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대기업과 중기 사이, 중견기업의 활로는? :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인터뷰]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중견기업, 법률 리스크 미리 대비해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조세부담 등으로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견기업들에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처방전은 무엇일까.

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에서 상속·증여('상증')에 대한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각종 법률 리스크에 대한 조기 대응을 꼽았다.

소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율촌 상속·증여팀(이하 상증팀)은 2009년 당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해 국내 최초의 가업승계 안내서를 집필했다.

현재 중견기업연합회의 협력기관으로 선정돼 파트너쉽을 맺고, 명문장수기업센터의 자문법인으로 선정, 컨철팅을 제공하고 있다.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책뿐 아니라 업무, 세무, 경영전략 등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중견기업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중견기업의 성장 걸림돌로 여겨지는 조세 부담 등은 한국 경제의 묵은 과제입니다. 따라서 해법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2014년 중견기업연합회가 법정 단체로 출범한 이후 업계에서는 중견기업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이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한국 경제의 안정과 활력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였죠.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어떻습니까. 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낀’ 기업처럼 되면서 중견기업은 이도저도 아니게 됐습니다. 중견기업을 위한 대책마저 표류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했는데 역설적으로 고통 받게 된 상황이죠.”

-왜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요.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사실 기업 탓이 가장 큽니다. 반복된 기업 총수 일가들의 갑질이나 기업의 불공정 거래 등으로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국회나 정부가 (기업 성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크게 힘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을 선악 구도로 보는 대립적 프레임에 우리 사회가 갇혀 있게 된 것이죠.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제는 기업의 가치와 애로 사항을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들의 먹거리나 복지 등 가치에 대한 문제들이 기업의 경영활동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조인의 시각에서 중견기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무엇인가요.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업을 이어받을 2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대인 창업 1세대들은 기업가 정신을 안고 기업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기업 경영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이미 부를 얻은 2세대가 선뜻 기업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현금을 물려받길 원하지 가업 승계를 원하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승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매각하는 게 현실이죠. 고용 유지 및 업종 유지 등 사후 관리 요건이 아주 엄격하기 때문에 상속 후 추징 당할 수도 있고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대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창업 2세대가 (조세의 덫에 걸린) ‘함정 세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겁니다.”

-이렇게 ‘낀’ 중견기업에도 해결책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견기업의 경영 환경에서 ‘법률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는 점입니다. 그간의 상식과 관행에 따라 경영하다가는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규제와 법률에 낭패를 볼 수 있어요. 이미 벌어지고 난 다음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습니다. 법률 리스크는 예방과 점검이 중요하죠. 실제 가업 승계에 성공한 중견기업을 보면 관련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가업 승계를 진행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법률적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업에 모든 부담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기업 환경은 나날이 조세나 노사 갈등, 인수·합병(M&A), 통상 문제 등에서 법률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아직까지는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중견기업연합회와 여러 전문가 단체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