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090호 (2016년 10월 19일)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쉴 수 없는 ‘막처세대’…“행복은 소득 순”

[커버스토리=삶의 만족도]
절반 이상이 우울증·고독감, 그나마 의지할 곳은 ‘배우자’뿐


(사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50대는 쉴 수가 없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력서를 쓰는 50대의 모습. /연합뉴스

{막처세대 :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으로부터 효도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첫 세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 대기업 임원인 김민철(가명·54) 씨는 요즘 부쩍 가슴이 답답하다. 하늘의 별보다 따기 어렵다는 임원 자리에 올라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는 하지만 숨겨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안 돼 대학원에 진학한 아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딸아이 시집도 보내야 한다. 여기에 요양병원에 모신 어머니도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에는 이런 불안 때문인지 우울증 약도 복용 중이다. 그는 “내가 무너지면 가정이 다 무너진다”며 “어떻게든 내가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 소득수준이 삶의 만족도 좌우

대한민국 50대의 키워드는 ‘불안’이다. 고용의 불안과 가정의 불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이 불안의 근본 원인은 경제력과 직결된다. 이런 현상은 한경비즈니스가 대한민국 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50대 라이프스타일’ 설문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불만족 요인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50대 1000명 중 622명이 ‘경제적 부’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을 사는 50대는 돈이 많이 필요한 세대다.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고 자녀 결혼으로 뼈가 빠지는 세대다. 자신의 노후 대책도 없는데 여전히 노부모 봉양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50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예전에는 나이 50이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 나이 든 부모를 다시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였다. 아들딸이 ‘연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핵가족화되면서 지금은 20~30대 자녀를 오히려 나이 든 부모가 역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대한민국에 사는 50대는 대부분이 결혼한 지 20년 이상, 부모님 중 한 분 이상이 생존해 있고 자식은 2~3명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취업을 앞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수익이 있어야 가정의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50대가 일하는 환경은 불안하다. 직장에서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자영업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취약한 사회보장 및 공적연금 시스템으로 노후 대비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에 대응해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공기업이나 공직 사회를 제외하고 금융권을 포함한 민간 기업은 50대에 들어서면 명예·희망퇴직의 압력을 받게 된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임금 피크제를 적용받아 ‘뒷방’ 신세의 잉여 인력으로 취급받는 등 ‘나이 차별’을 받는다. 노동 개혁으로 해고가 더욱 자유로워져 이들의 고용 불안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일까. 경제생활을 주로 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돈에 대한 걱정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불만족 요인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응답자 중 남성은 1000명 중 672명(67.2%)이 경제적 부를 꼽았지만 여성은 572명(57.2%)에 그쳤다.

반면 여성은 불만족 요인으로 ‘가정생활’을 꼽은 이가 128명(12.8%)으로 남성 94명(9.4%)에 비해 높게 조사됐다. 이는 그동안 치열한 직장 생활을 해와 가정에 소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돈과 깊게 연관돼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50대 1000명의 응답자 중 월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76.1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200만원 미만의 소득층은 최하인 58.3점으로 조사됐다.

200만~400만원은 64.2점, 400만~600만원 68.6점, 600만~800만원 74.4점, 800만~1000만원 70.9점으로 소득과 만족도는 비례했다. 재직 여부도 삶에 만족도에 영향을 끼쳤다. 직장인의 만족도는 66.6점으로 비직장인 62.7점에 비해 높았다.

직장 내 자신의 삶의 만족도에서도 소득은 절대적 기준이 됐다.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돈을 많이 받을수록 직장에서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1000만원 이상 소득수준을 가진 이들의 직장 만족도는 ‘만족’ 이상(매우 만족+만족)이 55%였지만 200만원 미만의 소득수준에서는 ‘만족’ 이상의 응답이 23.5%로 조사됐다.

가정 내에서도 소득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만원 미만의 소득 가정에서는 39.9%만 만족(매우 만족+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600만~800만원의 소득 가정에서는 71.6%, 800만~1000만원 가정은 70.3%에 달했다. 1000만원 이상의 소득 가정의 만족 응답은 65%로 나타났다.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 역시 돈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대체적으로 ‘만족’ 이상(만족+매우 만족)의 비율이 높았다. 600만~800만원 계층이 76.1%, 800만~1000만원이 75.7%, 1000만원 이상이 65%였다.

반면 200만원 미만의 소득 계층에서는 만족 응답이 48.7%로 나타났고 200만~400만원 53.2%, 400만~600만원 64.4%로 각각 조사됐다.



◆ 여성 71.8% 남성 67%가 고독감 느껴

이처럼 2016년 대한민국에 사는 50대는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대다.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라는 사명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들 50대를 일컬어 ‘막처세대’라고 말한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으로부터 효도 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첫 세대’라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옆 나라인 일본에서도 겪고 있는 진통이다. 젊은 시절 일본의 경제성장을 구가한 일본의 50대 역시 노부모 부양과 자식 뒷바라지를 이유로 최대한 긴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조용히 튀지 않게 직장에 눌러앉는 것이다. 이를 빗대 일본에서는 50대를 ‘삶은 개구리’라고 칭하고 있다.

한국 50대와 일본 50대의 공통점은 회사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이라고 여기며 여가도, 건강도 뒤로 미뤄둔 채 살아온 ‘회사형 인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막막한 앞날이다. 취업을 하지 못한 자녀의 뒷바라지와 부모 부양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회사는 더 이상 이들을 원하지 않는다. 당연히 스트레스다.

이 때문일까. 이번 설문 조사에서 50대의 우울증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끔 겪고 있다’는 비율이 47.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자주’가 5.7%, ‘매우 자주’가 1.9%로 조사됐다. 즉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여성 응답자 500명 중 65.4%가 우울증을 경험했고 남성은 500명 중 45.6%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독감도 큰 문제다. 전체 응답자 중 70.3%가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속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지 않아서다. 특히 고독감 경험 증상은 남성(67%)보다 여성(71.8%)에게 더 많이 나타났는데, 자녀의 성장, 동료들과 거리가 생기는 50대에 접어들면서 단절감이 특히 심해진 것이 이유로 보인다.



◆ 의지할 대상, ‘자녀’는 9.3% 불과


이처럼 대한민국 50대는 새끼를 위해 제 살까지 먹이로 내주는 늙은 염낭거미를 닮았다. 독거미의 일종인 염낭거미는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에게 제 살까지 먹이로 주는 습성이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25세 이상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는 최근 1년간 성인 자녀를 위해 월평균 73만7000원을 지출했다. 지출 구간별로는 월 50만원 이하를 쓴다는 응답자가 56.2%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상 쓴다는 답변도 17.3%나 됐다.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 준비는 여전히 뒷전인 모습이다. 또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부모가 언제까지 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학 졸업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9.6%, ‘결혼할 때까지 양육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4%였다. ‘취업할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15.7%였다.

자식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쳐 살아온 이들에게는 마땅히 기댈 만한 안식처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낯선 노후 앞에 속수무책인 것이 대한민국 50대다. 이는 설문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곤경에 빠졌을 때 의지할 대상 유무를 묻는 질문에 ‘없다’나 ‘전혀 없다’고 답한 비율이 16.9%였다. 반면 ‘매우 많다’나 ‘많다’고 응답한 이는 9.2%에 불과했다. 단순히 설문의 중간점인 모호한 대답 ‘있다’가 73.9%로 조사됐지만 어쩐지 쓸쓸한 결과다.

50대는 곤경에 빠졌을 때 의지할 대상도 마땅히 없는 셈이다. 자신들이 20~30대였을 때만 해도 자식이 돈을 벌면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자식에게 손을 벌리자니 자식의 삶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부터 한다.

이 때문에 50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배우자 외에는 마땅히 의지할 곳이 없다. 설문 응답자의 과반인 50.1%가 배우자를 의지 대상으로 지목했고 친구의 비율이 16%, 부모 15.9%로 뒤를 이었다. 자녀는 9.3%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직 50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젊을 때 ‘악으로 깡으로’ 한국 산업의 근대화를 이끌며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 왔던 이들은 아직 미래를 보고 있다.

‘앞으로의 삶이 현재보다 개선될 예상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이들 48.5%는 지금보다 ‘개선’되거나 ‘매우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도 40%나 나왔지만 ‘악화’나 ‘매우 악화’처럼 비관적인 응답은 11.5%에 불과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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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10-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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