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7년 성적표]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조2596억 증가
10대 건설사 ‘주택사업’ 돋보인 2017년
(사진) 삼성물산이 서울 문정동에서 9월 문을 연 '래미안강남포레스트(구 개포시영)'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1960년대까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가난해서 다른 나라에 손을 벌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정보기술(IT) 등 수많은 산업이 성장하며 국가 경제를 이끌었지만 경제성장의 초석을 다진 것은 건설 산업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불모지에 건물과 도로를 건설하고 나라에 돈이 없을 때는 해외에 나가 외화를 벌어 왔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도 했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간의 ‘욤 키푸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세계경제는 제1차 석유파동에 휩싸여 불황에 허덕였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폭등은 국제수지를 악화시켰다.

세계 각국의 긴축재정 여파로 한국의 생산과 수출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때 국내 건설사들은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중동에 진출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계속한 국내 건설사들은 내성까지 단단해졌다. 특히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내)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 등의 파고를 넘기며 불황기 속 생존 전략을 터득했다.

최근 수년간 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의 경제 여건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 매년 다음 해 건설 산업이 어렵다는 전망 속에도 약진을 거듭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건설 산업 경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삼성물산(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SK건설 등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순위 순)들은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10대 건설사 ‘주택사업’ 돋보인 2017년
◆ 대우·대림·GS 등 5개사 외형 성장

10대 건설사들은 올 들어 3분기까지 67조8856억원의 매출을 합작했다. 전년 동기 매출 63조6260억원보다 4조2596억원 증가했다.

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등 5개 사가 지난해에 비해 외형 성장했고 삼성물산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현대건설(종속기업으로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순위 7위인 현대엔지니어링 포함)과 포스코건설·SK건설 등 3개 사는 몸집이 줄었다.

외형 흐름을 가른 기준은 주택 사업 비율이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에 다가올 국내 주택 경기 둔화가 이들 건설사의 실적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수주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건설사로서는 어찌 됐든 올해를 잘 넘긴 셈이다. 건설 산업의 위기는 올해도 제기됐던 상황이다.

외형 성장한 5개 사의 1~3분기 연결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시평 3위인 대우건설이 누적 매출 8조8522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목표인 11조4000억원의 78% 수준이다. 누적 매출은 주택이 3조12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건축 1조8031억원, 플랜트 8417억원, 토목 7968억원 순이었다. 주택뿐만 아니라 건축·플랜트에서도 고루 매출을 늘렸다. 다만 토목과 해외 매출은 감소했다.

시평 순위 4위인 대림산업(건설계열)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 대림산업 내 건설부문과 사우디아라비아현지법인(DSA)·삼호·고려개발 및 건자재 계열사 대림C&S까지 합친 매출로 총 8조3464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율은 16.5%다. 대림산업 외형 성장 역시 주택 사업 매출이 전년보다 55.9% 늘어난 효과가 컸다.

GS건설도 작년 1~3분기보다 7.5% 많은 8조5156억원 매출을 거뒀다. 아파트 공급 사업에 집중한 결과가 매출로 연결됐다. 주택을 포함한 건축 매출은 작년보다 43.8% 늘어난 4조8260억원으로 전체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플랜트 매출은 2조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했다.

시평 순위 8위인 현대산업개발도 작년보다 14.7% 많은 3조84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택 사업 비율이 80% 정도여서 1~2년 전 착공한 대규모 주택 사업에서 매출을 쌓았다.

시평 순위 막내(10위)인 롯데건설은 주택 시장의 호황으로 급성장했다. 3분기까지 롯데건설의 매출액은 3조88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연초부터 재건축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며 민간 도급 건축 공사 시공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61.7% 증가한 게 주효했다.

시평 순위 1위 삼성물산은 3분기까지 작년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9조원의 매출을 냈다. 2분기 말까지는 작년보다 소폭 외형이 줄었지만 3분기 계열사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와 주택 사업 등 프로젝트 매출로 이를 만회했다.

공종별로 작년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수주 물량이 풍부한 빌딩사업부 매출만 늘었고 플랜트·주택 등 나머지는 줄었다. 삼성물산 역시 국내 물량이 늘고 해외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연결종속법인인 시평 순위 7위인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올해 12조5906억원을 합작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 해외 사업이 부진했다. 작년 1~3분기 해외 매출은 7조3587억원이었지만 올해는 5조4311억원으로 26.2%나 줄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매출이 작년 6조1555억원에서 7조1595억원으로 16% 늘었다. 해외 매출 비율은 작년 1~3분기 54.5%였지만 올해는 43.1%로 낮아졌다. 포스코도 매출이 줄었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 5조11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SK건설도 해외 실적 부진으로 고배를 마셨다. 3분기까지 플랜트 수출 실적이 예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시평 순위 10위권 내의 건설사들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총 3조40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57% 늘어난 규모로, 대부분 건설사들의 이익이 늘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이다.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 7915억원이다.

4분기 영업이익을 약 2100억원만 넘기면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1조원 클럽’ 가입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1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807억원보다 약간 늘었다.

◆ 영업이익 작년 동기 대비 57% 늘어

대우건설은 주택부문에서 성과를 내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대 건설사 중 2위를 차지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3006억원보다 93.2%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작년 대규모 부실을 털어낸 후 올 상반기 47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위는 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 사업 호조가 지속되면서 2년 연속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합산했을 때 영업이익은 453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3888억원보다 16.7% 많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에도 한 해 51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최대 기록(4027억원)을 경신했다.

4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삼성물산은 작년 1분기 호주 로이힐 등 해외 프로젝트 손실 등으로 4000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34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작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 1440억원보다 342.4%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20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9%(330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 5위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건설사업부 실적 호조로 올 3분기까지 338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5.3% 늘었다. 3분기 건설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12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4.1% 기록했다. 플랜트사업과 DSA가 1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6위는 시평 순위 10위 롯데건설이 차지했다.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31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7.1% 증가했다.

7위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2161억원으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같은 기간 902억원보다 139.6% 늘었다.

반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SK건설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올 3분기까지 거둔 영업이익은 1340억원이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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