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경제 살리기로 국민 대통합을 : 한국 기업의 장애물]
사드·트럼프까지 대외 악재에 사면초가…“누구든 경제는 살려야”
대통령 파면·대선 정국에 기업 흔들
(사진) 헌법재판소 뒤로 보이는 청와대.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 현실화하면서 대한민국 경제도 폭풍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기업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 공백 사태와 특검의 수사는 기업에 상실감을 안겼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재벌 규제 등 반기업 정서에 기댄 경제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 등 대외 악재도 문제다. 최근엔 중국이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현지 우리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까지는 최소 60일 이상이 남았다. 기업들의 기(氣)부터 살려줘야 할 때다.

◆사라진 컨트롤타워, 현안은 누가 챙기나

최근 한국 경제에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대통령 탄핵 심판에 따른 국정 공백이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날 이후 구조조정과 구조 개혁 등 주요 경제 현안 과제는 올스톱됐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되면서 국정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직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파면된 것은 한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기 대통령 선거 정국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경제관 때문이다.

여야 잠룡들은 조기 대선에 대비해 일제히 경제·복지 공약을 쏟아냈지만 재벌 규제 및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선 주자들은 법인세율 인하 등 기업 활동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세계적 흐름과 상반된 기조를 보이고 있다.

특검의 지나친 ‘기업 때리기’도 문제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구속시켰다. 삼성그룹은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라는 경영 공백 상황에 직면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다른 그룹 경영진의 활동에도 악영향을 줬다.
대통령 파면·대선 정국에 기업 흔들
그래픽=윤석표 팀장

◆중국 현지 기업 피해 규모 눈덩이

최근엔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는 상식 이상이다.

중국 소방 당국은 2월 말 롯데와 국방부의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이 체결된 뒤 112개 현지 롯데마트 매장(슈퍼마켓 13개 포함)을 대상으로 소방 안전 점검을 벌였다. 이를 통해 3월 8일까지 현지 롯데마트 55곳이 무더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드 한국 배치가 3월 7일 전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롯데 사업장 전체가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영업정지 기간에도 현지 노동법에 따라 직원들의 임금을 100%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중국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가 할인 행사를 하면서 허위 가격을 표기했다는 이유로 롯데마트에 50만 위안(약 8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국 관광 제한으로 여행업계의 타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사이트 ‘C-트립’에서 각국 호텔 선택 목록에 등장했던 롯데호텔이 삭제됐다.
대통령 파면·대선 정국에 기업 흔들
(사진)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가 눈에 띄게 한산하다. /연합뉴스

화장품업계는 중국 정부가 위생 행정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항저우 화장품공장도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을 받았다. 식품업계도 중국 정부의 품질 검역 강화로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의 억지 보복 조치에 현대자동차·포스코·CJ 등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도 ‘준법 경영’을 강화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의 도를 넘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해법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중국의 부적절한 보복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검토 중이지만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대외적 변수도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신보호무역주의와 환율 전쟁,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 시장국 자금 유출 증가,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운 시국이지만 우리 기업과 경제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거나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있고 경제가 돌고 나라도 산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정치적 리스크 및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기업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 관련 규제 개선과 대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출 여건 개선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경제 살리기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조기 대선 레이스 스타트…경제 살리기로 국민 대통합을
- [한국 기업의 장애물] 대통령 파면·대선 정국에 기업 흔들
- [이제는 경제 살리기] 아직은 살아있는 한국경제 성장의 불씨
- [다시 불붙은 혁신] 혁신 나선 재계…점점 뜨거워지는 ‘열기’
- [한국의 힘·기업의 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린 국내 기업들
- [옥죄는 규제] 기업가 정신 꺾는 ‘5대 규제’ 벗어야
- [기업 전략] 삼성전자, ‘기술혁신·신규사업’으로 위기 돌파
- [기업 전략] 현대차, ‘다양한 신차·과감한 투자’로 재도약 출사표
- [기업 전략] SK, ‘과감한 투자·근본적 혁신’으로 미래 연다
- [기업 전략] LG, ‘자동차 부품·에너지’를 신성장 축으로
- [기업 전략] 롯데, ‘준법경영·질적경영’이 혁신 화두
- [기업 전략] GS, ‘사업 조정·M&A’로 성장 속도 낸다
- [기업 전략] 한화, ‘글로벌 한화’ 자리 잡는 원년으로
- [기업 전략] 두산, 재무구조 강화 마무리…이제는 기술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