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만능통장’ ISA]
{마케팅 과열 후유증 불구 꾸준한 성장…“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출발은 화려했다.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출범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얘기다.

지난 3월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도 전부터 금융 당국과 은행·증권사들마다 ‘만능통장’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일까. 출범 4개월째를 맞은 지금 ISA가 ‘만능통장’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은행·신탁형에 몰려…절반이 예·적금

ISA는 계좌 하나에 예금·적금·펀드·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담아두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계좌를 말한다. 계좌 내에서는 언제든지 상품 간 교체 매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절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5년간의 의무 가입 기간 동안 발생한 순소득 중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총급여 5000만원(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는 의무 가입 기간 3년 동안 순소득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계좌이동제 7월 18일 시행 ‘ISA 판도 바뀐다’
금융 당국이 ISA를 도입하면서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강조한 이유는 분명하다. ISA는 2015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국민 재산 증진’을 목표로 탄생했다.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 근로 사업 소득자가 재산을 늘려 가기 위해서는 서민층의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금융회사들의 전문 자산 관리 서비스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서민층에서도 소액의 투자 자금을 활용해 얼마든지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자산을 늘릴 수 있다”며 “ISA는 이 같은 경험을 확산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의 ISA 전자 공시 서비스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ISA의 가입자는 총 236만7794명, 가입액은 2조457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입자는 2배 이상, 가입액은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은행권 ISA 가입자가 212만3552명(전체 가입자의 약 90%), 가입액이 1조7202억원(전체 가입액의 약 70%)으로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다.

증권사 ISA 가입자는 24만3212명, 가입액은 7353억원으로 집계됐다. ISA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펀드를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과 모든 자산 관리 결정을 금융사에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현재 은행과 증권을 통틀어 신탁형 가입자가 213만2720명, 가입액 2조1425억원, 일임형 가입자는 23만5074명, 3148억원으로 그 비율이 9 대 1에 가깝다.

운용(편집 자산 총괄) 현황을 살펴보면 신탁형 ISA 중 예·적금에 편입된 자산은 1조779억원으로 50%에 달한다. 특히 은행은 전체 신탁형 ISA 중 예·적금 비율이 67.4%(9714억원)에 달한다. 증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신탁형 ISA 가입액 중 예·적금의 비율은 14.9%(1056억원)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환매조건부채권(RP)과 같은 안전 자산 투자 비율은 40.5%(2878억원)로 비교적 높았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일 현재 ISA 계좌의 70%가 가입액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서 민 의원실에 제출한 ‘ISA 금융사 가입 금액별 계좌 현황 자료’를 통해 지난 4월 이후 한 달 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 계좌 수(136만2800여 개) 가운데 74.3%에 해당하는 101만3600여 개가 가입액 1만원 이하의 계좌로 확인됐다. 증권사도 1만원 이하의 계좌가 36.4%(5만2000여 개)로 나타났다.


◆일임형 수익률 매달 공시

출시 이후 ISA가 빠른 속도와 가입자와 가입액을 늘려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SA는 1인 1계좌가 원칙으로 복수 가입이 불가능하다. 출범 초기 각 은행사와 증권사들이 앞다퉈 실적 경쟁을 벌였던 이유다.

실제로 민 의원은 ‘증권사 임직원의 자사 ISA 가입 현황’ 자료를 근거로 지난 6월 10일 기준 ISA 가입자의 대략 10%가 각 금융회사 임직원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ISA 가입자의 상당수가 ‘허수’라는 얘기다. 여기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게 각 금융회사의 일임형 ISA 수익률 발표와 7월 중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계좌이동제다.

ISA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증권사들의 운용 전략과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30일 ‘ISA다모아’를 통해 처음으로 각 증권사들의 일임형 ISA 수익률이 공시됐고 은행권의 일임형 ISA는 7월 말 첫 수익률 공시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의 ISA 계좌를 타 금융사 계좌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실시된다면 ISA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7월 1일 계좌이동제를 시행하기로 예정했지만 일부 은행들의 전산 시스템 작업이 늦어지면서 7월 중순으로 연기된 상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7월 18일 계좌이동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난 6월을 시작으로 앞으로 일임형 ISA 수익률이 매달 공시된다”며 “지금 당장의 수익률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향후 그 결과가 누적될수록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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