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새 수출 첨병 ‘전문무역상사’ : 종합상사 업황]
- 주요 매출원은 자원 개발…물류·렌털·소비재까지 다양한 사업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상사의 반란이 시작됐다.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 속에서 맥을 못 추던 무역상사의 화려한 부활이다.

이들은 기존 무역 중개 외에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나섰다. 기존 무역 사업의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받아들인 자원 개발 사업 투자 부문은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을 벗어나 ‘턴어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상사란 이름으로 벌이는 기업별 변화무쌍한 사업 영역에서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유가’ 따라 피해주에서 실적 기대주로

“한마디로 보따리장수예요.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죠.”

국내외 무역상사를 분석·연구하는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조항 수석연구원은 ‘상사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이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무역 중개를 통한 수수료 취득은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무역상사의 미래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주요 상사들은 전통적 사업인 무역 중심에서 벗어나 석유·가스·석탄 등 해외 자원 개발, 중개무역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또 일부 상사들은 최근 수출 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화장품·유아용품 등 소비재를 비롯한 수출 유망 제품과 서비스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합무역상사 제도는 없어졌지만 이들 상사들의 역할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종합상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자원 개발 사업 분야다. 상장 기업 분석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사 업체 5곳(포스코대우·LG상사·SK네트웍스·현대상사·GS글로벌)의 합산 영업이익은 2015년 6151억원에서 2016년 7264억원으로 18.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순이익은 2015년 650억원에서 1496억원으로 130.2% 급증했다.
상사의 부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턴어라운드'
이들 업체는 2014년부터 시작된 공급과잉에 따른 국제 유가 급락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2015년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LG상사는 석유 광구 자산에 대한 3000억원의 손상차손을 입었고 SK네트웍스는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 대한 330억원의 손상차손, GS글로벌 역시 관계 기업 투자 관련 손실 26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도 급락했다.

당시 주요 종합상사의 주가는 2014년 1월 이후 2015년 말까지 평균 31% 정도 하락하며 가장 직접적인 ‘피해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 등으로 유가가 뛰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LG상사의 턴어라운드가 주요 상사 업체의 실적 개선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4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1% 올랐고 순이익은 84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상사 측은 지난해 4분기부터 반영된 석탄 가격 상승효과와 팜오일 가격 상승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LG상사 외 다른 상사 업체들 또한 2015년의 실적 부진을 지나 2016~2017년에 걸쳐 자원 개발 사업에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상사 업체들은 유가와 관련된 사업에서의 이익 감소와 추가 손상차손 등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상사의 부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턴어라운드'
◆밸류체인 확대로 신규 수익원 확보해야

다만 종합상사는 자원 개발 사업 이익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별 차별화된 사업 부문이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자원 개발 부문의 이익이 가시화하면서 수익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2010년대 이후부터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개발 비중이 높은 상사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 무역상사 업체에서 밸류체인 확대를 통한 신규 수익원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소비재 등으로 사업 비중이 확대됐다.

백 애널리스트는 “국내 종합상사 업체들은 사업 구조의 상이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요 실적 결정 요인이 각기 다르다”며 기업별 사업 전략에 따른 ‘맞춤’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올해 △LG상사는 자원 개발 사업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물류 사업의 수익성 개선 △포스코대우는 신규 가스전 AD-7의 매장량 등 장기 유가 전망의 상향 조정에 따른 기업 가치 상승 △SK네트웍스는 렌터카 시장의 구조 변화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이제 상사가 아니라 렌털 회사’라는 분석이 따라붙을 정도로 렌털 관련 사업의 영업이익이 급성장했다.

김태현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매직·SK렌터카 등 렌털 관련 사업 영업이익이 올해 이 회사 전체 이익의 5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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