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혁신성장의 조건 = ①기업지배구조 : 인터뷰 ]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최근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이 단순 가십성 논란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과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오너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에도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대개 가벼운 처벌이나 합의를 통해 무마되면서 지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갑질로 인한 오너리스크는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일까. 우리 사회는 지금 한국 경제가 다시 비상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오너리스크의 최소화와 이를 통한 기업의 신뢰 회복’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지배구조 평가와 연구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의 조명현 원장을 만나 최근 기업지배구조 영역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상장회사의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 수준을 평가해 ‘2017년 ESG 등급’을 부여하고 공표하고 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ESG 반영한 사회책임투자는 확대해야”
(사진)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서범세 기자

-총수 일가의 반복되는 갑 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이전까지 총수 일가의 갑 질과 기업의 가치 하락은 추상적인 개념이었을 뿐, 검증이 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발달로 불매 운동이 일면서 총수 일가의 도덕적 논란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타격을 주게 됐죠. 시장이 총수일가의 도덕적 문제를 ‘리스크’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반복되는 갑 질 논란의 원인이 기업지배구조에 있다는 분석은 어떻게 보나요. ‘재벌개혁론’도 일고 있습니다.



“갑 질과 기업지배구조의 연결고리를 정교하게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예요. ‘갑 질한 이가 재벌 3세다→무능력한 이가 또는 비도덕적인 인사가 단지 총수일가란 이름으로 기업을 소유 및 경영한다→그래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라고 단순화시킨 거죠. 우리 사회는 대기업에 문제를 집중 조명하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중견기업에 있어요. 1세대에서 2세대, 3세대로 내려오면서 완전히 소왕국의 황제로 군림하는 기업의 총수 일가들이 많죠.”



-총수 일가의 갑질에 대한 해결책은 요원한 걸까요. 사회·경제적 폐해가 막심하다 보니 사전 사후적 장치(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요(웃음). 사전 규제는 한계가 있어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사전에는 필수적인 것만 남겨 놓고 규제를 없애주는 쪽이 맞아요. 그 대신 민사소송제도를 활성화해 사후 규제를 강화해야죠. 총수 일가든 누구든 잘못하면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합니다. 집단소송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제도는 기업에 경종을 울릴 수 있지만 한순간에 기업을 도산시킬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아니에요.”



-제도적인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국내 상장회사의 환경경영(E)·사회책임경영(S)·지배구조(G) 수준을 평가한 자료인 ESG 등급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봐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ESG 등급을 책정해 발표하고 있어요. ESG 평가 점수를 바탕으로 ‘S, A+, A, B+, B, C, D’ 등 7등급 체계로 구분됩니다. S등급은 ESG 이슈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기업, 반대로 D등급은 훼손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을 의미하죠. 이 ESG 등급은 소액주주를 비롯한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평가 지표예요. A기업이 사회적으로 갑질을 하면 그 회사의 ESG 등급은 낮겠죠. 그러면 ESG 등급을 본 투자자들은 A기업에 투자하지 않거나 망설일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불똥이 또 어디로 튈지 알고 투자하겠어요.”



-ESG에 총수 일가의 갑질도 반영되나요


“사회책임 경영 부문에서 갑질 부문을 평가합니다만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닙니다. 앞으로 데이터가 쌓일수록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SG는 아직 우리 사회에 낯선 개념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요.



“ESG를 투자 의사결정에 고려하는 책임 투자는 범세계적인 추세예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죠.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장회사는 ESG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 경영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기업지배연구원은 국내 상장사가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해 대내외적 신뢰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poof34@hankyung.com

[‘혁신성장’의 5대 조건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한국, 혁신 통해 ‘제자리걸음’ 벗어나자
-‘오너리스크’최소화…기업의 신뢰 회복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 규제 개혁이 답이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기업의 목 비틀면 새벽은 오지 않는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 ‘사회적 대화’에서 찾자
-야콥 발렌베리 인베스터 회장 “경영권 안정 바탕, 사회 환원에 주력”
-청년의 꿈이 공무원인 나라엔 미래 없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모험자본 공급할 금융의 혁신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