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편의점 히트 상품
키덜트 감성 건드린 ‘블록 장난감’…숙성 김치 맛 살린 ‘밥말라’ 라면 인기

‘편의점에서 이런 것도 팔아?’ SNS 타고 입소문
온갖 먹거리와 제품을 다 판매하는 편의점은 그야말로 ‘현대판 만물상’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획의 편의점 자체 상표(PB) 상품들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3사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을 모아봤다.

◆"키덜트族 잡아라" 장난감 파는 CU

‘달리는 씨유(CU)’, ‘우리동네 CU’,‘변신 하는 CU’ 그리고 ‘내 맘 속의 CU’까지. 국내 최대 편의점 업체인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가 조그마한 블록 장난감으로 재탄생했다. 2015년 10월 CU가 국내 최대 블록 장난감 제조사인 ‘옥스포드’와 손잡고 선보인 PB 블록 장난감이다.

CU 점포 등을 실제 블록 장난감으로 개발해 한정판으로 판매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최초다. 먹거리 제품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의점에서 ‘장난감 PB 상품’이 팔리겠느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상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난감 1탄 ‘달리는 CU(배송 차량)’와 2탄인 ‘변신하는 CU(이동형 편의점)’, ‘우리 동네 CU(표준형 점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입소문을 통해 키덜트족에게 큰 인기를 끌며 판매 개시 3~5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1탄 ‘달리는 CU’는 출시 1주일도 안 돼 3000개를 완판했고 그다음 출시된 ‘변신하는 CU(2탄)’의 점포 발주량은 4만 개가 훌쩍 넘었다. 점당 한정된 수량만 공급되다 보니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웃돈에 거래될 정도였다.

CU선릉역점 최순재 점주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강남 일대 점포를 순회하는 남자 손님이 있을 정도였다”고 달아오른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블록 장난감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출시 후 6개월(2015년 10월~2016년 3월) 동안 CU의 완구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6.1%나 껑충 뛰었다.

BGF리테일 생활용품팀 윤태준 머천다이저(MD)는 “편의점의 주 이용객인 2030세대의 최신 메가 트렌드인 키덜트 코드를 공략해 한정 수량이라는 희소성의 가치를 더하게 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CU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PB 블록 장난감’을 통해 편의점이 친근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CU의 히트 상품으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리터 생수’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생수는 500mL, 2리터 용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들에게 500mL는 턱없이 부족하고 2L는 다소 양이 많아 개봉 후 보존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CU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세밀한 소비자 분석을 통해 1리터짜리 PB 생수 ‘미네랄워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경남 산청군 지리산 청정 지역에서 취수한 생수로, 일반 상품보다 mL당 가격이 50% 이상 저렴하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1인 가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용량 냉장고에 맞춰 상품 규격(높이 21cm , 폭 8cm)을 디자인함으로써 1인 가구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올해 4월 출시된 ‘밥말라 부대찌개라면(1800원)’도 떠오르는 기대주다. ‘밥말라’라는 이름은 ‘밥 말아 먹기 좋은 라면’의 약칭이다. 면발과 소스를 강조한 프리미엄 라면이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라면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CU가 올해 처음 선보이는 프리미엄 라면 시리즈다.

무엇보다 라면과 별개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을 즐기는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에 맞춰 담백하고 진한 국물을 강조했다.

‘밥말라’ 시리즈의 첫째 상품인 ‘밥말라 부대찌개라면’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얼큰한 의정부식 부대찌개 맛을 내기 위해 칼칼한 김치와 고소한 소시지를 원물 그대로 레토르트 파우치에 따로 담았다.

이렇게 레토르트 방식으로 포장된 소스는 건더기스프나 분말스프와 달리 원물 고유의 색과 향미가 살아있어 실제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저렴하고 실속 있게" GS25

‘라면계 절대 강자’ 신라면도 제쳤다. 이 상품이 ‘대박’을 치며 덩달아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다. 출시 1년 만에 900만 개가 판매되는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편의점 히트 상품의 최고봉에 오른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 효과다.

이 제품은 숙성 김치의 깊은 맛으로 유명한 맛집 ‘오모리’와 손잡고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오모리 김치찌개의 묵은 김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김치 원물과 김치찌개 양념을 레토르트 포장한 김치스프가 별도로 들어 있어 동결건조된 김치로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김치찌개 라면과는 확실하게 차별화했다.

그 덕분에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출시와 동시에 SNS를 통해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갔다. 2014년 12월 24일 출시 이후 현재까지 라면 카테고리(봉지 라면+용기 라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김치찌개 라면을 통해 차별화된 맛과 품질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광고 외에는 인지도를 높이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SNS가 활성화되면서 제품의 경쟁력만 확실하다면 상상 이상의 광고 효과로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게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대표 상품이 ‘갓혜자’, ‘혜자스럽다’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킨 ‘GS25 김혜자 도시락’이다. 이 도시락은 백종원(CU), 혜리(세븐일레븐) 도시락과 같은 ‘스타 도시락’ 열풍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어머니의 대명사인 배우 김혜자 씨를 앞세워 2010년 9월 출시 이후 2015년 누적 판매 수량 1520만 개를 돌파했다. 편의점 도시락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35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8가지 정도의 다양한 반찬을 담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그 덕분에 인터넷에서는 ‘혜자스럽다’라는 신조어가 ‘저렴하고 알차다’와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GS25는 최근 ‘김혜자 도시락’의 진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지난 7월 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김혜자 민물장어덮밥’이다. GS25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리 주문받은 상품만 생산하는 프리미엄 도시락이다. 모바일을 통해 GS25 앱을 다운 받은 뒤 ‘나만의 냉장고’ 메뉴에서 도시락 예약 주문을 할 수 있다.

이 도시락은 고단백 보양식 재료로 알려진 민물장어의 머리를 제거하고 한 마리를 통째로 당귀·감초 등의 한약재를 사용한 소스에 재어 장어의 담백한 맛을 살려 구워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보양 상품이다.

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1만원짜리 프리미엄 도시락에 고객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품 출시 이후 나만의 냉장고 도시락 주문 건수는 직전 같은 기간 대비 34.7%나 증가했고 나만의 냉장고 주문 도시락 매출 역시 93.6%나 늘었다.

정재현 GS리테일 편의점 도시락 MD는 “SNS의 ‘혜자 열풍’은 신뢰감과 안도감을 주는 김혜자 씨의 이미지와 최고의 만족감을 제공하는 도시락을 만들겠다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라며 “특히 장어덮밥도시락은 프리미엄 도시락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객들의 만족감과 선택의 폭을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이런 것도 팔아?’ SNS 타고 입소문
◆"요구르트의 화려한 변신" 세븐일레븐

‘국민 간식’ 요구르트도 편의점 PB 상품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화려한 옛 명성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지난 5월 출시한 ‘PB 아이스요구르트’와 ‘PB요구르트젤리’다.

PB 아이스요구르트는 하루 평균 2만5000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했다. 세븐일레븐 하절기 아이스크림 판매 1위다.

이 제품은 여름철 간식으로 요구르트를 얼려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파스퇴르요구르트를 사용했고 제조는 롯데제과에서 맡았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제과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만 기존엔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을 만들어 내면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PB 요구르트젤리도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SNS에서 ‘요구르트젤리’ 인증 사진이 유행하며 품귀 현상이 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돌파하고 세븐일레븐 전체 과자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젤리 시장 1위 브랜드인 하리보의 ‘골드바렌젤리(100g)’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요구르트젤리는 젤리에 요구르트 원액을 그대로 담아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은 ‘세븐카페’다. 세븐카페는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전자동 ‘드립 방식’ 추출 커피다. 고압 스팀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방식이 아니라 종이 필터를 이용해 한 잔씩 내린다.

드립 방식의 커피는 오일 성분이나 미세한 입자들이 필터에 걸러지면서 더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상의 커피 맛을 구현하기 위해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세븐카페 전용 로스터를 통해 로스팅하고 있다. 원두 산지는 브라질산 40%, 에티오피아산 40%, 콜롬비아산 20%를 사용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세븐카페 머신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40초 후에 원두커피를 맛볼 수 있다”며 “저렴한 가격 또한 장점으로 20~30대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