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불황에 크는 NPL시장 : 전문가 대담]
직접 매입 금지, 입법 목적 모호…간접투자도 ‘학습’ 필수
“NPL 전문가 극소수, 교육기관·자격증 만들어야”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오른쪽부터), 강은 지지옥션 투자운용본부 팀장, 성시근 강남에듀 평생교육원 원장이 NPL시장의 전망과 유의사항 등에 대해 대담하기에 앞서 한국경제신문 1층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기남 기자

[정리=김병화 한경비즈니스 기자] NPL(Non-Performing Loan : 부실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7월 25일부터 시행되면서 NPL 개인 직접투자가 금지됐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NPL 투자는 수익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수익률을 올리는 과정 속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는 말이다. 이번 대부업법 개정으로 투자 전략 변화는 물론 NPL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NPL 투자 전망과 유의점 등을 살펴보기 위해 국내 NPL 전문가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강은 지지옥션 투자운용본부 팀장, 성시근 강남에듀 평생교육원 원장이 좌담에 참석했다.
“NPL 전문가 극소수, 교육기관·자격증 만들어야”
▶사회(김병화 기자)= NPL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NPL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이하 황 실장)= 기업 투자자 측면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비교적 높은 수익률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NPL의 매력입니다. 한 번에 나오는 금액 단위가 100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 투자자들은 정보 접근성 및 분석 능력을 갖춰 체계적 접근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시장 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강은 지지옥션 투자운용본부 팀장(이하 강 팀장)= NPL 투자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저금리 시대의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레버리지의 활용도 가능해 소액 투자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성시근 강남에듀 평생교육원 원장(이하 성 원장)= NPL 개인 투자는 ‘배당 투자’와 ‘유입 투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배당 투자자는 매입 금액에서 배당 금액까지의 차액을 수익으로 하는 ‘갭’ 투자를 주로 하는데 10% 이상의 수익이 가능합니다. 유입 투자자는 경매 입찰에 직접 참가해 일반 경매 입찰자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낙찰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 그동안 한국의 NPL 투자 문화는 어땠나요.

▶성 원장= 한국의 NPL 투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배경으로 국내에서 1998년 자산 유동화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시작됐는데 초창기에는 론스타 등 외국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달성했고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대규모의 자금력을 갖춘 유동화 전문 회사만의 고수익 투자처였던 NPL 투자는 점차 개인 투자자의 투자처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황 실장= NPL 투자는 부동산 대출채권 근저당권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익을 얻는 방법은 ‘채권액을 배당받는 방식’과 ‘직접 경매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경매에 참가하는 투자자는 낮은 낙찰가액으로 부동산을 구입해 높은 가격에 매도해 양도 차익을 취하는 방식인 반면 NPL 투자는 채권, 즉 근저당권을 매입하기 때문에 높은 금액으로 낙찰될수록 채권 회수액이 많아지면서 투자 수익이 높아집니다.

▶사회= 공동투자(일명 ‘돌려막기’)나 잘못된 컨설팅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많았죠.

▶강 팀장= 동일 채권을 다수에게 거래하거나 채권 매각 후 근저당 이전 없이 사후 정산 방식으로 유혹한 뒤 정산해 주지 않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매입하지 않은 부실채권을 사 온 것으로 속이고 자산 리스트만 중간 컨설팅 업체들에 돌려 선매각하는 것처럼 위장해 돈을 모읍니다. 채권도 이전해 주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면 나중에 더 좋은 것을 주겠다면서 입막음을 합니다.

▶황 실장= 부실채권을 사들여 법원 경매를 통해 되팔고 수익금을 나눠주겠다는 투자 대행업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명 자산 관리 회사나 경매 사이트 전문가라는 홍보만 믿고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가 수익을 낼 수 없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과도하게 높은 고정 수익을 제시하며 모집하는 ‘무담보 NPL’ 투자나 묻지 마 식 근저당권 매입 낙찰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성 원장= 예쁜 장미에도 가시가 있듯이 어떤 투자든지 수익과 위험은 비례 관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NPL 투자도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유동화 회사, 자산 관리 회사, 컨설팅 업체 등도 주의해야 합니다.
“NPL 전문가 극소수, 교육기관·자격증 만들어야”
▶사회= NPL 투자 시 주의 사항을 짚어주신다면.

▶황 실장= 부동산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고 부동산에 대한 물건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유찰이 반복돼 경매 물건이 NPL 매입 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낙찰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강 팀장= NPL 투자는 경매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합니다. 권리 분석뿐만 아니라 배당표를 직접 만들 수 있어야 실질적인 수익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식이 없다면 매각 기관 혹은 파는 사람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전문가의 역할도 클 것 같습니다.

▶강 팀장= 자산에 대한 가치 분석, 자산 관리, 경매 신청부터 배당까지 전체 과정에 대한 관리와 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대응들이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황 실장= NPL 투자는 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법률적 지식이 요구됩니다. 특히 부동산 물건의 법적 권리, 채권 행사 권리금액, 배당 가능 금액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이 필요한데 이러한 사전 분석 과정에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성 원장= NPL의 개념과 투자에 대한 위험성 등을 사전에 정확하게 인지시키고 전문가의 언론 활동을 통한 NPL 투자의 진실을 홍보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는 NPL 전문가가 극소수입니다.

▶사회= 한국에서 NPL 전문가 양성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말인가요.

▶강 팀장= 특별한 양성 기관이 없고 관련 회사에 취업해 실무를 경험하는 것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NPL 학원도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투자자 측면에서 강의하는 것이지 자산 관리 등을 위한 강의는 아닙니다.

▶성 원장= NPL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 자격증의 인허가가 시급합니다. 일정한 자격 조건(부동산학 박사, 동종업계 근무 경험 5년 이상 근무, 금융회사 10년 이상 근무 이상)을 갖춘 자가 교육 및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최근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의 NPL 직접 취득이 금지됐습니다.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강 팀장= 긍정적으로는 과열된 NPL 시장에 대한 진정 효과와 부도덕한 NPL 기업에 대한 제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황 실장= NPL 펀드 시장 확대를 통한 NPL 투자시장의 확대도 예상됩니다.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한 시장 구조 개편이 예고되는데요. 기존에 직접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고 NPL 간접투자에 참여하는 개인의 범위와 자금 규모도 커질 것입니다.

▶사회= 개인 직접 취득 금지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는 무엇인가요.

▶성 원장= 개인들은 NPL에 투자하기 위해 소규모의 대부 업체를 양산하는 등 편법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보통 개인 NPL 투자 시 전환 무담보 채권에 대한 추가적인 추심을 하지 않지만 유동화 전문 유한회사 및 대부 업체는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잔여 채권을 신용 정보 회사, 대부 업체 등에 재매각하거나 적극적인 채권 추심으로 채무자의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강 팀장= 개인 투자자의 지위가 약해질 것이고 사후 정산 방법을 강요당함으로써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확대되던 NPL의 유통과 대중화가 퇴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 이 밖에 NPL과 관련해 개선·보완해야 할 제도나 정책이 있다면.

▶황 실장= NPL 간접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고 공모 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자 보호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NPL 펀드 운용업자의 전문성이나 위험관리 내부 통제장치를 확보하기 위한 규제안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 원장= 담보부 NPL 투자를 분리해 시장 기능에 맞기고 무담보부 NPL 채권 등은 현행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의 직접 취득 금지가 ‘재산권 침해’ 및 ‘직업 선택의 자유’ 등에 대한 위헌 요소는 없는지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강 팀장= 과도한 규제는 최소한의 피해와 적시, 적소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을 때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번 개인 부실채권 취득 금지도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시행령을 만들었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취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사후 정산까지 철저히 막는 것이 맞고 채권을 양수 받은 개인이 채무자들을 추심하는 것이 문제라면 추심에 관한 법을 개정·보완하는 것이 옳습니다.

부도덕한 컨설팅 업체나 중소 자산 관리 회사로 인해 NPL 거래 시 피해자가 양산된다면 해당 업체를 처벌하는 것이 적절한데 이번 시행령은 개인의 채권 양도를 막아 수년간 시장이 커지고 재테크로 자리 잡으려는 NPL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NPL 전문가 극소수, 교육기관·자격증 만들어야”
▶사회= NPL 투자시장의 전망은 어떤가요.

▶황 실장=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따라 기업 부실과 가계 부채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NPL 투자시장이 당분간은 성장세를 이어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은행에 대한 건전성 관리 강화 추세로 은행권으로부터 매각되는 NPL 물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 원장= 개인의 직접 취득 금지로 NPL 투자시장의 냉각도 예상됩니다. NPL 투자의 최종 소비자인 개인 투자 금지는 NPL 채권에 대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금융회사의 NPL 매각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금융회사의 피해도 우려됩니다.

▶사회= 건전한 NPL 투자 문화를 위한 제언을 해 주십시오.

▶황 실장= NPL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간접투자 방식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투자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투자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부동산 물건에 대한 법적 권리, 채권 행사 권리금액, 배당 가능 금액 등에 대해 사전적으로 학습한 후 투자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강 팀장= 정부는 부실채권이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점검해 개인 거래의 전면적인 차단이 아닌 안전한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 깊은 통찰이 수반된 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은 컨설팅 회사나 자산 관리 회사에서 제안하는 편법적 양도 방법에 대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고 준비를 통한 NPL 투자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성 원장= 건전한 NPL 투자 문화를 위해서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NPL 투자에 대한 충분한 실무와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NPL 시장은 조금 더 개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선진국처럼 금융회사에서 담보부 부실채권에 한정해 개인이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NPL 투자 상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 교육을 통한 부동산 가치 분석과 NPL 채권에 대한 권리 분석이 필요합니다.

kbh@hankyung.com

[커버스토리 기사인덱스]
-'돈 되는 부실채권' 15년 만의 최대…잘 고르면 연 3~10% 수익 '거뜬'
-[개인 투자 어떻게] NPL 학원 '썰렁'…펀드 투자로 중심 이동
-[금융회사들의 진출 현황] '기업 구조조정 급물살' NPL 큰 장 선다
-[전문가 대담]"NPL 전문가 극소수, 교육기관·자격증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