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일본 편의점에선]
PB·‘감동 서비스’ 앞세운 유통 전쟁의 최후 승자…폐점도 잇따라
일본에선 편의점 포화 논쟁 ‘무색’
(사진) 다양한 상품을 진열한 일본의 한 편의점.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예상은 빗나갔다. 이대로라면 결국 편의점이 유통업계의 최후 승자로 남을 전망이다.

지지부진한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사양 궤도와 뚜렷이 구분되는 확장세 때문이다. 덩치뿐만 아니라 내실마저 만만치 않다. 고객 장악력 및 장부상 흑자도 모두 합격 점수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줄기차게 제기된 편의점 포화 논쟁은 멋쩍어졌다.

인구 변화와 소득 정체 등 거시 악재 때문에 편의점의 승승장구가 끝날 것이란 위험 경고가 빛바랜 셈이다. 그 대신 이례적인 성장세의 편의점 성공 DNA를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이다.

◆세븐일레븐, 점포비율 31%로 1위

먼저 통계 숫자로 일본 편의점업계의 성장 면면을 살펴보자.

매출액을 보면 급격하진 않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2005~2007년에 걸쳐 확연하게 성장한 후 2008~2011년까지는 제자리걸음이되 2012년부터 재차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속적인 확대 경향이다.

실제 신규 출점 여지가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쪽에선 폐점 사례도 뉴스거리다. 골목마다 편의점이니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 격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출점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체적으로는 폐점보다 출점이 많아 편의점은 5만 개(2013년)를 넘었다. 소매 유통 중 매출 순위는 백화점(13조 엔대)에 이은 2위(10조 엔)다. 2013년 내점 고객 155억 명, 평균 객단가 606엔을 기록했다. 2006년(각각 122억 명, 574엔)보다 확실히 성장했다.

1위는 세븐일레븐이다. 꾸준히 시장 점유를 확대한다. 매출액은 2000년 2조500엔대에서 2014년 4조 엔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이한 것은 2위 로손인데 상위 3사 중 유일하게 고전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1조2800억 엔에서 1조9600억 엔대의 성장에 그쳤다.

3위지만 2배 이상 드라마틱하게 성장한 게 패밀리마트다. 8400억 엔에서 1조8600억 엔으로 늘었다. 서클K생크스(4위)는 4위권 밖 기타 편의점보다 크지만 1~3위에 비해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기타 편의점 매출 총액은 ‘1조7000억 엔대(2000년)→1조1200억 엔(2010년)→1조6100억 엔(2014년)’의 흐름이다.

확실한 것은 양극화다. 상위 4사의 시장점유율이 85%로 강력한 과점 지도(시장점유율)를 완성한 가운데 나머지 존재감은 미약하다.

특히 1위 독주가 눈부시다. 세븐일레븐(38.5%)의 점포 비율은 31%다. 편의점 10곳 중 3곳이 세븐일레븐이란 의미다. 1만1735개(2007년)에서 1만7491개(2015년)로 점포 규모를 키웠다.

그러면 세간의 우려 속의 성장 곡선은 무엇 때문에 가능할까.

먼저 집객력이다. 편의점 성공의 최대 뼈대는 근접성이다. 가깝다는 거리적 근접성이 기타 유통을 눌려버린 일등 공신이다.

이 때문에 신규 출점을 위한 입지 분석에 사활을 건다. 물론 후보 공간이 부족하니 여기에 덧대 강조하는 게 상품력이다.

최근 청년 고객을 중심으로 특정 편의점의 특정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굳이 번잡함을 감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입맛에 맞는 특정 제품만 소비하려는 심리 발현이다. 그 편의점이 아니면 살 수 없는 독특한 제품인 셈이다.

언제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일률적인 인스턴트·공산품만 판다는 선입견이 사라졌다. 특정 간판만의 차별 메뉴가 중요해졌다.

타사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기본이다. 좀 팔린다 싶으면 바로 흉내 내며 따라하는 습성이 관행적이다. 최근 1~2년 새 붐을 일으킨 편의점 커피와 도넛·디저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 정점에 선 게 자체 상표(PB)다. 편의점 각 사가 기획·출시한 PB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사실상 PB 강화는 편의점업계의 상식이다. 세븐일레븐(세븐프리미엄)을 필두로 로손(로손실렉트)·패밀리마트(패밀리마트컬렉션) 등 고유한 PB 브랜드를 확대·보급 중이다.

PB에의 러브콜이 일방적인 이유는 원가 대비 수익률이 탄탄해서다. 저가인데 이익률이 높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덩달아 라인업은 강화 추세다. 디저트는 물론 반찬·채소 등에까지 진출한다. 품질 향상은 기본이고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통해 고객의 눈길을 호소한다.

상황이 이러니 편의점의 주력 제품은 매번 바뀐다. 예전엔 담배·잡지 등이 매출 신장의 주력 항목이었다면 최근엔 달라졌다. 도시락·반찬거리 등이 히트를 치더니 요즘엔 커피·디저트 등이 효자다.
일본에선 편의점 포화 논쟁 ‘무색’
그래픽=윤석표 팀장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

감동 서비스는 가장 치열한 경쟁 파트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신규 서비스는 편의점을 일상생활의 필수 공간으로 배치하는 중대한 성장 전략 중 하나다.

팔짱 끼고 기다리는 소극적인 집객과 통상의 상품 진열로는 매출 증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움을 위한 이종 업계와의 연대·제휴는 당연하다. 일부 점포에서 시험해 본 후 먹혀들면 전국 전개로 확대된다. 왕왕 상식 파괴의 서비스도 나온다. 최근엔 24시간 의류 수선(패밀리마트)까지 도입됐다.

ATM과 요금 수납은 고전적이다. 상품 배달부터 행정 기능까지 ‘사람 사업(Human Business)’을 지향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의 자전소설(‘편의점 인간’)이 2016년 대표적인 문학상을 수상했듯이 편의점은 현대 일본인을 이해하는 축소 공간이다. 그러니 대화 공간을 만들고 화장실을 24시간 오픈한다.

고령사회답게 구매 난민을 위한 이동 판매차도 있다. 일상품을 싣고 한계 지역을 방문하는 구조다. 도시락·반찬도 유기농에서부터 환자식까지 다종다양하다.

서비스·상품의 연결 지점은 ‘미니슈퍼’로 정리된다. 작은 슈퍼마켓을 노린 상품 세분화가 그렇다. 저가·소량의 PB 제품에서부터 간장·식용유·조미료까지 커버한다. 쇼핑 바구니를 든 여성 출현은 슈퍼로의 대체 근거를 뒷받침한다.

시장 포화를 이겨낼 신규 개척에도 열심이다. 해외 개척이 숙제다. 실제로 경제성장이 뚜렷한 동남아 등의 해외 전개가 가속화된다.

세븐일레븐은 북미에 8139개, 중국에 2017개의 해외 점포를 보유했다(2014년 9월). 패밀리마트는 한국에서 철수했지만 그 대신 대만·태국·중국 등 동남아 거점 권역에 5470개를 전개했다. 로손도 중국(459개)·태국(30개) 등에 해외 점포를 열었다(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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