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알트코인} 스마트 컨트랙트 첫 도입한 이더리움 ‘두각’…제도권 진입 가능성 큰 리플 ‘주목’
1000여개 암호화폐 “비트코인 넘어라”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대명사다. 이 말은 곧 비트코인 외에도 많은 암호화폐가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라고 부른다.

현존하는 암호화폐의 종류는 1000종이 넘는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암호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은 1547억 달러(10월 12일 기준)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를 넘는 암호화폐는 12개다. 비트코인(808억 달러), 이더리움(293억 달러), 리플(102억 달러), 비트코인 캐시(53억 달러), 라이트코인(27억 달러), 대시(22억 달러), NEM(19억 달러), NEO(15억 달러), IOTA(13억 달러), 모네로(13억 달러), 비트커넥트(12억 달러), 이더리움 클래식(11억 달러) 순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는 각 화폐마다 특징이 있다. 가장 유명한 화폐는 역시 비트코인이다. 분산 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 중앙 관리 주체 없이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 간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거래할 때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의 장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거래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가장 오래됐고 코인당 가격도 비싸며 거래량도 많아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로 꼽힌다.
1000여개 암호화폐 “비트코인 넘어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
여러 알트코인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것은 이더리움(ETH)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이 결합돼 있다. 또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비해 거래 내역 처리 속도가 빠르고 네트워크에 배포된 코인의 수가 많다는 점에서 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업체들이 암호화폐 발행(ICO : Initial Coin Offering)을 위한 용도로 많이 활용된다.

이더리움은 2015년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그는 열아홉 살의 나이에 이더리움을 창안해 ‘암호화폐의 스타’가 됐다.

이더리움이 내세운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은 미리 지정해 놓은 특정한 조건이 일치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리스 계약을 체결한다고 하자. 일반적으론 월 리스 사용료를 책정하고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추가 약정을 하게 된다. 이때 계약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리스 사용료가 제대로 들어왔는지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또 연체되면 해당 차량을 사람이 직접 압류하는 등의 제한을 가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 리스 계약에 스마트 컨트랙트가 적용되면 ‘사람의 확인’이라는 과정이 필요 없어진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계약하게 되면 이더리움 지갑에서 자동으로 월 사용료를 주고받게 된다. 또 만약 계약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미리 설정해 둔 조건에 따라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되는 등의 제약이 생긴다.

이더리움은 자동차 리스뿐만 아니라 임대차 계약, 각종 공과금 납부 등 대부분의 계약의 지불과 집행에서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돼 물류·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JP모간·시스코·마스터카드·삼성SDS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더리움에 기반 한 기업용 블록체인 연합체 엔터프라이즈이더리움얼라이언스(EEA)에 참여한 이유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이더리움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가능성을 보인 후 새로 등장한 암호화폐들은 모두 이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게 됐다”며 “비트코인이 암호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면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암호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2016년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을 통해서다.

부테린 프로그래머가 설립한 이더리움재단은 자동으로 암호화폐 기반의 투자를 하기 위한 이더리움 기반 펀드 시스템인 다오(The DAO)를 만들었다. 다오는 DAO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판매해 투자 자금을 모집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오는 이더리움을 이용해 스플리트(Spilit)라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개발했다. 스플리트는 투자자가 투자금 반환 요청을 하면 DAO 토큰을 이더 코인으로 반환해 주는 역할을 했다.
1000여개 암호화폐 “비트코인 넘어라”
1000여개 암호화폐 “비트코인 넘어라”
1000여개 암호화폐 “비트코인 넘어라”
하드포크 이뤄진 이더리움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반환 요청이 즉시 처리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해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해커는 투자 반환 요청 후 잔액에서 반환 요청이 처리되기 전에 반복적으로 반환 요청을 하는 반복 공격(recursive attack) 방식으로 다오를 공격해 360만 이더 코인을 빼돌렸다. 360만 코인의 가치는 도난 당시 기준으로 5500만 달러(640억원)에 달했다.

이더리움 재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이더리움 사용자는 잃어버린 이더 코인의 사용을 막기 위해 이더리움의 코드 변경을 원했다. 하지만 다른 일부 사람들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의 문제이기 때문에 코드 변경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코드 변경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코드 변경 전의 이더리움을 갖고 나와 이더리움 클래식을 만들었고 코드를 변경한 사람들이 현재 이더리움을 갖게 됐다. 이른바 ‘하드포크’가 일어난 것이다.

시가총액 4위 비트코인 캐시도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처럼 ‘하드포크’를 통해 탄생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 캐시는 기존 비트코인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에서 탄생했다. 기존의 블록체인에서 하나의 블록 크기는 1MB이다. 이 블록 크기를 늘리면 실질적인 처리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2MB로의 점진적인 확장과 8MB 이상 급진적인 확장을 하자는 그룹의 의견이 충돌했고 투표해 블록 크기를 2MB로 증가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기존 비트코인과 다른 프로토콜을 갖는 비트코인 캐시가 만들어졌다.
시가총액 3위는 리플(XRP)이다. 리플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구조적으로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암호화폐들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암호화된 데이터 더미에서 암호를 해독하는 마이닝(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코인을 생성하고 네트워크에 공유·유통한다. 하지만 리플은 모든 코인을 ‘리플랩스’라는 기관에서 발행하고 유통한다. 즉 리플은 중앙 운영·관리 시스템 없이 분산 구조로 이뤄진 여타 암호화폐와 달리 중앙 운영 주체가 존재한다.

리플, 금융 송금 시스템 중심

리플의 기능적 특징은 송금 기능이다. 현재 국제 송금은 사용자, 국내 은행, 해외 은행 등 여러 기관을 거쳐 복잡하게 처리된다. 각 기관의 정산 과정을 거칠 때 서로 다른 통화와 시스템 등으로 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절차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블록체인 기반 정산 시스템이 리플이고 리플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발행한 암호화폐가 XRP 코인이다.
특히 리플은 환전할 때 최적의 환율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예를 들어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바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화를 엔화로 바꾼 뒤 다시 달러로 바꾸는 등 화폐의 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현재 리플은 한꺼번에 1000억 개의 코인이 발행된 상태다. 이 때문에 코인당 가격이 저렴해 흔히 동전 코인 등으로 불린다. 현재 코인당 200원 안팎의 가격을 유지 중이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서 거래량이 많다. 9월 기준 리플의 거래량에서 한국의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이른다.

미구엘 바이아스 리플랩스 운영책임자는 “리플은 암호화폐가 아니라 금융 송금 시스템을 위해 탄생했다”면서 “여러 은행 결제 시스템과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으로 현재 존재하는 암호화폐 중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 미쓰비시도쿄은행, SBI리밋, 태국 시암 상업은행, 스페인 BBA, 스웨덴 SEB 등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리플을 내부 송금 및 결제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을 밝히면서 암호화폐 중 가장 빠르게 제도권 금융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블록체인 기술과 달리 송금 등에 특화된 형태로 리플랩스 측에서 한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까지 리플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도 많은 만큼 짧은 시간에 리플이 제도권에 안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5위 라이트코인은 2011년 찰스 리가 개발한 암호화폐다. 채굴 시의 복잡성을 비트코인보다 줄인 것이 특징이다. 리플이 현실 세계의 송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면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의 블록 생성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비트코인은 블록 생성 시간이 10분이다. 하지만 거래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6개의 블록이 블록체인에 등록될 때까지 대기한 후 7번째에서야 등록되기 때문에 실제 블록의 생성 시간은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라이트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수정하면서 탄생했다.

시가총액 6위는 대시가 올라 있다. 대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이다. 비트코인은 모든 이체 내역이 기록으로 남지만 대시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또 비트코인보다 거래 승인도 빠르다. 모네로도 익명성을 강화한 암호화폐다. 모네로는 블록체인상의 거래 내역을 숨겨 익명성을 강화한다.

최근 나왔거나 나올 예정인 코인 중 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이 거론되는 코인은 폴리비우스와 큐텀 등을 꼽을 수 있다. 폴리비우스는 IoT와 빅데이터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터넷 은행 설립을 위한 코인이다. 큐텀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을 합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0여개 암호화폐 “비트코인 넘어라”
[돋보기]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
19세에 이더리움 만든 ‘천재 프로그래머’…이더리움재단 세워 암호화폐 주도

2014년 11월 포브스와 타임 등이 주관하는 ‘정보기술(IT)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월드테크놀로지 어워드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 쟁쟁한 IT업계의 실력자들을 제치고 19세의 무명 프로그래머 비탈릭 부테린이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계기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개발을 통해서다.
부테린 프로그래머는 1994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6세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10세 때부터 자신이 직접 코딩해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고 17세에 비트코인을 접한 뒤 19세에 이더리움 설계도인 백서를 발간했다. 영어·러시아어는 물론이고 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까지 5개 국어를 구사한다.

캐나다 워털루대를 1년 다니고 자퇴한 뒤 이더리움 개발에 매진했다. 그는 워털루대에서 틸 장학금을 받았다. 틸 장학금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만들었다. 틸은 “대학교 1학년 때 배운 것은 2학년이 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4년은 너무 길며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못하도록 막는 곳”이라며 장학금을 만들어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에게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지원한다.

부테린 프로그래머는 10만 달러를 밑천으로 이더리움 개발에 주력, 그해 말에 이더리움 생태계 조성을 책임지는 이더리움재단을 만들었다. 이더리움재단을 세울 때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했는데 165억원이 모였다. 크라우드 펀딩 역사상 둘째로 많은 모금 실적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더리움 보급에 나선 시기는 공교롭게도 비트코인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해킹 공격을 받아 고객의 돈 75만 비트코인과 거래소가 보유 중인 10만 비트코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이더리움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부테린 프로그래머는 무엇보다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강조한다. 그는 서울 삼성동에서 9월 25일 열린 ‘서울 디리움 밋업’에 참석해 “비트코인이 암호화폐를 운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만들었다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과 범용성”이라며 “단순 결제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더리움을 단순히 투자 수단만으로 생각하기보다 이더리움의 기술 철학이나 응용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