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사내벤처 성공사례]
네이버·인터파크·SK엔카 등이 ‘대표 선수’…빠른 의사결정이 최대 무기
사내벤처로 시작해 ‘성공 신화’ 쓴 기업들
사내벤처 기업으로 시작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 기업들이 있다. 사내벤처의 장점인 혁신적인 아이디어, 빠른 의사결정을 발판 삼아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수많은 사내벤처의 목표이자 성장의 원동력으로 통한다.

◆네이버, 사내벤처에서 거대 공룡으로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다. 정보기술(IT)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자리매김한 네이버의 시작은 삼성SDS의 사내벤처였다. 설립 과정도 흥미롭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그는 재직 당시 지금의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계획서를 제안했다가 회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내벤처 제도를 활용해 이를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만약 삼성SDS의 사내벤처 제도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네이버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의장은 1997년 네이버포트라는 사업팀을 꾸렸고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했다. 2000년에는 같은 삼성SDS 출신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만들었던 한게임을 인수·합병(M&A)하며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사내벤처로 시작해 ‘성공 신화’ 쓴 기업들
(사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삼성SDS 재직 시절 만든 사내벤처 네이버포트가 네이버의 전신이다. /연합뉴스

이후 인터넷 열풍을 타고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터넷은 네이버’라는 인식마저 생겼다. 네이버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넷 포털 기업으로 거듭났다. 벤처 DNA를 탑재한 채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를 넓히며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226억원, 영업이익 1조10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7% 늘었다. 2015년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1년 만에 4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 최초로 연매출 4조원,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기염을 내뿜었다.

1996년 탄생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도 LG데이콤(현재 LG유플러스에 합병)의 사내벤처였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데이콤 재직 당시인 1995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을 제안했다.

이후 자신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데이콤-인터파크’를 설립, 전자 상거래 시장을 열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 경제 위기로 인터파크를 분사하려는 데이콤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사명에서 데이콤을 떼고 지금의 인터파크로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다양한 전자 상거래 사업을 설립·인수하면서 사세를 두루 확장 중이다. 인터파크는 또 다른 사내벤처를 만들어 성장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지마켓’이다. 인터파크는 지마켓을 사내기업으로 추가 설립해 국내 오픈 마켓 시장을 주도하다가 이베이에 매각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SK엔카’도 사내벤처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최태원 SK 회장의 비전 프로젝트로 사업안이 제안됐다. 박성철 SK엔카 대표는 당시 SK(주)의 과장이었는데, 고심 끝에 만들어 낸 결과물이 바로 SK엔카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준비 기간을 거쳐 2000년 1월 온라인 중고차 오픈 마켓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후 같은 해 12월 SK(주)의 별도 독립법인으로 분사해 SK 계열사로 편입됐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SK엔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SK엔카의 등장을 시작으로 중고차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SK엔카의 전략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중고차 시장을 대표하는 전문 기업으로 순식간에 자리매김했다.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많이 팔린 중고차’,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차’ 등 다양한 설문 조사를 실시, 자동차 업계에 만만치 않은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기업의 사내벤처 성공 사례가 뜸한 상태다. 하지만 삼성과 LG 등 대기업에서 사내벤처를 보다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하면서 제2의 네이버 또는 인터파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인앤틱, 사내벤처 열풍 재점화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포켓몬 고’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나이앤틱이 있다. 최근에 다시 한 번 전 세계적으로 사내벤처 열풍을 재점화한 주인공이다. 나이앤틱은 구글에서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 및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만든 사내벤처였다.

존 행크 나이앤틱 최고경영자(CEO)는 원래 구글 부사장이었다.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어스 창업 멤버로, 이전부터 위성항법장치(GPS)와 지도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순식간에 몸집이 커져 대기업이 된 구글에서 부사장 역할을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열망을 갖고 사내벤처인 나인앤틱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벤처로 시작해 ‘성공 신화’ 쓴 기업들
(사진) 포켓몬 고 제작사 나인앤틱은 최근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을 방문한 데니스 황 나인앤틱 이사. /한국경제신문

나인앤틱은 GPS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기존과 다른 차원의 게임을 보급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던 2015년 구글이 지주회사로 변경하면서 구글로부터 독립했다. 현재는 일본 게임사 닌텐도와 산하 포켓몬컴퍼니가 주요 주주다. 구글은 일부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즉, 포켓몬 고는 구글의 사내벤처인 나이앤틱의 기술과 닌텐도의 포켓몬 캐릭터들이 합쳐져 대박을 낸 사례다.

◆잘 키운 사내벤처 ‘효자 역할’

일본에서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탄생시킨 세븐&아이홀딩스의 사례가 있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홀딩스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마켓 업체이자 세븐&아이홀딩스의 전신인 이토요카도에서 근무했다.

그는 과거 미국 출장에서 세븐일레븐이라는 편의점 형태의 매점을 처음 접했다. 이를 일본에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회사의 사내벤처로 세븐일레븐재팬을 설립했다. 당시 일본의 유통시장은 대형마트가 점령하던 시기였는데, 중소 소매점만의 독특함을 내세워 차별화된 장사를 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로부터 받은 노하우를 일본식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미국 본사를 능가하는 실적을 올렸고 결국 미국 본사까지 매수하기에 이른다. 이토요카도는 미국 본사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지금의 세븐&아이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스즈키 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 총수에 앉게 된다.

모기업도 잘 키운 사내벤처 하나가 열 계열사 부럽지 않다. 삼성SDS는 2002년 네이버의 코스닥 상장(현재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등록)으로 150배에 달하는 평가 차익을 거뒀다.

인터파크도 사내벤처로 시작한 지마켓을 키워 약 5000억원에 이베이에 팔았다. 구글은 나인앤틱의 일부 지분만 보유했다. 하지만 포켓몬 고 사용자의 대부분이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구글 전체 매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내벤처를 모기업의 신사업 테스트를 목적으로 두거나 독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시작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포스트잇을 발명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3M이다. 한때 모든 신제품을 사내벤처에 의존해 왔지만 모기업을 통해서만 제품들을 출시해 왔다. 현재 3M은 더 이상 사내벤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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