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19호 (2017년 05월 10일)

농협 임원 35명의 핵심 키워드, ‘1960년생, 농협대, 농업 관련 학과’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인맥⑳ 농협 주요 임원 분석]
 ‘어느 학교·어느 지역보다 어느 업무를 거쳤느냐’가 인사 원칙
 
[한경비즈니스 = 정채희 기자] ‘1960년생, 농협대, 농업 관련 학과.’

농협을 이끄는 주요 임원 35인을 특징짓는 키워드다. 2017년 4월 말 기준으로 농협중앙회 회장 및 부회장 등 5명과 농협경제지주(자회사 포함) 18명, 농협금융지주(자회사 포함) 12명 등 주요 임원 총 35인(이하 농협 주요 임원)의 연령과 출신 대학, 학과 등을 분석한 결과다. 단 이들 중 개인 정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한 임원 측과 일부 문항은 분석에서 제외해 기타로 분류했다(표 참조).



◆전체 임원 분석, '농업 관련' 출신 두각

35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농협의 기업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경영학과 경제학 또는 공학 출신의 임원들이 별을 다는 일반 기업과 달리 농업인이 중심이 되는 농협의 특성상 농업 관련 학과와 농업 관련 대학 출신들이 임원의 다수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농협’ 하면 흔히 떠올리는 보수적인 이미지는 깼다. 임원들의 평균연령과 출신 대학 소재지, 최종 학력 등에서 ‘낡은, 오래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농협의 별들은 누구일까. 항목별로 들여다봤다.

먼저 임원들의 출생 연도다. 농협에서 별을 단 이들의 평균 출생 연도는 1957~1958년이다. 올해로 59세와 60세다. 이는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조사한 2016년 국내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등기 임원 297명의 평균연령인 1958년생과 유사한 수준이다.

35명 중 1960년생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1957년, 1958년, 1959년생이 각각 6명으로 임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최고령과 최연소 임원의 차이는 9년이다. 최고령 임원은 1952년생인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며 최연소 임원은 1961년생인 경제금융지주 자회사 농협아그로의 정창진 대표다.

출신고에서도 농협만의 특징이 발견된다. 학력보다 능력, 직무 연관성을 중시하는 인선을 입증하듯이 농고 출신이 4명, 검정고시 출신이 2명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광주농고 출신이며 경제지주 자회사인 남해화학의 이광록 대표 또한 이 학교를 나왔다.

이 밖에 홍병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과 서기봉 농협생명 대표가 강원 소재, 전남 소재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또한 김태환 경제지주 축산경제부문 대표는 고입 검정고시 출신으로 성공 신화를 썼다.

직무 연관성을 중시하는 인선은 출신 대학으로도 이어진다. 농협중앙회 소속 특수전문대학인 농협대 출신이 8명(23%)으로 최다 인원을 자랑한다.

1962년에 문을 연 농협대는 농업·지역사회·농업협동조합 발전에 이바지할 유능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전문대학이다. 농협의 간부 요원을 양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올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에 자리한 이대훈 대표를 비롯해 남해화학·농협홍삼 등 경제지주 계열사 4명, 농협캐피탈·농협손해보험 등 금융지주 계열사 3명 등 총 8명이 농협대 동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성균관대와 지방대학의 약진이 돋보인다. 성균관대 출신은 5명으로 농협대를 제외한 단일 대학 중 가장 많았고 경북대와 광주대 출신은 각각 4명, 2명으로 출신 대학의 17%를 차지했다. 이 밖에 13개 대학은 각각 1개씩으로 지역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농협 인선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은 출신 학과(학사 기준)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농협 업무 특성상 농업 관련 학과가 다른 과 출신을 압도했다. 농협대는 넓은 의미에서 농학 관련 학과로 분류한다면 농협대(23%)를 포함해 타 대학의 농학과(9%)·농업경제학과(6%)·임학과(3%)가 총 41%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를 농·축협으로 범위를 더 확장하면 동물생명학과(3%)와 낙농학과(3%)까지 더해 47%로 늘어난다. 이 밖에 일반 기업인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경제학과 경영학도 각각 11%, 9%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임원들은 학사에서 관련 공부를 하지 못했거나 부족했다면 석·박사에 도전해 직무 연관성을 높였다. 홍병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은 강원대 축산대학 박사학위를 땄고 김원석 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는 농학으로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밖에 35명 중 확인된 박사학위만 총 5명으로 15%에 달해 고학력자 비율이 높았다.





중앙회·경제지주, 김병원 인사 핵심은 ‘직무’ 

수장별 인사 원칙은 어떨까.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직후 임원 인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취임 당시 조직의 안정을 위해 최원병 전 중앙회장 시절 임명한 임원들에 대해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김 회장이 지난해 10월 주요 임원들의 사표를 일괄 수리해 업계의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농협중앙회의 김정식 부회장과 이상욱 경제지주 대표, 허식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은 중앙회의 경제 사업을 경제지주로 옮기는 사업 구조 개편을 앞두고 인선을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해 11월 8일 중앙회는 임시 대의원회를 열고 전무이사에 허식 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 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에 김원석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상호금융대표에 이대훈 NH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장을 앉혔다. 허 전무를 제외하면 기존 인사 2명이 물갈이된 셈이다.

 




실제 중앙회 내부에선 일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농협을 둘러싼 여러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임원진 교체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선출된 임원들 역시 직무 연관성과 능력 중심 인선이 적용됐다. 허 전무는 농협 입사 후 경남금융사업부 부본부장, 농업금융부장, 전략기획부장, 농협금융지주 상무,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등을 역임한 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를 지냈다.

김원석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고려대에서 농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농업경제기획부장, 농업경제 상무를 거쳐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 농협 안성교육원 조교수 출신의 이 대표는 NH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상호금융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 전문성·성과 중심, 非농협인도 OK


농협금융지주도 예외는 아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성과 중심주의’에 따른 김용환 식 인사가 그의 임기 2년에 걸쳐 단행됐다.

변화와 혁신, 성과 중심의 인사로 조직 체질을 개선하고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등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급속한 금융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먼저 2015년 정기 인사에서 당시 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제5대 농협은행장에 선임됐다. 대구 달성고,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행장은 1986년 농협중앙회 입사 후 구미중앙지점장·PB사업단장·서울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했다.

부사장 재임 기간 동안 복합 금융 점포를 개설하고 NH투자증권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등 주요 현안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것이 호평을 샀다. 업계에선 ‘금융 기획통’으로 불리는 이 행장이 해외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김용환 회장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행장이 자리를 옮겨 공석이 된 금융지주 부사장직에는 당시 오병관 재무관리담당 상무를 임명했다. 농협금융 부사장직은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꼽히는 농협금융지주 내 요직 중 하나로 이전의 김주하 행장과 이경섭 행장 모두 농협금융 부사장직을 거쳐 행장직에 오른 바 있다.



오 부사장은 1986년 충남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월평동 지점장, 금융기획부, 금융구조개편부 등을 거쳤고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을 역임했다. 또 당시 김형열 농협은행 경남영업본부장이 영업본부에서 업적 평가 1위로 우수한 실적을 인정받아 상무에 올랐다.

조선·해운업 충당금 부담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던 2016년에도 성과 중심의 인사가 계속됐다. 투자금융과 자금운용 부문 전문가로 알려진 홍재은 상무(당시 농협은행 자금부장)가 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에 임명됐다.

계열사 CEO 인선에서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성과 중심 인사가 반영됐다. 비(非)농협인인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가 단적인 사례다. 옛 우리투자증권 대표 출신인 김원규 대표는 2015년 9월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의 초대 대표에 임명됐다.

당시 업계에선 피인수 기업 대표가 합병 기업의 수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 3월 김 대표는 합병 이후 통합 과정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회사 실적을 개선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연임에도 성공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업무 분야에서 전문성이 높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김용환 회장의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이 확고히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회장은 임원 인사 단행 시 배포하는 설명 자료에 의례적으로 기재하는 출신고와 출신 대학을 없애고 경력 중심의 기술만 할 것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부서를 거쳤느냐가 중요하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는 업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인선에서도 전문성과 성과 중심 인사 기조를 일관되게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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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5-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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