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외식시장 뉴 트렌드]
‘46년 원조 평양냉면’ 모신 스타필드 하남
고객의 시간이 곧 돈이다…복합쇼핑몰·백화점, 고객 머무를 ‘맛집’에 공들여
'가정의 달' 어디서 뭘 먹지? 외식시장 뉴 트렌드
(사진) 한강을 배경으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타필드 하남의 ‘잇토피아’. /신세계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1980년대만 해도 어린이날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이면 으레 자장면을 먹었다. 자장면 한 그릇에 온 가족이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소득수준 등이 변화하면서 뷔페 식당과 피자·햄버거 전문점 등이 등장했다.

1990년대 들어선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독특한 메뉴와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로 국내에 양식 열풍을 일으켰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특별한 날 가족들의 단골 외식 장소이자 젊은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았다.

최근엔 한곳에서 묵묵히 맛과 서비스를 지켜 온 노포(老鋪)들이 인기다.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먹방(먹거리 방송)’과 블로그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인기 먹방에 소개된 맛집은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문전성시다.

조금 더 특별한 이벤트를 원하는 이들은 정원 등을 갖춘 한적한 교외 레스토랑을 찾기도 한다.

특히 최근엔 복합 쇼핑몰이나 백화점·아울렛 등의 유통 채널에 입점한 맛집이 대세다. 소비자들은 맛집 탐방과 쇼핑·레저·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유통 채널로 발길을 돌린다. 유통업계가 전국의 맛집 지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스타필드 하남, 맛집 유치 위해 ‘십고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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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일상과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 맛집을 모시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인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온라인 마켓 등과 달리 소비자를 실제로 유입시키고 보다 오래 머무르도록 해야만 한 개의 제품이라도 더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각 지역의 맛집을 복합 쇼핑몰과 백화점·아울렛 등에 유치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도 불사한다. 입점을 확정받기 위해 1년 이상 정성을 들이기도 한다.

유통업계는 과거 특정 도시의 거리를 재해석한 테마존 형태의 식음 서비스 공간을 선보이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했다. 국내 최초의 쇼핑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문화·레저·식도락이 동시에 가능한 복합 체류형 공간이다.

스타필드 하남에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8198㎡)을 뛰어넘는 1만224㎡(3100평) 규모의 식음 서비스 공간이 들어서 있다. 국내외 500여 개의 맛집을 대상으로 자체 리서치 및 전문가 검증을 통해 대표 맛집 50곳을 선정, 구성한 게 특징이다.

스타필드 하남의 식음 서비스 공간은 쾌적하고 품격 있는 다이닝인 ‘고메 스트리트’와 단품 메뉴로 승부하는 ‘잇토피아’, 각 층별 휴게 공간으로 나눠진다.

스타필드 하남 1층에 자리한 고메 스트리트는 5289㎡(1600평), 1800석(17개 코너) 규모로, 약 200m에 달하는 야외 테라스 형태로 펼쳐져 있다. ‘의정부 평양면옥(1970년)’, 안동국시 전문점 ‘소호정(1985년)’ 등 국내에서 오랜 시간 검증된 전통 맛집이 자리해 있다.

고메 스트리트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일본 규가쓰 전문점 ‘카츠규’ 등 해외 브랜드를 비롯해 한식·중식·아메리카식·일식·이탈리아식·태국식 등 다양한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선보인다.

2975㎡(900평), 840석(18개 코너) 규모의 푸드코트인 잇토피아(3층)는 단품 메뉴로 승부하는 전통 맛집과 신예 맛집이 어우러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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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필드 하남의 ‘잇토피아’. /신세계그룹 제공

잇토피아에서는 ‘초마’, ‘탄탄면공방’, ‘청키면가’, ‘핏제리아오’ 등 홍대·이태원·압구정 핫 플레이스 맛집부터 이준, 마쓰모토 미즈호, 이형준, 데이비드 현, 이종서 등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다이닝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요리를 한강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쇼핑 중 단순히 허기만 채우는 장소가 아니라 양질의 음식을 여유롭게 맛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철학이 담긴 곳이다.

신세계는 전국 각지의 맛집을 스타필드 하남에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의정부 평양면옥이 대표적이다. 의정부 평양면옥은 국내 유명 평양냉면집인 ‘필동면옥’, ‘을지면옥’, ‘본가 평양면옥’의 원조 격으로 평가 받는다.

의정부 평양면옥은 그동안 수많은 백화점의 러브콜에도 분점을 내지 않는 영업 방식을 지켜 왔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해당 식당을 유치하기 위해 수십 차례 주인을 찾아갔다. 스타필드 하남의 위치 등 여러 장점을 내세워 설득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입점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46년간 의정부 평양면옥을 운영해 온 냉면 장인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둘째 매장에 집중하기 위해 하남으로 이사하는 열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 초 스타필드 하남에 신규 오픈한 해운대 한식 맛집 ‘풍원장’도 신세계가 특별히 공을 들인 곳이다. 풍원장은 부산 여행객 등이 필수 방문 코스로 꼽는 곳 가운데 하나다.

풍원장은 그동안 엄선한 재료를 운송하는 데 드는 노력과 숙련된 조리사를 파견해야만 하는 부담감 등으로 수도권 진출을 실행하지 못했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풍원장을 수차례 방문해 부산의 조리사와 식자재를 그대로 가져와 똑같은 맛을 내는 점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대부분의 맛집은 본연의 맛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며 “관련 사항이 만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입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맛집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의 명소 ‘서울서울 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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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유러피언 다이닝&카페 ‘빌라드샬롯’. /서범세 기자

서울 잠실의 복합 쇼핑몰인 롯데월드몰은 과거 서울의 명소 등을 재현한 테마존 형태의 식음 서비스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월드몰 5~6층에 자리한 ‘서울서울 3080’과 ‘29 스트리트’가 주인공이다.

서울서울 3080은 한국 최초의 영화관인 ‘우미관’과 최초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등 유명 건축물을 형상화하는 등 1930년대 종로 거리를 재현한 곳이다. 1980년대 명동 거리를 콘셉트로 한 공간도 자리해 있다.

곰탕 전문점 ‘수하동’과 ‘논현삼계탕’ 등의 맛집이 테마 스트리트와 어우러져 중·장년층 고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29 스트리트는 이국적 레스토랑과 카페가 어우러져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거니는 듯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롯데월드몰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글로벌 아시안 비스트로 ‘피에프창’과 로큰롤 테마형 레스토랑 ‘하드록카페’를 만나볼 수 있다.

3층에 자리한 ‘홍그라운드’는 ‘홍대돈부리’, ‘아비꼬’, ‘카모메’, ‘코코로벤또’, ‘후쿠오카 함바그’ 등 홍대의 유명 먹거리를 한데 모아 젊음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 시푸드&로브스터 뷔페와 로브스터 마켓이 어우러진 ‘바이킹스 워프(4층)’도 핫 플레이스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은 롯데월드타워 오픈에 앞서 2014년 10월 먼저 문을 연 복합 쇼핑몰”이라며 “롯데월드타워의 위상에 걸맞은 유명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현지 조사는 물론 일본 등 해외 복합 쇼핑몰을 벤치마킹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서울 서북 상권을 겨냥해 오픈한 복합 쇼핑몰 롯데몰 은평에서도 다양한 맛집을 운영 중이다. 롯데몰 은평 4층에는 단일층 영업 면적 기준 5100㎡(1540평)의 서울 시내 최대 식당가가 들어서 있다.

◆백화점업계도 맛집 모시기 경쟁

백화점업계에서도 맛집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백화점은 올 1월 인천 ‘3대 자장면’ 맛집 중 한 곳인 ‘만다복’을 업계 최초로 잠실점에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만다복 유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롯데백화점 식품 바이어들은 만다복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수십 번 넘게 식당을 찾아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만다복 사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새벽 기도에 따라가는 등의 노력을 거듭한 끝에 해당 음식점을 잠실점에 유치할 수 있었다.

만다복 잠실점은 월매출 2억원의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국 5대 짬뽕집 중 한 곳인 ‘송탄 영빈루(본점)’, 전복 미역국으로 유명한 ‘오복 미역국(영등포점)’, 양주의 양념갈비 맛집 ‘송추가마골(분당점)’, 이탈리아 프리미엄 파인 다이닝 ‘펙(에비뉴엘 월드타워점)’도 꾸준한 인기”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서초 센트럴시티에 세계 미식을 한데 모은 식음 전문관 ‘파미에스테이션’을 선보이며 가족 단위 소비자를 그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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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 /신세계백화점 제공

파미에스테이션은 1만4876㎡(4500평) 규모로, 세계 10개국 30여 개 식음 브랜드를 한데 모은 곳이다. 국내 최초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인 압구정 맛집 ‘이사벨 더 부처’와 청담동 맛집 ‘콩부인’, 홍대 맛집 ‘구슬함박’, 한식 뷔페 ‘올반’ 등 서울 곳곳의 유명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주방 인원 모두가 태국 현지인인 ‘부다스 벨리’, 정통 멕시코 레스토랑 ‘씨릴로’, 일본식 샤부샤부 전문점 ‘와라쿠 샤샤’ 등 글로벌 맛집도 인기다.

센트럴시티에는 서울 3대 지하상가인 강남지하상가와 강남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점, 호남선과 경부선을 운행하는 버스 터미널,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는 지하철역 등이 모여 있다.

이곳은 파미에스테이션 오픈 전에도 일평균 70만 명의 유동인구를 보이던 국내 대표 상권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파미에스테이션이 오픈한 2014년 하반기에 비해 센트럴시티의 유동인구가 10% 정도 늘었다”며 “신세계 강남점 신규 고객이 20% 증가하는 등의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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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 상하이의 옛 골목을 재해석한 대구신세계 ‘루앙스트리트’.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오픈한 대구 신세계에서도 여러 맛집을 선보이고 있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의 옛 골목을 재해석한 ‘루앙스트리트’에서는 세계 각국의 20여 개 미각을 즐길 수 있다.

맛집 마케팅은 도심 또는 도심 인근에 자리한 아울렛의 집객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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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 ‘테이스트 빌리지’ 내부. /신세계사이먼 제공

최근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 문을 연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은 전국의 유명 맛집을 한층 여유롭고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 내 ‘테이스트 빌리지(1층)’는 ‘문배동육칼’, ‘속초중앙시장해물짬뽕’, ‘시마스시’, ‘아이엠어버거’ 등의 트렌디한 식음료 브랜드를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서는 부산 광안리의 수제 버거 맛집 ‘부쳐스 버거’를, 송도점에선 파주 3대 맛집 중 하나인 ‘파주 닭국수’와 인천 부평 대표 족발 ‘편장군 족발’을 맛볼 수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를 백화점과 아울렛에 유치해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울산점·중동점에는 빕스, 디큐브시티엔 T.G.I.F가 입점해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동대문점에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선보이고 있다.
'가정의 달' 어디서 뭘 먹지? 외식시장 뉴 트렌드
(사진) 현대백화점 울산점에 입점한 빕스. /현대백화점 제공

나정기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는 “외식업은 패션처럼 유행이 굉장히 빠른 산업”이라며 “한 건물에 다양한 맛집을 유치해 먹거리 선택의 폭을 넓힌 유통 채널이 새로운 외식 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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