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이범돈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석부회장 인터뷰]
불공정 거래 논란… 로열티 제도로 보완 필요
“가맹점과의 상생 CEO가 앞장설 것”
(사전)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 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석부회장./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농기구 ‘키’를 아시나요. 곡물의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지어 주는 도구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자정안은 키와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옥석을 가려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1월 1일 만난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프랜차이즈업계의 자정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10월 27일 자정안을 발표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시대가 변했고 업계도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자정안 역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전했다.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일부 기업의 잘못된 경영 행태로 프랜차이즈업계 전체가 비난 받으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이다.

이 대표는 “일부 기업 때문에 성실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이나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치부되며 행해지고 있는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식과 의지의 문제”라며 “CEO부터 인식을 바꾸고 본사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요즘 상생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프랜차이즈 기업에 최고의 상생은 동종업계에서 단위 점포당 최고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Q. 불공정 거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이 있을까요.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통행세’와 ‘물류비’입니다. 과도한 통행세와 물류비는 계속 물건을 공급 받아야 하는 가맹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특히 가맹점주가 동일 제품을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다면 곤란합니다. 가맹본부는 부당한 유통 마진이 아닌 가맹점의 점진적 확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가맹점에 저렴하게 물품을 공급하고 본사의 합리적 이윤을 추구해야 합니다.”

Q. 최근 논의되고 있는 로열티 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이는 기업도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로열티가 근간입니다. 한국에서 변형된 것이죠. 계속 반복되는 불공정 거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로열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갑자기 도입할 수는 없겠지요. 가맹점과의 마찰이 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CEO가 의지를 갖고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봅니다. 로열티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가맹점이 장사가 잘돼야 본사도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상호간 장기적인 신뢰와 협력의 선순환을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새로 로열티 제도를 도입할 때 본사에서 로열티의 가치를 충분히 가맹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Q.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너무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가맹본부와 잘못된 윤리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고요. 최소 직영점 2개 이상을 1년 동안 운영하게 한 후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 협회나 정부 기관을 통한 가맹본부 사업자들의 윤리 교육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Q. 협회에서 자정안을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우선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반성이 바탕이 됐습니다.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돼 온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죠.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만 했고 회원사들의 요구에 발맞춰 자정안을 만들게 됐습니다. 아픔은 있었지만 이번 자정안을 통해 프랜차이즈가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자정안이 법적 규제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법적 규제가 없죠. 협회가 법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회에는 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어울리는 공동체 안에 만들어진 규율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협회는 논란을 일으키는 프랜차이즈에 대해 회원사 퇴출이나 CEO의 윤리 교육 등을 통해 자정안의 효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이번 자정안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요즘은 정보공개서를 통해 누구나 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은 창업을 결정하기 전에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살펴 옥석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때 자정안이 창업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업계가 이번 자정안을 충실히 따른다면 관련 내용이 정보공개서에도 반영될 것이고 창업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Q. 정부,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법이나 제도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부 역시 협회가 나서 업계의 공감대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협회와 업계가 부응한 것이죠. 자정안을 발표하고 난 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협회 회원사가 아닌 곳을 눈여겨보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는 비회원 사들도 서둘러 자정 노력을 보여 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cwy@hankyung.com

[인터뷰 뒷얘기]
대부분의 CEO가 손사래 친 인터뷰, 이범돈 대표가 응한 이유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10월 27일 자정안을 발표했다. 곧바로 업계의 목소리를 기사화하기 위해 프랜차이즈업계 대표 여러 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대부분이 싸늘한 반응이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고사한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지금 나서기가 곤혹스럽다며 손사래를 치는 CEO까지 인터뷰 섭외는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던 도중 전국에 2550여 개 가맹점을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 이범돈 대표와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에서 2000개 이상 가맹점을 연 곳은 편의점 4사와 파리바게뜨가 전부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그런 그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고 잡은 인터뷰 장소는 대한상공회의소 커피숍이다. 민감한 주제로 인터뷰 분위기가 다소 무거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친근하게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전해 줬다.

물론 그도 인터뷰 제의를 받고 망설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민감한 시기에 자칫 인터뷰 내용이 왜곡돼 기사화되면 협회도 자신도 그리고 업계도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있었다. “누군가는 자정안과 업계의 정확한 속사정을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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