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왕초보자의 비트코인 이야기 : 비트코인 글로벌 기업]
금융거래 넘어 자동차·물류로 확장…국내 삼성SDS·SKC&C에 전담조직
IBM VS MS, 블록체인에서도 맞수
(사진) 미 유통업체 윌마트에 적용된 IBM의 블록체인 기술/ IBM 제공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블록체인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인터넷”이라고 정의하며 향후 금융시장을 바꿀 중요한 전략 사업으로 지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공식 석상에서 “비트코인이 화폐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다. IBM과 MS를 필두로 글로벌 기업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공룡들의 ‘블록체인 선점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2020년 100억 달러 시장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10월 12일 ‘가트너 심포지엄·IT엑스포 2017’에서 2018년 이후 주목해야 할 10대 전망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블록체인이었다. 2020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10억 달러(1조1000억원)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시장 가치는 100억 달러(11조2700억원) 규모로 훌쩍 뛰어오른다.

현재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같은 금융 분야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2017년까지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해킹을 막는 것은 물론 전산비용 절감에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2020년 200억 달러(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JP모간체이스·씨티그룹·바클레이스·UBS 등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R3 CEV’라는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 9월 설립된 이 컨소시엄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IBK기업은행이 가입했다. 이들은 송금·결제·보험·주식·부동산 등 다양한 금융거래에 적용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연회비만 25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R3 CEV와 유사한 블록체인 연합군으로 ‘하이퍼레저’와 ‘EEA’ 등도 주목받고 있다. 리눅스재단이 운영 중인 오픈 소스 프로젝트인 하이퍼레저는 IBM·MS·인텔·레드햇·VM웨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무역금융 분야를 비롯해 물류·유통 등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표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이더리움기업연합(EEA)이다.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을 블록체인 기술의 표준으로 만들고 기업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MS·인텔·JP모간·도요타 등 15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S가 올해 5월 EEA에 가입했다.

금융을 넘어 사물인터넷(IoT)·헬스케어·게임 등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블록체인 기술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이 상당하다.

국내 대표적 게임 기업인 넥슨의 지주사 NCX가 9월 28일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을 무려 900억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 및 노하우를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게임·음원 회사가 ‘블록체인’ 탐내는 이유

또 유럽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4월 26일 미국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업 미디어체인랩을 인수했다. 로열티 미지급 문제와 같은 음원 시장의 난제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특히 관심이 뜨거운 곳은 자동차 분야다. 올해 1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비트코인 관련 디지털 결제 업체 페이캐시유럽을 인수했다. 5월에는 도요타의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가 블록체인 기술을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회사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빅체인DB, 미국의 오큰 이노베이션스, 이스라엘의 커뮤터즈와 젬 등 블록체인 분야의 글로벌 전문 기업들과 손잡았다. 이들은 향후 자율주행차와 차량 공유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기록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 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기업용 블록체인’이다. 대표 주자는 IBM과 MS다. IBM은 올 3월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레저 패브릭 1.0 프레임워크’를 선보였다. 기업용 블록체인 상용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 유통업체 월마트와 공동으로 돼지고기 유통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MS도 이에 질세라 올해 8월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는 플랫폼인 ‘코코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기업들이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을 보다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는 삼성SDS 와 SK C&C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삼성SDS는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술 자체 개발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올 4월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를 공개했다. 금융·물류·제조·유통·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넥스레저 기반의 블록체인 ID 인증 서비스인 ‘디지털 아이덴티티’와 지급 결제 서비스인 ‘디지털 페이먼트’도 공개했다.

SK C&C도 올해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3월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ID 인증 서비스를 개발한 데 이어 6월 국내외 선사들을 위한 블록체인 물류 서비스를 선보였다. 선하증권과 신용장 등 각종 거래 원장을 블록체인에 등록해 원본이라는 것을 보장하고 유통하는 구조다. 컨테이너 화물의 위치 및 관리 정보는 자동으로 수집되고 물류 관계자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김진운 삼성SDS 전략컨설팅 수석컨설턴트는 “블록체인이 금융거래를 넘어 물류 등 다른 분야까지 확대된다면 시장 파괴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