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강한 인수 의지
금호타이어, 특허기술 874건·매출 3조원 ‘알짜 기업’
(사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9549억8100만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낙찰된 금호타이어 42.01%(채권단 보유 지분 6636만9000주)의 가격이다.

1월 12일 치러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입찰 당시 금호타이어의 주가는 주당 8770원(종가 기준)이었으니 시장가치는 582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라는 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며 3700억원이라는 가치가 더해졌다.

금호타이어의 매각 대금이 높게 책정된 이유는 간단하다. 노리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예비입찰에서는 글로벌 타이어 기업을 비롯해 10개의 기업이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서는 중국계 기업인 상하이자동차(SAIC)·지프로·더블스타 등 3곳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결과 1조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한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하지만 더블스타는 1조원으로도 금호타이어를 움켜쥐지 못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금을 컨소시엄으로 돌파하려는 박 회장의 구상이 채권단에 의해 무산되면서 우선매수청구권 카드는 일단 불발됐다. 하지만 박 회장은 여론을 등에 업고 금호타이어를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인수 방정식이 더 복잡해졌다. 매각 이슈가 산업계에서 정치·노동계로 번지며 금호타이어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한 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이다. 금호타이어가 어떤 기업이기에 서로 차지하려고 이토록 치열하게 싸우는 걸까.
금호타이어, 특허기술 874건·매출 3조원 ‘알짜 기업’
(사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전경./ 금호타이어


◆ 국내 2위, 글로벌 14위 타이어 제조사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역사를 함께한 상징적인 회사다. 창업자이자 박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인천 회장은 1946년 금호고속을 창업해 승승장구했지만 양질의 타이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직접 타이어를 생산하기로 하고 1960년 삼양타이야(금호타이어의 전신)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타이어 생산량은 하루 20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매출이 3조원에 이른다.

점유율 기준으로 한국타이어에 이어 국내 2위, 글로벌 14위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9472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력인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미국·중국 등 해외 공장에 투입된 비용이 늘면서 3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난징·톈진·창춘공장 등 중국에서 발생한 순손실이 400억원에 이른다. 연결 법인을 제외한 금호타이어 자체는 1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중국 법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크게 증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블스타 등 중국 기업들이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금호타이어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손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의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받으며 디자인 파워를 입증했다.

특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로 6년 연속 수상(2012~2017년)이라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뿐만 아니라 다임러(벤츠)와 폭스바겐·BMW 같은 글로벌 기업에도 타이어를 공급 중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조지아 주에 대지 면적 약 53만㎡, 총면적 약 8만㎡ 규모의 생산 공장을 설립해 미국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조지아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특허기술 874건·매출 3조원 ‘알짜 기업’
◆ 국내 유일의 항공기 타이어 기술력 보유

금호타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874개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유럽·캐나다·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특허도 50여 건이나 된다.

금호타이어는 1975년 항공기 타이어 개발에 성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타이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F-16전투기, T-50 고등훈련기에 장착되는 타이어 기술도 금호타이어에만 있다.

66개 방위산업 기업 중 타이어 업체로 금호타이어만 등록된 이유다. 2013년에는 전기차(EV)용 타이어 개발에 성공했고 2014년 국내 업계 최초로 구멍이 나면 스스로 봉합하는 실란트 타이어와 공명음 저감 타이어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향기가 나는 타이어나 냉각핀을 적용해 타이어 열을 낮추는 기술도 금호타이어가 갖고 있다. 레이싱 대회용 고성능 타이어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에는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로 F1 경주용 시제품을 개발했고 2013년 9월 실차 테스트도 했다. 지난해까지 F3 대회에 15년 연속 공식 타이어로 선정됐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R&D 활동을 꾸준히 이어 왔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14년 2.8%에서 2015년 2.9%, 지난해에는 3.18%로 증가세가 계속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한국타이어(2.52%)보다 높다.

금호타이어 대주주인 박삼구 회장이 2012년 5월 내놓은 사재 1130억원 중 절반가량인 513억원을 투입해 용인연구소를 신축한 것도 역시 R&D 활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평소 지론 덕분이다. R&D 인력은 2011년 474명에서 2016년 말 기준 752명으로 크게 늘었다.

금호타이어는 2003년 금호산업에서 분사돼 신설 법인으로 설립됐다. 2010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2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현재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우리은행(지분율 14.15%)·KDB산업은행(13.51%) 등 9개 금융회사로 이뤄져 42.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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