용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대중화된 3D 프린터는 대부분이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은 제품 성형도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프린팅 과정에서 충분한 압력을 가할 수 없어 세밀한 인쇄물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3D 프린터 업체들이 최근 타이타늄 합금, 초내열 합금 등 소재 연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3D 프린터 금형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이 70%대에 달하는 독일의 에오스(EOS)는 타이타늄·코발트크롬·니켈알로이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금속 소재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또 3D시스템즈는 타이타늄·스틸 등 금속을 사용하는 메탈 3D 프린터 ‘프로엑스 DMP 320’을 내놓았다.

국내 기업도 이 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금형 3D 프린터를 취급하는 센트롤은 스테인리스스틸·타이타늄·인코넬 소재를 사용한 3D 프린터를 출시했다.

김영준 한국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 대표는 “3D 프린터의 미래는 소재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메탈 3D 프린터는 기존의 3D 프린터들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아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로 독일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도 속속 제품 출시에 나서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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