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항공업 새판짜기]
LCC, 외형성장 힘입어 몸집 불리기…대형사, 장거리 노선 서비스 경쟁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7년 현재 전 세계에 등록된 항공사는 1000여 개다. 들쑥날쑥한 운항 스케줄 때문에 정확한 항공사 운항 통계는 구하기조차 어렵다.

다만 항공 운임 결제 관련 기업의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면 50년간 전 세계 450여 개 항공사의 요금을 제공하고 있는 ATPCO(Airline Tariff Publishing Company)의 연간 평균 항공 운임표는 1억2000만 개 이상, 국내 인터파크투어는 연간 약 300만 개 이상의 항공 운임표가 제공되고 있다.

항공 운임에 대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같은 지역 운항임에도 항공사별 비행기 기종에 따라 1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부터 수십만원에 이르는 가격까지 다양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들은 노선과 가격 그리고 서비스 등을 통한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국만 보더라도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항공 시장은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국내에 저비용 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출범한 이후 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이스타·에어서울이 설립되면서 총 8개(FSC 2개, LCC 6개)로 늘어났다.

LCC의 증가는 국내 항공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오고 있다. 가격을 앞세운 LCC는 해외여행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비싼 항공기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를 이끌고 있고 시장을 빼앗긴 FSC는 신규 노선 개설과 증편 및 운휴 등 탄력적인 노선 운영과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한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볼륨 키우는 LCC vs 차별화 나선 대형사의 승부
◆ LCC의 질주, 항공업 지각변동 이끌어

LCC의 성장은 무섭다. 2010년 연간 여객 5800만 명에서 지난해 1억 명을 돌파한 것도 사실상 LCC의 힘이다. LCC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선으로 노선을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 지배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LCC의 성장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마저 무력화시켰다. 올해 상반기 한국~중국 노선 항공 여객이 30% 가까이 줄었지만 항공업계는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 상반기 항공 운송 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항공 여객은 국제선 3717만 명, 국내선 1591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7.1% 증가한 수치다.

LCC는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소비자 폭을 넓혔고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기내식과 좌석 예약 서비스, 공항 라운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식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LCC들은 신규 항공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운항 노선도 늘리고 있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현재 국내 LCC들이 보유 중인 항공기 수는 총 113대(제주항공 29대, 진에어 24대, 에어부산 20대, 이스타 18대, 티웨이 18대, 에어서울 4대)다. 지난해 8월 93대보다 20대(21.5%) 늘어났다. LCC들은 연내 119대까지 항공기를 늘릴 예정이다.

LCC들의 늘어나는 항공기는 노선 확대로 연결된다. LCC는 현재 13개국 48개 도시, 76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취항 노선도 홍콩·중국·방콕·일본 등 중·단거리 위주에서 비행시간이 9시간 30분에 달하는 하와이 노선까지 취항하며 장거리 시장에도 진출한데 이어 올해부터 러시아에까지 운항을 넓혔다.
볼륨 키우는 LCC vs 차별화 나선 대형사의 승부
LCC의 국제선 분담률은 2012년만 해도 7.5%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8월 20%, 12월 23.5%의 월간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연간 20%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몸집 불리기에 나선 LCC 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공개(IPO)에 집중하고 있다. 진에어에 이어 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까지 잇따라 상장 계획을 밝히며 ‘제2의 제주항공’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진에어의 모회사인 한진칼은 지난해 11월부터 진에어 상장을 추진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신성장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연내 상장을 위한 실무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주간사 선정을 완료한 후 거래소 상장 심사를 앞두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진에어가 상장에 성공하면 2015년 증시에 이름을 올린 제주항공에 이어 LCC업계 둘째 사례가 된다.
볼륨 키우는 LCC vs 차별화 나선 대형사의 승부
◆ 대형사는 차별화, 효율성으로 대응

반면 국내 FSC들은 국내에선 급성장하는 LCC, 국외에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외국 항공사들의 사이에 끼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FSC의 운항 분담률은 2012년 58.2%에서 지난해 43.6%까지 하락했다.

FSC는 LCC의 매서운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항공기 도입과 차별화된 서비스, 독점적인 장거리 해외 노선을 기반으로 수요층을 더욱 확고히 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 LCC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은 직접적인 경쟁보다 저가 항공 계열사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보잉사의 B737-MAX-8 기종 50대와 에어버스 A321-NEO 50대 등 총 10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새로운 항공기로 서비스를 강화하면 국내외 항공 여객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후 기종을 대체하면 늘어나는 항공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차세대 항공기는 기존 동급기보다 연료 효율이 20% 이상 좋은 것으로 알려져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일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중·장거리 노선을 책임질 새로운 항공기 도입이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당장 내년부터 A350-900 기종을 4대 투입하고 2025년까지 총 30대를 순차 투입할 예정이다. A350 기종에선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중간 단계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국내 항공사 최초로 운영한다. 서비스 만족도와 수익성 개선을 함께 노린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안정적인 해외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등 서비스로 차별화할 것”이라며 “새로 도입하는 항공기는 뛰어난 연료 효율이 특징이어서 장기적으로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항사들의 취항도 늘어나는 등 최근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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