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37호 (2017년 09월 11일)

코스닥, ‘코스피 2부 리그’ 오명 벗어라

[커버스토리] 나스닥과 코스닥
‘나스닥 모델’ 신성장산업 시장으로 차별화…‘신뢰 회복’ 나서야


(사진) 뉴욕 타임스퀘어의 나스닥 대형 전광판 /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올 들어 미국 나스닥 증시의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다. 나스닥지수는 9월 6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7.7%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의 상승률(8.8%)을 크게 앞선다. 우리 증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14.6% 정도 상승률을 보인 반면 코스닥 상승률은 2.5%에 그친다.

나스닥 랠리를 이끈 주역은 소위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다. 8월 16일 기준으로 애플이 시가총액 8257억 달러(약 932조원)로 나스닥 1위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총 1위다.

이에 비해 코스닥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시총 13조7596억원 수준으로, 그마저도 최근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논의가 불거지며 ‘코스닥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외국인·기관투자가 비율 10% 불과


총 2838개 종목이 상장돼 있는 나스닥시장의 전체 시총은 약 10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상장 종목의 시총 평균만 해도 약 36억 달러 정도다. 이에 비해 코스닥은 상장기업 1224개, 전체 시총 216조7000억원 수준이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나스닥과 코스닥을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전문가들이 코스닥을 나스닥과 비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공급원’으로서의 공통된 역할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은 국내 유일의 중소·벤처 전용 시장이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기업들이 커졌다 하면’ 짐 싸들고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종목들은 총 46개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상장 이후 나스닥시장과 함께 규모를 키우며 성장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영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기업들의 펀더멘털보다 단기적인 이슈에 더 민감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거래 비율은 11.4%에 불과하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추진하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장감시·퇴출 강화해야 신뢰도↑”

코스닥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좋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많이 상장하고 남아있게 된다면 ‘유가증권시장 2부 리그’라는 오명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하고 싶게 만드는 ‘제도적 동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비교해 상장 최소 요건이 낮다. 하지만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의 2부 리그’라는 이미지 대신 ‘첨단 기술주의 집합소’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전통적 산업군’ 중심의 뉴욕증권거래소와 업종 구성 등에서 성격을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결과다.

여기에 나스닥만의 독특한 마케팅 방식도 효과를 발휘했다. 나스닥은 상장기업과 그 기업의 제품을 뉴욕 타임스퀘어 7층 규모 건물의 외벽 전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광고를 해준다. 뉴욕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광고가 걸리는 만큼 그 기업과 제품의 전시 효과가 크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던 대형 식품 기업 크래프트가 ‘나스닥의 전광판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나스닥으로 이전했을 정도다.

이는 중국판 나스닥이라는 의미에서 ‘차스닥’으로 불리는 선전창업판(ChiNext·차이넥스트)도 마찬가지다. 선전창업판은 상장 때 주식 매각 규제 및 주주 구성이 코스닥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하지만 선전창업판에 상장하게 되면 장점이 많다.

중국 증권 당국은 선전창업판 상장기업의 업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국한하고 이에 부합하는 민영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술·바이오 등이 포함된 ‘7대 첨단 산업’과 인터넷 플랫폼에 기반을 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사업을 의미하는 ‘인터넷플러스’ 등이 대표적인 국가 차원의 중·장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직후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중·장기 지원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전창업판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중국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러스왕’ 등 중국을 대표하는 4차 산업 대표 기업 상당수가 선전창업판 상장을 택한 이유다.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코스닥이 미래 성장 산업의 젖줄이 되기 위해서는 신성장 산업 위주의 시장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차별화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기업 공시 제도를 강화하는 등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거래 호가가 상당 기간 일정 금액에 못 미칠 때는 퇴출시키는 미국의 나스닥을 예로 들며 유가증권시장 진입 요건을 완화하되 동시에 상장기업에 대한 시장 감시와 퇴출 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vivajh@hankyung.com

[‘위기의 코스닥’ 부활의 조건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코스닥 살리기’ 특명 떨어진 증권시장
-코스닥, ‘코스피 2부 리그’ 오명 벗어라
-카카오 이어 셀트리온도 ‘엑소더스’ 초읽기
-“달라진 코스닥, ‘한국의 테슬라’ 키울 것”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7-09-12 10:11

가장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투표하기 결과보기

배너
콘텐츠 제작문의
파리바게트
파리바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