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프랜차이즈 논란]
프랜차이즈업계 ‘시련의 2017년’…치킨 가격 인상에 ‘갑질 논란’까지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행정소송 제기
(사진) 제빵기사 고용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 사진=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올 들어 유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6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파문에서부터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대표의 ‘똥개교육’은 갑질 논란에 불을 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탐앤탐스·본죽·원할머니보쌈 등 대표적인 업체들이 줄줄이 ‘상표권 부당이득’으로 고발당했다. 피자에땅은 ‘가맹점주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 중이다. 신설설농탕을 비롯해 ‘보복 출점’ 논란에 휩싸인 업체들도 여럿이다.

곪아 있던 문제들이 한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미운털’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인건비 부담’ 등 우려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자면 SPC그룹이 운영하는 제빵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제빵 기사 불법 파견’ 논란이다. 고용노동부는 9월 21일 파리바게뜨 본사·협력업체·가맹점 등에 대한 근로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들의 제빵 기사 채용 방식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5378명에 대해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제빵 기사에게 지급하지 않은 연장 근로수당 등 총 110억1700만원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결과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전국 11개 협력업체와 업무 협정을 맺고 가맹점에 제빵 기사를 파견하고 있다. 제빵 기사들은 가맹본부가 지정한 협력사에서 10주간의 제빵 교육을 받은 뒤 협력사의 직원으로 취직해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게 된다. 가맹점주는 협력사에 제빵 기사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협력사는 중간 수수료를 제한 뒤 제빵 기사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파리바게뜨가 제빵 기사들에게 사실상의 업무 지시를 했느냐는 것이다. 문기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파리바게뜨는 제빵 기사들과 형식상 ‘업무 도급 계약’을 맺어 왔다”며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업무 도급 계약’이 아니라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업무 도급 계약’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제빵 기사와 같은 고용 인력들에게 제품을 아웃소싱(외주)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본사가 제빵 기사에게 사실상의 직접적인 업무 지휘를 했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도급 계약’이 아니라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본사에서 채용·승진·평가·임금 등 인사·노무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해 왔다는 것이 그 근거다. 본사 소속의 품질관리사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제빵 기사들의 출근 시간 관리를 비롯한 업무상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지시·감독한 점도 확인됐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파리바게뜨는 당장 이들을 직접 고용하려면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면 가맹점주들의 인건비 부담도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맞물려 업체와 가맹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어서 이번 파리바게뜨 사태가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에 직접 고용 기한을 11월 9일로 통보했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을 단기간 내에 직접 고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파리바게뜨측 입장이다. 고심 끝에 파리바게뜨는 정부를 상대로 시정명령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10월 30일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날 고용부가 관련 내용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리바게뜨는 또 가맹본사, 인력 공급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 3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도급 계약을 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파리바게뜨와 같은 프랜차이즈업계는 물론 백화점 등에서도 만연한 노무 계약 방식이다. 이번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직접 고용 문제를 식품·유통업계 전반의 문제로 간주해야 하는 이유다.

문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명실상부한 도급 계약을 체결해 영업해 온 프랜차이즈 업체들로서는 고용부의 ‘불법 파견’ 판단이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느껴질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형식상 계약 당사자 여부보다 ‘실질적 사용 사업주’에 초점을 둔 이번 판단을 계기로 그동안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실시해 오던 파견 근로 관행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캐나다·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파견 사유와 기한에 제한이 없다. 대상 업무나 기한을 노사 합의를 통해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현행 파견법에 따라 파견 대상 업무를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영전략이나 인력 정책을 원천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고용 이슈를 포함해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불법 파견 사례가 대부분 이와 같은 경우에 속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에선 청소·경비 등 32개 업종만 파견을 허용하고 기간도 2년을 넘길 수 없다”며 “고용시장이 달라졌는데 여전히 20년 전의 파견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인상 논란에 정면 돌파, BBQ의 원가 공개 ‘묘수’될까

올 6월 치킨프랜차이즈 1위 기업 제네시스BBQ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불씨를 댕긴 것은 ‘치킨 가격’이었다. BBQ는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치킨 제품의 가격을 10% 정도 인상했다. 당시 BBQ는 가격 인상 배경과 관련해 인건비 상승과 임대료 부담, 배달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가맹점의 요구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만원대 치킨’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이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여기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BBQ의 가맹사업법 위반 조사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점주들에게 광고비 분담금을 걷겠다고 통보한 데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은 없었는지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행정소송 제기
(사진) 치킨 가격으로 홍역을 치른 제네시스BBQ/ 사진=한국경제신문

이에 BBQ는 공정위 조사 시작 하루 만에 치킨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전문 경영인이 사임하는 등 발 빠른 진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BBQ 측은 가격 인상 결정 전 가맹점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90%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가격 인상 과정에서 가맹점주에 대한 강압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양새는 BBQ가 공정위의 칼놀림에 백기를 든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BBQ를 둘러싼 가격 인상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익명을 요구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BBQ 사태 이후에 교촌·BHC 등 경쟁사들이 줄줄이 가격 인하 혹은 가격 인상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가격 인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브랜드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 경영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이와 같은 가격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치킨·커피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외식 업계는 서민들의 ‘생활 물가’와 직결되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만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할 때는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고 이번 사태 역시 그와 같은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이지만 속을 잘 들여다보면 ‘프랜차이즈업계의 물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생닭 등 원자재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컸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치킨·커피 등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생닭·원두와 같은 원재료의 ‘원가 공개’ 요구가 빗발쳤던 이유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BBQ는 업계 처음으로 ‘원가 공개 발표’를 선언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킨을 포함한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그 동안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원가 공개를 반대해 왔다. BBQ의 원가 공개는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인 셈이다. 최근 발표한 프랜차이즈협회의 자정안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원가 공개’ 움직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원가 공개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장기적으로는 합리적 가격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원가 공개가 오히려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가격은 닭고기 값뿐만 아니라 점원·배달원 인건비, 점포 임대료, 각종 재료비 등 여러 요소들이 변수로 작용한다”며 “그런데 원가를 공개하고 치킨 가격을 닭고기 값에만 연동한다면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로 본 ‘갑질 논란’, 제왕적 CEO 견제 기구 부족

7월에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이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에 이어 15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할 때 친동생 명의로 세운 중간 유통 업체를 끼워 넣어 57억원 정도의 부당한 유통 마진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유통 과정을 늘려 가맹점에 정상 가격보다 비싼 값에 치즈를 공급하며 ‘치즈 통행세’를 챙긴 것이다. 공정거래법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에 해당한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행정소송 제기
(사진) 갑질 논란에 고개 숙인 미스터피자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보다 더욱 공분을 사는 부분은 따로 있다. 편법 경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오너 일가가 호의호식했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자신의 딸과 아들의 장모까지도 계열회사 임원으로 등재해 수년간 수억원의 허위 급여 등을 제공했다.

전 가맹점주들에 대한 ‘보복 출점’ 논란도 뜨거운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정 전 회장을 비롯한 MP그룹의 임직원들은 미스터피자를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오픈한 ‘피자연합’ 매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자연합 매장의 개장 준비 상황, 1일 매출액, 손님 수 등 현황을 보고받았다. 피자연합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출점한 후 전국 최저가로 피자를 판매하는 등 ‘보복 출점’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MP그룹은 정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황이다. 또 서울시의 중재로 가맹점주들과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의 이견이 워낙 커 협의가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로열티 지급’ 문제와 관련해 의견 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오너가 자의적으로 회사 자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상황”이라며 “지난번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갑질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갑질 논란’은 미스터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 호식이두마리치킨·총각네야채가게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개인적인 비리나 비도덕적 행위가 여럿 터져 나왔다. 이는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에 만연한 ‘제왕적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난 40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특히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며 은퇴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프랜차이즈 산업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은 브랜드가 성장해 갈수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반면 창업자의 책임감이나 오너로서의 윤리 의식은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최근 불거진 갑질 문제의 장본인들이 공교롭게도 1990년대에 창업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창업 1세대들’인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봉섭 한국프랜차이즈학회 부회장은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왕적 CEO들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질 논란은 기본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 사이의 수익 배분에 대한 문제다. 로열티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피자헛이 미스터피자와 비슷한 사례다. 피자헛의 가맹점주들은 9월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 승소했다. 피자헛은 그간 구매 대행, 마케팅, 전산 지원, 고객상담실 운영 등에 드는 제반 비용의 일부를 ‘어드민피(가맹점 지원 업무 수수료)’로 가맹점주들에 요구해 왔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로열티 제도를 정착시킴으로써 수익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통행세나 어드민피 등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권재두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은 “로열티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영업권이나 각종 지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라며 “하지만 프랜차이즈 초기부터 국내 정서상 로열티에 대한 거부감으로 받기 힘들어지자 수익원을 물류 수익 등 다른 쪽으로 돌려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로열티 기반의 수익 구조로 돌아가는 것이 가맹본부나 가맹점 사업자가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