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8년 건설 산업 전망]
2018년 건설산업, 신규분양·해외사업 불투명…SOC 확충 ‘정책적 결단’ 필요
주택·SOC·해외…“모든 게 다 어렵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내년 사업 계획이요? 아직 못 세웠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너무 불안정하다 보니…. 차라리 2018년이 안 왔으면 좋겠네요.” 한 중견 건설사의 사업 전략담당 임원이 기자와 만나 털어놓은 푸념이다.

올해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많은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주택 시장 규제와 수년째 줄어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저유가에 따른 해외 건설 수주 감소 등의 겹친 악재에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 수주 규모는 130조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147조원)에 비해 10% 정도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주택 부문의 위축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시장은 올해 62조원 규모였지만 내년에는 50조원 수준에 머무르며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주택 시장의 냉각 현상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10월 전국의 주택 매매는 6만3210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41.8%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서울 역시 10월 주택 매매가 8561건에 머무르며 2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SOC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내년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올해 SOC 예산(22조1000억원)에 비해 20% 정도 줄어든 규모다. 대한건설협회 등이 예산 증액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2015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은 매출과 이익의 대부분을 국내 주택·건축 부문에 의존해 왔다. 때마침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최근 2년간 건설업 경기는 활황이었다.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2015년 1%포인트에서 지난해 1.6%포인트로 늘어났다. 지난해 경제성장률(2.8%)의 60%를 건설투자로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건설업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건설업이 국가 경제를 지탱했던 것은 분명하다.
주택·SOC·해외…“모든 게 다 어렵다”
◆ 각종 규제책으로 줄어드는 건설투자

하지만 올해부터 건설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0.3%로, 1분기(6.8%)의 2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까지 쏟아지면서 건설투자 규모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 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9월 전국 아파트 매매는 5만4953건을 기록해 전월(6만4300건)보다 14.5% 감소했다.

서울시만 보면 이런 ‘거래 절벽’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는 8월만 해도 1만4751건을 기록했지만 9월과 10월 각각 8343건과 3809건으로 줄었다.

거래 전망도 좋지 않다. 10·24 가계 부채 종합 대책으로 수요자의 총대출액이 줄어들 수 있는 데다 앞으로 시장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매수 대기자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 청약 시장도 서울을 제외하면 분위기가 좋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4420가구로 전달보다 2.4% 늘었다. 여러모로 건설사가 주택·건축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 대비 15.0% 감소, 133조원으로 예측됐다. 133조원은 2014년(107조5000억원) 이후 4년 내 최저치다.

각종 규제책으로 위축된 수요와 달리 내년에 대폭 늘어나는 공급도 건설업계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4만 가구로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 10년간 입주 물량이 연평균 24만5000가구인 것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정도로 급증하는 셈이다. 특히 경기 지역은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화불량 현상이 인근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주택 사업이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비주택 분야에서 손실을 채워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정부가 예산안에 포함한 SOC 예산은 올해보다 20%(4조4000억원) 줄어든 17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 줄어드는 SOC 예산, ‘경제 활성화 저해 우려’

내년 건설 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SOC 예산까지 대폭 삭감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오죽하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간 건설사 대표들이 건설 경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년 SOC 예산을 배려해 달라는 읍소까지 하고 있다.

10월 31일 국토교통부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는 “해외 수주 규모는 물론 인프라 사업 역시 글로벌 경쟁 심화로 내년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주택 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의원들께서 SOC 사업 예산 배정 시 배려해 주시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대림산업 역시 올해 해외 수주 비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며 건설 경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는 “과거 해외 수주가 한창일 때 700억 달러(78조225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250억 달러(27조9375억원) 규모로 줄었다”며 “30여 년간 조직에 몸담아 오면서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OC 예산 축소는 건설사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많은 건설 단체들은 서민 일자리 감소 및 경제 활성화 저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 토론회 개최, 건설 단체장 합동 긴급 기자회견 등을 통해 SOC 투자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SOC 예산 확대를 정부·국회에 지속 건의하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 등 9개 건설 단체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들에게 호소문을 제출하며 SOC 예산 증액을 촉구하기도 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SOC 투자가 국민 복지, 일자리 및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전문 기관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난 바 있다”면서 “SOC 투자야말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정부의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건설 산업은 전통적으로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를 보면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의 수요 창출 시 고용 인원)는 13.8명으로, 제조업(8.6명)의 1.6배에 달한다.

생산유발계수(최종 수요가 1단위 증가했을 때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산출액)는 2.225로, 제조업(2.110)을 웃돈다.
주택·SOC·해외…“모든 게 다 어렵다”
◆ 해외 업체 공세에 밀리는 해외 수주

이 때문에 실질적인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10% 위축되면 26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건설투자 중 SOC 부문 비율은 33%에 이른다. 당시 정부 SOC 예산은 26조1000억원으로, 전체 건설투자의 12.6%를 차지했다. 정부가 SOC 예산 20%를 삭감함으로써 건설투자가 2.5% 줄고 665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감이 없는 사업은 인원 구조조정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그동안 주택 사업이 괜찮아 해외나 토목 부문 인원을 주택으로 돌려 왔지만 이런 방식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토목 쪽은 지금까지도 인원을 지속적으로 줄여 왔지만 국내 SOC 사업이 더 줄면 현재 수준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수주 역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은 총 226억2025만 달러로 작년 동기(233억1163만 달러)보다 3% 감소했다.

지난해는 281억9231만 달러로 2006년(164억6816만 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해외 건설 수주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올해 3월 각각 19억 달러와 32억8700만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플랜트 수주에 성공하며 수주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적은 기대 이하다.

현재까지 중동지역 수주 금액은 105억1394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노다지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됐던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다시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적신호가 켜진 영향이 크다.

연내 우리 건설사의 추가 계약이 유력한 사업장은 대우건설의 인도 뭄바이 해상 교량 2공구 공사(8억6341만 달러)와 8월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수주 통지서를 받은 오만 두쿰 정유 설비 공사 패키지 1, 2 현장(양 사 19억6250만 달러) 정도다.

두 프로젝트의 공사 금액 28억2600여 달러를 합해도 올해 수주 총액은 300억 달러에 못 미친다.

외부 환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유가에 호되게 당한 중동 산유국들이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발주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한국 업체들이 유럽·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 한국 건설사들이 그랬듯이 최근에는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예정 공사비의 20~30% 이하로 공격적인 수주를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 기업들은 지난 3~4년간 해외 저가 수주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이후 보수적으로 가격을 써내다 보니 해외 업체의 저가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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