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빅데이터로 본 편의점 히트 상품

“오피스 지역 편의점에선 김밥, 10대들에겐 주먹밥 인기”
전국 편의점 3만 개. 대한민국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편의점은 현대인의 소비생활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곳이다. 지역별·시간대별 상품 판매량에 따라 그 지역의 주요 소비층이 누구인지는 물론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엿볼 수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CU가 최근 3년간 서울시 25개 행정구역별로 간편식 매출 동향을 살펴봤다. 이와 함께 시간대별 인기 제품 또한 빅 데이터를 통해 알아봤다.

◆ 점심 매출보다 '저녁 매출' 강세

편의점 간편식품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제품은 ‘주먹밥’이다. 이 주먹밥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은 양천구였다. 전체 간편식품 중 주먹밥 매출이 38.7%를 차지했다. 삼각김밥으로 대표되는 주먹밥은 청소년들의 구매 비율이 특히 높은 상품이다.

서울 목동과 같은 대단위 학군이 조성돼 있는 양천구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양천구 외에 주먹밥 매출 비율이 높았던 강동구(36.6%)·송파구(35.7%)·노원구(35.1%)·서초구(34.4%)도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도시락은 신림동과 봉천동 지역을 중심으로 고시촌·원룸촌이 형성돼 있는 관악구의 매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33.9%로 나타났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고시생들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주택가 지역에서는 햄버거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강북구(20.0%)·중랑구(19.2%)·강동구(19.1%)·노원구(19.0%) 등 서울 동쪽 지역들이 매출 상위 1~4위를 모두 차지했다.

햄버거는 10~20대들의 간식 개념으로 주로 구매되면서 해당 지역들의 매출 비율은 전체 평균(15.4%)보다 4~5%나 더 높았다. 샌드위치는 성동구가 가장 높은 매출 비율(18.9%)을 보였는데, 주중 나들이객이 많이 찾는 서울숲이 자리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인왕산·북한산·경복궁·종묘 등 도심 관광지가 집중돼 있는 종로구(17.0%)가 그다음 순위를 기록했다.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인기가 많은 김밥은 대표적인 업무·상업 지역들의 매출 비율이 대체로 높았다. 오피스가가 몰려 있는 중구(13.5%)·서대문구(12.6%)·종로구(12.2%)·강남구(12.0%)가 모두 5위 내에 랭크됐다.

지역별 매출만큼이나 시간대별 매출의 차이도 컸다. 특히 최근 3년간 CU의 시간대별 매출 비율 빅 데이터 분석 결과 저녁 시간대(오후 7~10시) 매출이 매년 0.3%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1.1% 증가했다.

반면 지금까지 꾸준히 높은 매출지수를 보이던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는 0.3%, 야간 시간대(오후 11시~오전 2시)는 0.7% 감소했다.

편의점의 저녁 시간대 매출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최근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혼밥족’과 ‘혼술족’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개인 생활을 중요시하는 1인 가구의 특성에 따라 심야 활동을 자제하고 조기 귀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저녁 시간대에 가장 많이 팔리는 주류의 지난 3년간 평균 매출 상승률은 약 25%에 달했다.

상품마다 잘 팔리는 시간대도 모두 다르다. 저녁 시간대의 메인 상품이랄 수 있는 주류만 보더라도 맥주와 소주는 오후 10~12시 야간 시간대 매출이 30%가 넘는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야간에 주류 매출이 높은 만큼 안주로 구매되는 냉장·냉동식품들도 오후 10~12시에 덩달아 가장 높은 매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즉석 원두커피는 단연 아침 시간대에 가장 많이 팔린다. 오전 8~10시의 매출 비율(27%)이 가장 높았고 오후 12~1시 점심시간 매출(26%)이 그다음 순위였다. 주로 아침에는 카페인 섭취를 통해 잠을 깨기 위한 목적이고 점심에는 식후 디저트로 커피를 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 구매 비율이 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택배는 마감 시간을 앞두고 이용률이 가장 높다. 통상 편의점에서 택배 수거는 보통 오후 6시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그 바로 직전인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택배를 접수하려는 사람들로 가장 북적인다.

안전상비의약품은 대부분의 약국이 영업을 종료하는 오후 8시부터 오후 10까지 매출 비율이 가장 높다. 이 시간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가 넘는다. 같은 시간대 전체 평균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2%대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다.

홍철기 BGF리테일 영업기획팀장은 “최근 식당이나 술집보다 집에서 혼자 밥과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집 근처 편의점이 주요 소비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며 “빅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고객의 숨은 니즈를 읽어내 상품 진열이나 기획 상품 개발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