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37호 (2017년 09월 11일)

‘코스닥 살리기’ 특명 떨어진 증권시장

[커버스토리]  코스닥 살리기 
한국거래소, 코스피+코스닥 ‘벤치마크’ 지수 개발…코스닥협회 등도 성명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얼마 전 코스닥시장을 떠난 카카오에 이어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마저 ‘코스닥 엑소더스’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 2부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될성부른’ 벤처기업의 육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하는 것이 이들에게 ‘젖줄’이 돼줄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의 모든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코스닥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배경이다. ‘코스닥 부활의 조건’을 짚어봤다.


(사진)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코스닥시장이 어렵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는 유가증권시장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스물한 살 청년’이 된 코스닥을 기념하기 위한 최근 기자간담회.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 있었다. 김 위원장의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대한민국 경제의 길, 코스닥 시장’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1996년 7월 1일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본떠 만든 것이 코스닥시장이다. 정보기술(IT)·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코스닥시장을 국내 미래 산업을 위한 ‘발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유가증권시장과 차이 ‘역대 최대’  

개설 당시 상장기업 343사, 시가총액 7조원 규모로 출발한 코스닥시장은 21년 동안 상장기업 1224사, 시가총액 216조7000억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지난 21년간 28배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단적으로 국내 증권시장의 큰형님 격인 ‘유가증권시장’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코스피지수(2414.63)와 코스닥지수(654.11)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60.52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상승세를 타며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코스닥은 여전히 600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증권에서 ‘코스닥 위기론’은 어제오늘 거론된 얘기가 아니다. 국내 코스닥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전성기는 단연 1990년대 'IT 벤처 붐' 시절을 꼽게 된다. 급속도로 덩치를 키운 코스닥은 2000년 3월 10일 2834.4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은 얼마가지 못했다.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2000년 말 코스닥지수는 525.80으로 추락했다. 이후 2015년 바이오주의 강세에 힘입어 7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다시 지수가 하락해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600~70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코스닥이 오랫동안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최근에는 달갑지 않는 소식들까지 더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지 2개월여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도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장주들의 연이은 ‘코스닥 엑소더스’는 오랜 시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재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전 만류’


당장 셀트리온까지 코스닥을 빠져나간다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줄로서 ‘코스닥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각계각층에서 ‘코스닥 살리기’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물론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김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위원회다. 1987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김 위원장은 전략기획부장,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4년부터 코스닥시장 본부장과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카카오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당시에도 직접 발 벗고 나서 카카오를 설득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을 직접 만나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만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서 회장과 8월 한 차례 만난 데 이어 9월이 시작되자마자 서 회장과 한 차례 더 만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닥 상장을 마친 서 회장은 코스닥에 잔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워낙 높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거래소는  특히 새로운 ‘벤치마크 지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더 많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를 유입하기 위해서다.

특히 셀트리온은 유가증권시장 이전 이후 ‘코스피200’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카카오 역시 유가증권시장 이전 이후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패시브 자금(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현재 유가증귄시장 상장 종목뿐만 아니라 코스닥 종목들도 ‘코스피200’지수에 편입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스닥협회를 비롯한 벤처기업 관련 협회들도 ‘코스닥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논란이 한창이던 5월 17일 코스닥협회·벤처기업협회·이노비즈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5개 협회는 “혁신·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창업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투자와 회수가 얼마나 잘 순환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코스닥 활성화는 선순환 벤처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코스닥시장의 정체성 확립과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코스닥의 자회사 분리를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국내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시장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

[‘위기의 코스닥’ 부활의 조건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코스닥 살리기’ 특명 떨어진 증권시장
-코스닥, ‘코스피 2부 리그’ 오명 벗어라
-카카오 이어 셀트리온도 ‘엑소더스’ 초읽기
-“달라진 코스닥, ‘한국의 테슬라’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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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9-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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