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탁시장 700조 전쟁 : 전문가 인터뷰]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 대표
자타공인 신탁시장 ‘강자’…‘펫신탁’ 등 특화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
김창원 대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신탁사업 크는 이유"
(사진)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자사 신탁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KB국민은행은 국내 5대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신탁 수탁액을 그러모은 곳이다. 2016년 11월을 기준으로 54조6000억원, 은행권 전체 수탁액 370조원 중 15%다.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탁액의 빠른 증가 추세다. 2016년을 기준으로 KB국민은행에 새롭게 유입된 수탁액만 17조4000억원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46.8% 급증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28.9%)·농협은행(18.6%) 등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의 김창원 대표(전무)를 만났다. KB국민은행이 자타 공인 국내 신탁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비결과 함께 향후 국내 신탁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짚어봤다.

◆신탁 중심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시작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은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 신탁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창원 전무 역시 ‘신탁연금그룹 대표’ 직함을 새롭게 달았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신탁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KB금융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된 만큼 김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사실이다.

“10년 전만 해도 신탁사업의 성장세가 이렇게 커지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죠. 최근 2~3년간 신탁사업부의 성장세가 한눈에 보기에도 가팔랐어요. 우리 쪽 수탁액 규모만 하더라도 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으니까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신탁사업부와 신탁운영부를 분리했다. 각 부서별 전문성과 집중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 분야도 신탁연금그룹 내로 편입했다. 퇴직연금에서 개인연금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함으로써 맞춤형 자산 관리(WM)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향후 이와 같은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앞으로 고객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주거래은행’을 선택하는 기준이 퇴직연금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퇴직연금에서 개인연금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면 고객들의 상황에 따라 은퇴 이후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연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김 대표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추세’를 향후 신탁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꼽았다. 최근 금융 당국이 ‘신탁업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 또한 이와 같은 사회적 필요성이 증대된 결과다.

“지금도 ‘생전신탁(유언장 없이 생전·사후의 재산 관리와 운용까지 수탁자 뜻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적어둔 유언대용신탁)’이 초기적인 단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KB안심상속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생전신탁 상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무엇보다 신탁시장이 진짜 ‘노후를 위한 종합 자산 관리 수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오는 10월 신탁업법 개정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특히 신탁업법 개정으로 ‘재신탁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객의 자산은 금전과 부동산이 같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고객은 우리에게 종합적인 자산 관리를 맡기고 우리는 그중 부동산 자산을 더욱 전문성 있는 ‘KB부동산신탁’ 등의 회사에 다시 신탁(재신탁)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운용할 수 있죠.”

◆“고객과 회사가 ‘윈-윈’하는 상품 만들 것”
김창원 대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신탁사업 크는 이유"
(사진)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 대표. /서범세 기자

김 대표는 우선 ‘고객과 금융회사가 모두 윈-윈하는 신탁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신탁 상품이 틈새를 파고들어간다면 신탁 상품의 대중화 또한 예상보다 일찍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신탁 상품은 한번 이용해 본 고객들이 더 많이 찾아요. 그만큼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란 애기죠. 신탁시장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신탁을 통해 재산을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흔히 신탁이라고 하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상품으로 생각하지만 나름대로 소액을 가지고도 재산 증식을 도모하는 신탁 상품이 있어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표적이고 지난해에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펫신탁 상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

2016년 10월 출시된 ‘KB펫신탁’은 금융권 내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았다. 김 대표는 1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 상품을 기획했다.

“펫신탁은 처음부터 광범위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상품이 아니에요.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이와 같은 상황을 걱정하는, 아주 특화된 시장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죠. 단순히 회사의 수익적인 측면을 떠나 어떤 분야든지 고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다양한 특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김 대표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전문 인력 양성’이다. 신탁 상품은 특성상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자산 운용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증원해 나가고 있고 그 무엇보다 고객들과의 접점이 되는 ‘영업점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신탁 상품과 관련한 동영상 교육이나 전국의 영업지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합 교육 등을 수시로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탁 상품의 불완전 판매 등을 방지하기 위한 ‘판매 후 모니터링 콜’ 서비스를 통해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신탁업 관련 법규가 개정되면 광고 규제가 완화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은행 영업점에 신탁 상품에 대한 안내장을 비치할 수 없고 신탁 상품을 광고하는 것도 금지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신탁 상품은 고객이 은행 창구에 도착해서부터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고객과 접점이 되는 영업 직원이 신탁 상품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게 고객들에게 안내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죠.”

[김창원 대표 약력]
1961년생. 1985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07년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졸업. 2008년 KB국민은행 삼성타운지점장. 2010년 KB국민은행 자금부장. 2011년 기술보증기금 자산운용위원. 2015년 KB국민은행 신탁본부장(상무). 2017년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 대표(전무).

vivajh@hankyung.com

[기사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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