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탁시장 700조 전쟁 : 해외 신탁은행 상륙]
미국 1위 BNY멜론 '종합신탁업 인가' 취득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 신탁시장이 급속도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높은 역량을 갖춘 세계적인 대형 글로벌 신탁회사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과 같은 주요 선진국에서 신탁은 이미 기업이나 개인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 활성화돼 있다. 이에 비해 국내시장은 아직 신탁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인 만큼 이들 글로벌 신탁은행들은 공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던스러스트도 국내 지점 설립 인가

미국 최대 신탁은행인 뱅크오브뉴욕(BNY)멜론은 2016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 신탁업 인가를 취득했다. 외국계 금융사로는 처음이다. BNY멜론은 전 세계 35개국 100여 개 시장에서 기관·기업·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자산 운용 및 투자 서비스 회사다.

한국에는 1988년 서울에 지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BNY멜론은 기존 국내에서 금전신탁 취급만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종합 신탁업 인가를 통해 금전채권신탁·유가증권·동산 및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까지 다양한 자산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BNY멜론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자산 관리가 아닌 기업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 신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게리 류 BNY멜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신탁 대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급성장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에서 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ABS는 분산투자 관점에서 볼 때 국내시장은 물론 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금전채권신탁(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신탁업자에게 매출 채권 등을 신탁하고 그 수익권증서를 기초로 ABS를 발행하는 것) 수탁액은 2012년 68조원에서 2016년 9월 152조원까지 성장했다.

4년 동안 2배 이상 시장이 커졌는데,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게 BNY멜론 측의 전망이다.

류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ABS를 발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번 종합 신탁업 인가로 유가증권과 특허·지식재산권 등을 활용한 ABS 발행이 가능해진 만큼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해외의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BNY멜론과 함께 미국의 3대 신탁은행으로 꼽히는 노던트러스트컴퍼니 역시 2016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지점 설립 인가를 받았다.

노던트러스트는 2014년 서울에 처음으로 연락사무소를 설치했는데, 본격적인 자산 관리 영업을 위해 지점으로 전환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부터 자본금 30억원 규모로 본격적인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원화 환전 등의 기본적인 사업을 운영하다가 종합 신탁업 인가를 받아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신탁 상품을 직접 운용할 계획이다.

노던트러스트는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개인·퇴직연금 자산을 해외투자할 때 결제·보관 등의 수탁 업무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2001년 국내에 진출한 미국 2위 신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종합 신탁업 진출 또한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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