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직장 생활]
“요즘 젊은 직장인들 책임감 부족” 58.3%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연봉 인상보다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50대들
(사진) 직장인들의 출근길 풍경. /한국경제신문사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이른바 100세 시대다. 50대는 아직 청년에 불과하다. 50대를 두고 중·장년으로 여기던 평균수명 70세인 시대와는 인생 시계가 달라졌다. 딱 절반이다.

살아온 날만큼 살아갈 날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월급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언제 쫓겨날지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50대의 현실이다.

◆ 직장 생활 목표, 정년 37.4% 연봉 26.1%

이런 50대의 가장 큰 경제적 고민은 바로 ‘직장’이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률 현황에 따르면 50~59세의 고용률은 74.2%로, 지난해 4월보다(전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월과 3월에도 50대의 고용률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0.4% 포인트, 0.5% 포인트씩 감소했다. 3개월 연속 50대의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고용 시장이 경색됐던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50대의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이어 왔다. 2010년 70.9%에서 지난해 74.4%까지 높아졌다. 자녀 세대의 늦은 취업과 만혼 추세 등으로 경제활동에 새로 뛰어들거나(여성), 경제활동을 놓지 못하는(남성) 부모 세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른 고령화로 노후 대비 부담이 커 그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현실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50대 직장인의 꿈은 바로 ‘정년’이다. 한경비즈니스가 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그대로 보여진다. 50대 직장인들에게 ‘직장 생활의 가장 큰 목표’를 물어본 결과 ‘정년까지 근속’이 3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연봉 인상(26.1%)’, ‘성취감(20.3%)’, ‘특별한 목표 없음(12.2%)’, ‘승진(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50대 직장인들이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소득수준 중산층에서 높게 형성됐다.

월 소득 600만~800만원 집단 49.3%가 정년을 목표라고 지목했고 400만~600만원 집단 41.7%도 같은 응답을 했다. 반면 200만원 미만과 1000만원 이상의 소득수준 집단은 각각 정년을 27.0%, 23.5%라고 답했다.

실제로 50대 직장인들은 자신이 다니는 직장이나 자신의 위치가 잘못될까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불안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 ‘경기 침체’라고 응답한 이들이 47.1%였다. 이는 경기 침체 여파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인원 감축의 1순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윗사람의 눈치(20.8%)’, ‘동료와의 경쟁(11.6%)’, ‘업무 성과 미달(11.5%)’, ‘후배들의 성장(4.7%)’ 등 대체로 자신의 입지와 관련된 불안 요인을 지목했다. 반면 급여 수준(0.4%), 승진(0.1%) 등 정년과 큰 관련이 없는 불안 요인은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연봉 인상보다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50대들
정년에 대한 50대의 바람은 다음 설문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명예퇴직 실시 시 응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없다’나 ‘전혀 없다’가 44.7%나 됐다. 특히 이중에 25.8%는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대답했다. 반면 ‘있다’나 ‘매우 있다’는 31.4%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조건에 따라 결정한다’고 즉답을 피한 이는 24%였다.

50대는 이직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급여’를 꼽았다. 32.3%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뒤를 이어 ‘정년 보장(19.4%)’, ‘업무의 자율성과 성취감(17.1%)’, ‘시간적 여유(15.9%)’, ‘적성(9.3%)’, ‘창업 가능성(5.6%)’, ‘없음(0.4%)’으로 각각 조사됐다.

한 가지 눈에 띈 점은 남녀가 생각하는 중요도에서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남성은 정년 보장과 창업 가능성이 각각 21.2%, 5.6%로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난 반면 여성은 시간적 여유를 20.9%가 지목해 급여(32.5%)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가사와 직장 생활을 양분하는 여성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 조사에서 급여를 조건으로 뽑은 집단은 대체로 저소득 집단에 편중돼 있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집단이 42.1%, 200만~400만원 집단 37.3%가 ‘급여’를 꼽았다.

반면 정년을 선택한 집단은 고소득층과 중간소득층에서 높게 나왔다. 800만~1000만원 집단 24.1%가 정년을 꼽았고 400만~600만원 집단에서는 23.3%, 600만~800만원 집단에서는 17.9%의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가장 고소득층 집단인 1000만원 이상의 그룹에서는 5%만이 정년을 지목했다. 그 대신 이들은 정년이나 연봉보다 업무의 자율성과 성취감에 41.2%가 표를 던졌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50대 직장인의 직급은 차장급 이하가 52.6%, 부장급 28.1%, 이사급 10.5%, 최고경영자(CEO)급이 8.8%로 나타났다. 50대 나이에 비해 차장급 이하가 과반을 차지한 점은 다소 의외였지만 최근 들어 늘어난 재취업, 여성의 사회 진출 러시 등이 겹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는 50대 여성은 10년 사이 10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253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차장급 이하 비율은 남성 40.2%였고 여성 73.5%였다. 이 밖에 최근 직장인 사이의 ‘임원보다 만년 부장이 낫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한몫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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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 횟수 ‘4회 이상’ 21.9%

이들 50대는 자신의 직장 내 영향력에 대해 40.6%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영향력이 전혀 없다’가 12.5%, ‘직급에 비해 영향력이 작다’가 28.1%였다.

‘직급에 걸맞은 영향력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7.9%를 차지했지만 ‘직급에 비해 영향력이 크다’는 7.1%, ‘잘 모르겠다’는 4.4%의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직장인 사이에서 더 도드라졌다.

‘직급에 비해 영향력이 작다’나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여성은 47.8%에 달해 남성 36.5%와 10% 이상 차이가 났다.

50대 직장인들의 이직도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전처럼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모습이다. 이는 경기 침체로 불안한 회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50대들은 1997년 외환 위기를 시작으로 2001년 주택 가격 폭등,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한국 사회를 위협한 경제 위기를 모두 경험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굴곡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기를 거친 50대는 무려 79.1%가 이직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4회 이상 이직 경험자가 24.9%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3회 20.3%, 2회 17.1%, 1회가 16.8%로 각각 조사됐다. 반면 ‘이직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20.9%에 불과했다.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 직장인의 이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은 81.3%였다.

50대 직장인의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 6시 이전이 19.1%인 반면 정시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6~7시가 46.1%, 오후 7~8시 16.8%, 오후 8~9시 10.9%, 오후 9~10시 3.8%, 오후 10시 이후 3.2%로 각각 조사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하는 직장인 성비별 비율이 남성은 12.3%인데 반해 여성은 30.9%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50대 여성 직장인들의 고용 현황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50대 직장인들은 주 5일 근무가 시행된 지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 편한 주말을 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4회 이상 주말에 출근한다는 응답자가 11.9%로 조사됐고 3회 4.4%, 2회 14.9%, 1회 22.4%의 비율로 직장에 주말을 빼앗기고 있었다. 주 5일제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50대 직장인은 46.4%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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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직원, 책임감 부족이 문제

그런가 하면 50대는 직장을 놓고 같은 세대만이 아닌 20~30대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과거 세대 갈등이 단순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촉발된 가족 단위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직업이라는 생존권을 놓고 싸우는 사회 전반적 구조의 문제로 번졌다.

최근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통합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1명은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평균 3.52점 수준이다.

청년 실업, 노인 빈곤 등 최근 고용·연금·수당제도 등 다양한 정책 과제를 둘러싸고 세대 갈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갈등은 50대의 인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경직적이고 높은 임금의 ‘아버지 세대’가 정년 연장(60세)까지 누리게 되는 만큼 청년에게 일자리를 양보해 줘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50대는 ‘동의하지 않는다’ 43.3%,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19.1%의 응답률을 보였다. ‘대체로 동의한다’는 28%, ‘매우 동의한다’는 4.1%에 불과했다.

직장 내 20~30대 직원의 업무 능력 만족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았다. ‘불만족’ 38.4%, ‘매우 불만족’ 9.0%의 응답이 나왔고 8.5%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대체로 만족’이 43.2%로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매우 만족’에는 0.9%밖에 동의하지 않았다.

50대는 20~30대 직원의 가장 부족한 점으로 58.3%가 ‘책임감’을 꼽았다. ‘산업전사’의 마지막 세대인 50대는 책임감 하나로 살아 왔는데, 부하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직장 예절(14.7%)’, ‘전문성(9.7%)’, ‘대인 관계(7.5%)’, ‘창의성(6.5%)’, ‘추진력(3.2%)’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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