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한민국 신인맥 22 CJ그룹]
식품 기업서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우뚝’…2030년 ‘월드 베스트 CJ’ 청사진
CJ, 20년간 매출 20배·일자리 4만개…공격 투자로 재도약 날개 편다
(사진) 이재현(가운데) CJ그룹 회장이 5월 17일 경기 수원에서 열린 CJ제일제당의 식품·바이오 R&D 허브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이 회장과 부인 김희재 여사, 이채욱 CJ(주) 대표. /CJ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J그룹의 모태는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이다. 제일제당은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할 당시만 해도 내수 위주의 식품 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신산업 개척 의지를 토대로 영화·방송·미디어·음악(CJ E&M), 멀티플렉스(CJ CGV), 홈쇼핑(CJ오쇼핑), 물류(CJ대한통운) 등으로 선제적 투자에 나선 이후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다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글로벌 한류 확산에 앞장설 수 있게 됐다.

20년 사이 CJ의 매출은 20배, 일자리는 약 4만 개가 늘었다. 이 회장은 침체된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CJ의 시대적 소명이자 책무로 삼고 있다.

◆문화 한류 확산 첨병 CJ

CJ그룹은 △식품·식품서비스(CJ제일제당·CJ푸드빌·CJ프레시웨이) △생명공학(CJ제일제당·CJ헬스케어) △신유통(CJ대한통운·CJ오쇼핑·CJ올리브네트웍스) △문화(CJ E&M·CJ CGV·CJ헬로비전) 등 4대 사업군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 받는 분야는 문화 사업이다. 문화 사업은 전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15%에 불과하지만 그룹 이미지를 크게 좌우하는 사업 분야다. 이 회장은 1995년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며 문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CJ는 드림웍스 투자 직후 제일제당 내에 멀티미디어 사업부 신설을 시작으로 1997년 뮤직네트워크(현 Mnet)를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강변을 오픈한 데 이어 2000년 CJ헬로비전의 모태인 양천방송을 인수했다. 2002년 CJ미디어를 설립했고 이후 CJ인터넷(현 넷마블) 설립(2003년), 온미디어 인수(2009년)를 거쳐 2011년 CJ E&M을 출범시켰다.

CJ의 문화 사업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잘 짜인 플랜대로 성장 가도를 달려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식품 사업이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가운데 문화 사업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CJ 내부의 반발이 매우 거셌다.

당시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직후인 데다 식품회사에 불과하던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이 영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전체 자산(1조원)의 23%에 해당하는 3억 달러를 생소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데 대한 내부 동요가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GV강변 공사가 한창이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대우·SK는 이때 모두 시장을 떠났다.

CJ가 시련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과 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미래 동력은 결국 문화 사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강한 믿음 때문이었다.

20년 뒤 CJ는 문화의 힘을 입증했다. CJ는 글로벌 한류 열풍과 맞물려 세계인이 K브랜드를 알게 되고 즐기며 소비하는 하나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CJ는 특히 중국과 베트남에 4대 사업군을 모두 진출시킨 것을 시작으로 동남아 문화 콘텐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 E&M은 올 5월 콘텐츠업계 최초로 터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안에 한·터키 합작 영화 2편(터키판 ‘이별계약’ 및 ‘수상한 그녀’)을 제작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말엔 태국 최대 미디어 기업 트루비전스와 합작 법인 ‘트루CJ크리에이션’을 설립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유력 콘텐츠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해 ‘CJ블루’를 출범시켰다. 이는 그동안 단순히 콘텐츠의 수출이나 일회성 공동 제작을 해오던 방식을 넘어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인 현지 콘텐츠 시장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 받는다.

문화 사업에 대한 CJ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CJ는 지난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KCON) 현장에서 “2020년까지 문화 사업 해외 매출 비율을 50% 이상으로 키워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한편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이 전 세계인의 일상을 파고드는 ‘한류 4.0’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한류 4.0 시대는 드라마(1.0), K팝(2.0), K-무비 및 K뷰티(3.0)에 이어 ‘K라이프 스타일’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단계를 의미한다.

CJ그룹 관계자는 “한류 관련 사업은 K브랜드 전반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확대, 관광객 증가 등 동반 성장의 효과를 낳는다”며 “CJ의 콘텐츠는 이미 ‘기획부터 글로벌’이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하고 빠른 조직 문화…핵심 경쟁력
CJ, 20년간 매출 20배·일자리 4만개…공격 투자로 재도약 날개 편다
(사진) 경기도 수원 광교에 지어진 CJ제일제당의 식품·바이오 통합 R&D연구소 ‘CJ블로썸파크’. /CJ그룹 제공

CJ는 ‘최초’, ‘최고’, ‘차별화’ 중심의 ‘온리 원’ 가치를 전 사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CJ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인지(최초), 비교할 수 없는 경쟁 우위의 품질을 지녔는지(최고), 기존과 확실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지(차별화)를 반드시 검증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CJ는 특히 유연하고 스피드 있는 조직 문화가 강점인 기업이다. 대표적인 예로 ‘님’ 호칭 문화를 들 수 있다. 올해 삼성·LG 등 주요 기업에서 호칭을 없애는 기업 문화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호칭 파괴의 원조는 CJ다.

CJ는 2000년 ‘님’ 호칭을 전 그룹에 도입했다. 부장·과장·대리 등 직급 대신 전 임직원이 상하급자 호칭 때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는 것이다. CJ는 심지어 공식 석상에서 이 회장을 호칭할 때에도 ‘이재현 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회장은 ‘님’ 문화 도입 당시 어색해 하는 임직원이 빠르게 수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이재현 님’이라고 부르도록 독려하면서 변화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맞닥뜨린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회장의 지시로 도입한 제도”라며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했지만 직장 내 선후배 간에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이끌어 내는 한편 다양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CJ는 신입 사원이 직접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 과정을 경험하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경연도 매년 시행 중이다. 2000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공채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CJ온리원페어’가 주인공이다.

온리원페어는 입사 후 그룹 및 각 계열사 입문 교육을 마친 신입 사원 6~12명이 한 팀을 이뤄 계열사별 주요 사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아이디어 경연이다. 신입 사원은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사업을 빠르게 이해함은 물론 새내기의 신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와 임직원 모두 ‘윈-윈’하는 제도다.
CJ, 20년간 매출 20배·일자리 4만개…공격 투자로 재도약 날개 편다
그래픽=윤석표 팀장

한편 이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씨는 올해 3월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학부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2011년 7월 CJ(주) 사업팀에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등을 거쳐 현재 CJ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 상무는 1985년생으로, 성격이 소탈하고 꾸밈이 없어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반면 업무적 측면에서는 매우 적극적이고 꼼꼼한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이 상무의 남편 정종환 씨도 올해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정 상무는 1980년생으로, 컬럼비아대에서 기술경영학을 전공한 뒤 동 대학원에서 경영과학 석사를 받았다.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기도 했다.

정 상무는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하다가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도 CJ그룹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 씨는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2013년 7월 CJ그룹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다. CJ제일제당에서 영업·마케팅 등 현장 경험을 쌓은 뒤 CJ제일제당 BIO사업관리팀을 거쳐 현재는 CJ(주) 사업팀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1990년생인 이 부장은 대학 시절부터 방학 때마다 CJ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인턴 체험을 하며 업무를 익히는 등 매우 적극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choies@hankyung.com

[대한민국 신인맥 22 CJ그룹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CJ, 20년간 매출 20배·일자리 4만개…공격 투자로 재도약 날개 편다
-이재현 회장, ‘그레이트 CJ’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한류 첨병’ CJ 미래 이끌 뉴 리더들
-설탕회사에서 문화기업으로…이재현 회장의 ‘미래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