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경제 대통령의 조건] 국정 농단과 탄핵으로 ‘잃어버린 4년’에 경제 위기 엄습…운명의 5월 9일
위기의 한국,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
(사진)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현재의 각종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왕이 길을 잃고 헤맨다면 그 백성들이 대가를 치른다.’ 영국의 속담이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꼬집고 있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직접 만나 재단 출연을 요구하고 이 재단을 비선 실세 최순실이 사실상 사유화했다.

더욱이 국정 운영의 주요한 방법인 대통령의 자료와 인사 등을 장악하고 주요 안보 사항까지 최순실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에 이어 구속까지 당했다.

권력이 집중된 우리 대통령제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는 사이 대한민국의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국가의 경제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정부와 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으로 국가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고 민생을 등한시한 정책에 서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은 정부와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수출을 위협하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보복도 격화되는 등 대외 경제 환경 악화까지 겹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현재의 각종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 사드·국가부채 등 당면 과제 산적

대통령의 중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

국가 최고의 이념이자 국민투표로 합의된 헌법 66~100조 등에 규정된 국가의 원수, 행정부의 수반 이상으로 대통령은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헌법적 존재이면서 실체로서의 인간이다.

만약 이러한 대통령이 지금 닥쳐온 경제 위기 요인을 간과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극심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달러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를 둘러싼 경제 위기 요인을 소홀히 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경제 위기가 엄습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 요인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점차 강해지는 중국의 반발에 따른 충격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당장의 민생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현시점에서는 성과 없이 흘려버린 개혁 골든타임이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극심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성장 절벽, 고용 절벽, 인구 절벽에 직면했고 우리 가계가 짊어진 1400조원이 넘는 빚더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정부가 3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6 회계연도 국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작년 말 1433조1000억원에 달했다. 2015년 말보다 10.8%(139조9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국가채무도 627조1억원으로 6.0%(35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민 1인당 1224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한 해 나라 살림살이의 기조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지난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출이 수입을 22조7000억원 초과해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초 집계한 한국의 최근 5년간 순부채 증가율은 67.0%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각종 복지 지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은 최근 5년간 39.8% 늘어 전체 예산 지출 증가율(23.0%)의 2배에 육박했다.

게다가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재정을 뒷받침할 조세 수입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가 닥치면 재정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 당장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 재정 건전화 정책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 미래 국가 전략 세워야

여기에 이번에 뽑아야 할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혜안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현재 한국 국가 전략 기술력은 이웃 나라인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가 일본을 빠르게 추격했지만 최근 들어 양국 간 격차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경제 얼마나 일본을 따라잡았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0대 국가 전략 기술력에서 일본에 크게 뒤져 있다. 전체 기술 격차는 평균 2.8년이다.

항목별로 보면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 격차가 4.5년으로 가장 크고 재난·재해·안전(4.2년), 환경·지구·해양(3.7년), 건설·교통(3.6년) 등의 차이도 크다.

뒤이어 나노·소재, 에너지·자원·극한기술(이상 2.9년), 바이오(2.8년), 기계·제조·공정(2.5년), 의료(1.9년), 전자·정보·통신(1.2년) 순이다.

과학·기술 경쟁력도 격차가 다시 벌어지거나 일본에 역전을 당한 상황이다. 한국의 과학 경쟁력은 2000년대 초반 급성장해 2009년 3위까지 상승하며 2위인 일본을 바짝 따라붙었지만 지난해 말 다시 8위로 하락하며 2위를 유지한 일본에 6계단 뒤져 있다.

기술 경쟁력은 2005년 2위를 기록하며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이후 순위가 소폭 하락하는 동안에도 약 10년간 한국이 일본을 꾸준히 웃돌았지만 2015년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15위까지 추락하며 10위인 일본에 역전을 허용했다.

미래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준비 순위’에서도 한국은 25위로 일본(12위)보다 13계단 밑에 있고 국가 부가가치율 역시 2014년 기준 한국(40.2%)이 일본(51.8%)에 비해 11.6%포인트 낮다.

이 밖에 국부(한국 10조9000억 달러, 일본 27조2000억 달러, 2015년 기준), 외화보유액(한국 3711억 달러, 일본 1조2168억 달러, 2016년 기준) 등에서도 양국의 격차는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한국은 경제 규모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을 빠르게 추격해 왔지만 최근 격차가 재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확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재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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