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2: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을 찾아서-⑤ 뉴욕]
-샤론 주킨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 인터뷰
-“지역 특수성과 다양성 확보 방안 마련 고민해야”
"젠트리피케이션 해결 방법 찾는 건 영원한 숙제"
(사진)샤론 주킨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 /김정우 기자

[뉴욕(미국)=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 대답을 듣기 위해 샤론 주킨 뉴욕시립대 대학원 사회학과 교수를 찾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 뉴욕에서도 그는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주킨 교수는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분석한 책 ‘네이키드 시티(Naked City)’를 2012년 펴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네이키드 시티’는 한국에서도 ‘무방비 도시’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바 있다.

오랜 기간 젠트리피케이션을 연구해 왔지만 그는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물론 해법을 찾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쓴 책의 제목처럼 한 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도시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빠진다는 주장이다.

주킨 교수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나라는 없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과 그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많은 이들이 알고 함께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Q.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놓고 여러 학자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각 도시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조금씩 다른 형식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정책이나 제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된 요소는 지난 몇 십년간 자본 유입이 없던 지역에 자본이 유입되면서 오랫동안 그 지역에 살아 왔던 거주자들이 옮겨 가고 부유한 사람들이 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본 유입으로 건물이 새로 지어지면 도시의 건축미가 되살아나지만 기존에 낮았던 임대료가 높아져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도시 개발로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은 특히 뉴욕에서 심각하게 발생해 왔어요. 낮은 임대료를 받는 건물이 사라지면서 도시의 성격 자체가 변화한 지역도 생겨났죠.”

Q. 뉴욕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요.

“뉴욕 시정부의 자율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우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정부 구조상 뉴욕 주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법률 제정과 관련해 주 의회 내에서 뉴욕시를 대변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요. 뉴욕 주에서 뉴욕시가 경제적으로 핵심이지만 뉴욕 주 시각에서 보면 뉴욕시는 그저 하나의 도시에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따라서 시장이 임대료 상승을 통제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뉴욕시가 실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은 물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의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Q. 그러면 뉴욕시는 그동안 이런 문제점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인가요.

“물론 그렇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시장직을 맡았던 마이클 블룸버그는 재임 시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뉴욕시의 많은 지역에 대해 토지이용규제법을 바꿨죠. 무분별하게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또 블룸버그 전 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설득해 그들이 자발적으로 저가 주택을 짓도록 하기도 했어요. 물론 강제가 아닌 협상을 통해서였죠. 그 결과 많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아파트의 약 20%를 ‘적당한 가격(임대료)’에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어요. ‘적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이른바 적당한 가격을 결정하는 일종의 ‘공식’이 있는데 이는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구조입니다. 뉴욕시 공시에 따른 집값의 적당한 가격은 저소득층에겐 비싸게 책정돼 있습니다.”

Q. 현재도 뉴욕은 계속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도 이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가 주택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는 중이죠. 변호사들이 저가 주택 세입자들을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에요. 블라시오 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상대로 임대료 상승률을 0%로 만들기 위한 압박을 가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Q. 여러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약 뉴욕 시정부에서 공공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한다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뉴욕 시정부는 이런 집을 대규모로 지어 공급할 만한 돈이 없어요.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시 정부의 상황은 비슷할 겁니다. 그 결과 뉴욕 시정부는 민간 영역에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부동산 공급을 의존하게 됐죠.

이런 사실이 암시하는 바는 큽니다. 결국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뉴욕 시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설득해 저가 주택을 짓도록 해야만 한다는 얘기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부동산 개발업자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저가 주택을 짓고 싶지 않을 겁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뉴욕에 국제 자본, 즉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저가 주택에 투자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뉴욕 시정부가 그들을 강제로 통제할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이를 통제하려고 하다가는 투자자들이 떠날 수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어요.

또한 뉴욕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소득이 집값 상승만큼 오르지 않은 것도 문제예요. 사람들이 집값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 역시 뉴욕 시정부에서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Q. 그러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힘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저가 주택 건설에 관심이 없어요. 또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면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각을 갖게 됩니다. 세입자들은 매우 두려워하지만 주택을 소유한 이들은 집을 팔 수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지역은 없고 또한 찾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한 사례 또는 해법을 물어볼 때마다 저는 늘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시가 개발되고 나면 각 지역이 전통이나 특성을 잃어버리는 것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 중 하나죠. 그 지역의 특수성을 만든 예술가나 주민들이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서 쫓겨나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서울을 방문했었는데 서울 역시 고유의 문화를 잃어 간다고 느꼈습니다. 현재 완전히 변해 버린 소호처럼 서울의 특별한 문화나 전통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웠죠. 과연 어떻게 해야 기존의 주민들이나 커뮤니티와 공존하면서 점진적으로 도시를 개발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해요. 서울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도록 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