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은행권]
{7월 말 일임형 수익률 첫 공개…유치 경쟁 1차 승자는 ‘KB국민은행’}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최근 증권사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의 수익률이 공개되면서 은행권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일임형은 금융사가 직접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산 운용 실력이 한눈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은행권 역시 7월 말 일임형 ISA 상품의 수익률 성적표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더욱 팽팽해졌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7곳(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IBK기업은행·NH농협은행)이 일임형 ISA를 판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 전체 일임형 ISA 가입자 가운데 70% 이상이 은행을 통해 유치됐고 투자 금액에서도 전체의 83%가 은행 계좌로 들어갔다.

7월 18일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서 고객들은 ISA 수수료는 물론 수익률을 꼼꼼히 비교해 금융사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은행들은 이달 말 일임형 ISA 수익률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이 증권 업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나온다면 ISA 계좌이동제와 맞물려 업권 간 혹은 각 회사 간 ‘고객 대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은행, ISA 수익률 발표 앞두고 자산 운용 전문가 배치 ‘총력’
(사진)KB국민은행이 출시한 'KB국민 만능ISA'. /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 신탁형 일임형 모두 가입액 ‘1위’

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은 현재까지는 은행별 ISA 가입자 및 금액으로 중간 성적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은행별 ISA 가입자 및 금액(5월 31일 기준)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 신탁형은 KEB하나은행이 가입자 42만8594명으로 타 은행 대비 2배 가까이 많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한은행(38만5814명)·KB국민은행(25만1336명)·우리은행(23만2849명)·NH농협은행(18만5643명)·IBK기업은행(13만737명) 순이다.

하지만 신탁형 가입 금액은 KB국민은행이 4082억5700만원으로, 2위인 KEB하나은행(2864억7800만원)을 1000억원 이상 앞서며 압도적인 실적으로 1위에 올랐다. 또 KB국민은행은 신탁형 1인당 평균 가입 금액이 162만4300원에 달했다.

신탁형 1인당 평균 금액은 우리은행이 94만8400원으로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KEB하나은행(66만8400원)·신한은행(26만원)·IBK기업은행(23만1700원)·NH농협은행(12만6600만원) 순이다.

KB국민은행은 가입자 수에서는 KEB하나은행·신한은행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가입 금액이나 1인당 평균 금액 등에서 타 은행과 큰 격차를 보이며 선두에 섰다. 그만큼 내실을 챙겼다는 의미다.
은행, ISA 수익률 발표 앞두고 자산 운용 전문가 배치 ‘총력’
일임형 ISA는 우리은행이 4만8073명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어 KB국민은행(4만7544명)·IBK기업은행(1만5298명)·신한은행(1만128명)·NH농협은행(1963명) 순으로 나타났다. 가입 금액은 KB국민은행이 615억4000만원으로 1위, 신한은행이 549억7000만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은행들은 100억원 미만으로 가입 금액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일임형 ISA 1인당 가입 금액을 보면 신한은행이 가입자는 적지만 총 가입 금액이 많아 알짜 고객을 많이 유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신한은행의 일임형 ISA 1인당 평균 가입 금액은 542만7500원으로, 2위인 KB국민은행(129만4300원)보다 400만원 이상 많다. 은행별 신탁형 혹은 일임형 ISA 가입 현황을 보면 KB국민은행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거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7월 18일부터 ISA 계좌이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권의 ISA 경쟁 ‘2라운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행권에선 ISA 가입 건수 늘리기 경쟁보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수익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 이탈 막아라’…수익률 제고에 사활

시중은행들은 일임형 ISA 수익률 전쟁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이 자산 운용에 특화된 전문가 인력 구축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그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일임형 ISA에서 핵심인 ‘수익률 강화’를 위해 증권사·국민연금·한국은행 등에서 5년 이상의 자산 운용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 운용 인력을 ‘일임업 담당자’로 배치했다.

우리은행은 프라이빗 뱅크(PB) 고객과 일반 고객에 대한 자산 관리 전담 인력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자산 관리 프로그램인 WMS(Wealth Management System)를 활용해 고객 상황별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스스로 개인 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체계적인 자산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만의 차별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 운용 인력을 보강하고 전문 기관인 KG제로인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또 고객이 선택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KB국민은행의 우수한 자산 운용 전문가들이 운용 전략, 시장 환경 등에 따라 상품 선정, 자산 배분, 리밸런싱까지 ‘원스톱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다양한 운용 전략 확보와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위해 리서치 업체와 컨설팅 제휴를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일임형 ISA 자산 운용을 담당할 인력을 증권사에서 10년 이상의 관련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IBK기업은행은 은행을 찾는 ISA 고객들을 위한 추가 컨설팅 서비스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현재 전 영업점에 ‘IBK평생설계플래너’를 배치하고 고객에게 전문적인 은퇴 상담을 해주고 있으며 영업점뿐만 아니라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에서 가능한 ‘IBK평생설계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맞춤 은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KEB하나은행은 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 통합 일정에 따라 일임형 ISA를 7월 말 출시할 예정이다. 총 9개의 일임형 모델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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