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의 역사

경량화·성능 개선 이어져…스마트폰 활용한 ‘미디엄·캐주얼’ 방식도 인기

'SF 소설 속 상상이 현실로' 1968년 첫 헤드셋 탄생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전 세계가 ‘포켓몬 고’ 열풍에 빠지면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들은 최근 들어 이슈가 되긴 했지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실제 기술이 나왔고 심지어 소설 속에서는 1930년대에 이 용어가 사용됐다.

◆ 세가, 1991년 게임용 VR 헤드셋 첫선

VR의 개념은 1935년 발표된 스탠리 와인바움의 단편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에 처음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한 박사를 만나게 되고 그가 개발한 안경을 쓰게 된다. 주인공은 분명 방 안에서 안경을 썼지만 안경 넘어 보이는 장면은 숲속이다.

이 소설의 한 장면이 바로 현재의 HMD(Head mounted Display :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 첫 형태인 것이다.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VR 기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대다.

모간 헬리그는 단일 사용자용 콘솔 ‘센소라마’를 통해 입체영상·음향·영상에 맞춰 진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정지 사진을 넘어 3D 입체 동영상까지 선보였다.

VR의 상징처럼 돼버린 HMD는 1968년 미국 유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연구하던 이반 에드워드 서덜랜드가 개발했다.

당시 서덜랜드는 컴퓨터와 연결된 머리 착용식 액정 시스템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 기기는 너무 무거워 천장에 기기를 매달아 놓고 사용해야 했고 이런 모습이 이용자들에게 거부감을 줘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VR는 1990년대 초 게임과 접목됐다. 1991년 세가(SEGA)는 미국 시장에 ‘세가VR’라는 최초의 게임용 VR 헤드셋을 선보였다. 물론 이 기기 역시 실패했지만 이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게임과 연동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후 1995년 닌텐도가 ‘버추얼 보이’라는 게임기를 출시했다. 게임보이의 개발자 요코이 군페이가 개발한 3D 게임기로, 커다란 고글형의 디스플레이를 머리에 쓰고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VR 기기는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현재까지 왔다.

VR는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로 느끼게 하는 기술을 말하고 증강현실(AR)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VR는 오큘러스 리프트, AR는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인 기기다.

실제로 우리는 오래전부터 VR와 AR를 경험해 왔다. VR는 이미 놀이기구와 영화 등을 통해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어두운 방이나 공간에 들어가 정면의 롤러코스터 화면에 맞춰 움직이는 의자, 정면에서 바람과 물이 나오는 4D 영화도 VR의 한 부분이다.
'SF 소설 속 상상이 현실로' 1968년 첫 헤드셋 탄생
◆기어VR는 스마트폰 끼우는 형태

AR는 차량 내비게이션의 HUD(Head Up Display)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2008년 국내 아이폰 출시 이후 AR 게임과 내비게이션 길찾기 등을 통해서도 이 기술을 접했을 수도 있다.

현재 VR 기기는 PC나 게임 기기에 연결하는 프리미엄 제품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제품이 있다. 첫째 타입은 ‘슈퍼(Super) VR’ 기기로, 게이머 등을 중심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기기 가격이 비싸고 고사양 PC나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어야 한다.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HTC 바이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타입은 스마트폰을 연동한 ‘미디엄(Medium) VR’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소비자들의 스마트폰을 활용해 간단하게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별도 비용이 들지 않아 대중화에 적합하다. 다만, 이 방식은 고화질이나 빠른 움직임 등이 필요한 게임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삼성의 ‘기어VR’,구글의 ‘카드보드’, 중국 북경폭풍마경과기유한공사의 ‘폭풍마경’ 등이 있다.

셋째로는 ‘캐주얼 모바일(Casual Mobile) VR’로 헤드셋 없이 스마트폰만을 이용해 VR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마운트 등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만으로 영상 등 콘텐츠를 재생하는 것이다. 기기별 특성을 요약하면 별도 기기가 필요한 고급 제품은 높은 몰입도가 요구되는 게임에서, 반면 스마트폰 연동 제품은 풍경 등 빠른 전개가 필요하지 않는 콘텐츠에 주로 사용된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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