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암호화폐 도전기]
거래소 가입 → 본인인증 → 입금 → 구매…매도·전자지갑 이전은 96시간 이후 가능
“0.0177 비트코인…1억 될까?” 암호화폐 도전기
“0.0177 비트코인…1억 될까?” 암호화폐 도전기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비트코인? 가상화폐? 그거 주식이랑 비슷한 거야? 금 투자하는 거라고 여기면 되는 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어찌 돈이라고 할 수 있어. 내 손에 잡히고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야 돈이지.

허공에 있는 화폐를 구매해 온라인에서 가진다고 내 돈이라는 생각이 안 들 것 같은데? 주식이 그렇잖아. 아무리 상한가를 치고 올라도 매도해서 은행 계좌로 옮기기 전까지는 내 돈이 아니잖아. 언제든 공중분해될 수 있는 위험자산이지. 비트코인이 딱 그런 것 같은데? 게다가 해킹 당하면 어떡해.”

올해 초 옆 책상에 앉아 있는 금융 전문기자에게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되물은 질문이었다. 기자는 돈에 대해 보수적인 수준을 넘어 폐쇄적일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20대 후반에 주식 투자로 큰돈을 잃어 봤기에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고 하는 솔깃한 제안들은 되도록 멀리하는 중이다.

사실 딱히 투자할 만큼 지갑이 두껍지도 않다. 특히 가정이 생긴 이후엔 ‘남은 것이라도 지키자’는 판단에 따라 안정적으로 자산을 보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부동산을 제외한 유일한 투자처는 은행 예·적금이다. 비트코인은 반짝하고 사라질 ‘떴다방’ 같은 투자 수단이라고 예상했다.

그로부터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전국에 그야말로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비트코인은 1년 사이 수익률 500%를 넘어섰고 하루 평균 거래액이 1조원이 넘는 등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다.

투자 대박 또는 쪽박 스토리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실제로 최근에 가깝게 지내는 모 부장은 몇 달 새 비트코인으로 1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또 다른 친한 동생은 자신의 사촌형이 모아 놓은 돈을 비트코인에 쏟아부었다가 탕진해 가족들에게 안부 인사만 남기고 연락이 두절돼 실종 신고를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도대체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일까. 기자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투기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남의 말만 듣고 ‘전망이 있다, 없다’ 입방아를 찧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일단 기자가 직접 발 담가보고 다시 얘기해 보기로 했다. 그래, 비트코인 한번 사보자.

◆1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 1년 묵히면?

우선 비트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검색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빗썸·코인원·코빗 등 3곳이다. 세 곳 모두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사설 거래소여서 어디가 믿을 만한 곳인지 결정하는 것부터 고민이었다.

우선 거래 수수료를 비교해 봤다. 셋 다 0.10~0.20%로 비슷하다. 빗썸은 쿠폰을 통해 수수료를 할인해 주고 코빗과 코인원은 회원 레벨 제도로 거래량이 많을수록 수수료 할인을 많이 해준다. 현재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빗썸이다.

코빗은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이자 최근 넥슨에 인수·합병(M&A)되는 등 브랜드 네임이 있다. 코인원은 거래량 기준으로 볼 때 빗썸 다음이고 대표이사가 해커 출신이어서 거래소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알려져 있다.

기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해킹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놓고 비교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해킹으로 잔액이 다 털려 0원이 찍혀 있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니 아찔했다. 최종 선택은 코인원이었다.

암호화폐를 사고팔기 위해서는 거래소에 가입해야 한다. 우선 코인원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진행했다. e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약관에 동의한 뒤 회원 가입 버튼을 눌렀다.

다음 페이지에선 e메일·휴대전화·실명·계좌·OTP 인증 절차가 있는데, 이 모든 인증 과정을 차례로 거쳐야 거래소에 입금할 수 있다. 가입 절차가 꽤나 복잡했지만 안전을 위해선 더욱더 복잡할수록 좋다고 위안을 삼았다.

다음은 계좌를 등록하고 본인 명의의 계좌인지 인증하는 단계다. 인증 완료 뒤 가상계좌 발급받기 아이콘을 클릭했다. 발급받은 가상계좌로 10만원을 입금하니 코인원 계좌에 동일하게 잔액이 찍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본인 명의의 계좌여야만 하고 가상계좌로 입금할 때 입금자명이 코인원에 가입된 이름과 같아야 한다. 입금자와 코인원에 등록된 이름이 다르면 곧바로 잔액에 반영되지 않고 추가 절차를 통해 입금자가 본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 10만원으로 무슨 암호화폐를 살까. 코인원에서 구매 가능한 암호화폐는 BTC(비트코인)·BCH(비트코인캐시)·ETH(이더리움)·ETC(이더리움 클래식)·XRP(리플)·QTUM(퀀텀)이 있다. 마진이라고 붙은 것은 마진 거래라는 일종의 신용거래다.

기자는 이 중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구입하기로 했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1주로 딱 떨어지게 구입하는 게 아니라 0.0001 단위로 거래된다. 실제로 사용할 때는 0.00000001 단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암호화폐 매수와 매도 과정은 주식거래와 비슷했다. 판매자의 매도 가격과 구매자의 매수 가격이 맞으면 거래가 성사된다.

10월 12일 오후 2시 10만원으로 562만5000원짜리 비트코인 0.0177개를 구입했다. 주문 금액은 수수료를 제외한 9만9562원이 찍혔다. 주문을 넣으니 곧 체결됐다. 거래한 뒤 계좌 관리에 다시 들어가 보니 화면에 보이는 잔액은 328원과 0.0177비트코인이었다. 소수점 화폐라니. 아직은 암호화폐가 어색하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아직 이렇다 할 객관적 실적이나 공시가 없다. 이 때문에 등락이 잘 가늠되지 않는다. 상한가나 하한가도 없고 주식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없다. 이 때문에 ‘오늘 10만원으로 구매한 비트코인이 언젠가 1억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이 아주 헛된 꿈은 아닐 수도 있다.

비트코인을 매도하거나 전자지갑으로 옮기는 것은 96시간 이후에나 가능하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험 삼아 한번 구매해 보자고 시작했는데 막상 구매하고 나니 계좌를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장 마감 시간이 없어 24시간 돌아간다는데 잠도 자지 않고 호가 창을 보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