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LG그룹]
-3년간 총 57명…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명예훈장 수여
LG "의인상으로 우리 사회 영웅 찾다"
(사진) 호수에 빠진 여성을 구해 최연소 의인상 수상자가 된 강원체육고 3학년 김지수·성준용·최태준 군. /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 11월 1일,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서 차량 1대가 탑승자를 태운 채 추락했다. 차는 무게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물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운전자는 겨우 차 밖으로 빠져 나왔지만 차량 창문에 걸려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호수 방죽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섣불리 차갑고 깊은 물속에 들어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근처에서 체력 운동을 하던 3명의 고교생이 다급한 비명 소리에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여성을 보고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 채비를 했다. “괜찮아요. 우리는 수영 선수입니다.” 만류하던 주변을 안심시킨 뒤 호수로 뛰어든 세 학생은 20m를 빠른 속도로 헤엄쳐 물에 빠진 여성을 침착하게 구조했다. 1분 만에 별다른 부상 없이 구조된 여성은 안전하게 이송됐다.

“위험한 상황에서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우리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물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자신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한 이 세 영웅은 성준용·최태준·김지수 강원체육고 수영·수구부 학생이다. 그리고 ‘LG의인상’의 최연소 수상자들이다.

◆구본무 회장 뜻 반영한 LG의인상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법. LG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확인해 준 의인을 찾아 격려와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있다.

LG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복지재단(대표이사 구본무)에서 수여하고 있다. 의인 선정에도 구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2015년 9월 첫 ‘LG의인상’을 수여한 이후 2015년 3명, 2016년 25명, 2017년 29명 등 현재까지 총 57명의 의인에게 의인상을 전달했다.

LG의인상에 시끌벅적한 시상식은 따로 없다. LG복지재단이 수여자의 생업 현장 혹은 관할 경찰서에서 조용하게 표창과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치료가 필요하거나 급박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과정을 1주일 내에 신속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의인상을 받은 57명 중 25명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제복 의인’이다. 지금까지 해양경찰 10명, 군인 6명, 소방관 5명, 경찰 4명 등이 수상했다.

LG의인상 첫 수상자는 고(故) 정연승 특전사(특수전사령부) 상사다. 2015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LG는 정 상사의 희생을 기리고 유가족에게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정 상사는 열정적이고 부대원들의 귀감이 되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도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을 찾아 봉사 활동을 하고 결식아동과 소년소녀 가장을 후원하는 등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주저 없이 실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척 해안로 공사 현장에서 고립된 노동자 4명을 구하고 파도에 휩쓸려 순직한 고 박권병 경장과 고 김형욱 경위가, 올해 9월에는 강원도 강릉시 소재 문화재급 목조 건물인 석란정 화재 진압 중 지붕이 무너져 내려 순직한 고 이영욱 소방위와 고 이호현 소방사가 사람들 기억 속에 의인으로 남았다. LG는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의인상을 수여했다.

이 밖에 신장암 수술 2주 만에 화재 건물 3층에서 떨어지는 아이 2명을 맨손으로 받아낸 정인근 소방관을 비롯해 많은 의인들이 자신의 몸보다 타인의 생명을 더 귀중히 여기는 의인의 면모를 보여줘 세상에 귀감이 됐다.
LG "의인상으로 우리 사회 영웅 찾다"
(사진) LG하우시스는 2016년부터 독립을 위한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서재필기념관, 매헌(梅軒) 윤봉길 의사 매헌기념관, 우당(友黨) 이회영 선생 우당기념관 재개관을 위한 시설 개선을 지원했다. / (주)LG 제공

◆영웅은 가까이에 있다

길을 가다가 위험한 이웃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배트맨’이나 ‘슈퍼맨’같은 히어로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조업 중 생계가 걸린 그물을 끊고 달려가 조난 선원을 구조한 선장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의 의로운 행동이 LG의인상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지고 있다.

LG의인상 중 외국인 수상자도 있다. 스리랑카에서 온 노동자 니말 씨다. 2017년 2월 경북 군위군 주택 화재 현장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90대 할머니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자 니말 씨는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해 냈다.

이 과정에서 니말 씨는 얼굴과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3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LG복지재단은 의인상과 치료비를 포함한 상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 니말 씨가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불법 체류 신분이 드러나면서 치료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치료 비자 발급을 돕고 2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2017년 6월 26일 서울 역삼역 인근 도로에서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제압해 피해자의 생명을 구한 김부용·김용수 씨에게도 ‘LG의인상’과 상금을 전달했다. 김부용 씨는 올해 80세로 수상자 중 최고령자다.

LG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다시 기부하는 등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의로움을 이어 가고 있다.

2016년 10월 전남 여수에서 선원 6명을 구해 LG의인상을 수상한 여수해경 122구조대 소속 신승용 구조대장 등 해경 5명. 이들은 해양경찰 유가족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인 ‘해성장학회’와 지역 사회복지관, 유니세프 등 평소 본인들이 후원하던 단체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서울역에서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응급처치로 구조한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반휘민 중위도 상금을 노숙자 보호 시설인 경기 성남 ‘안나의 집’에 전액 기부했다.

물속에 빠진 여성을 발견하고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어 여성을 구조한 이태걸 경사, 불길 속에 갇힌 90대 할머니를 구조한 박종우 경사, 주택가 화재 현장에서 본인의 크레인으로 화마 속 베란다에 갇힌 일가족 5명을 구한 원만규 씨도 상금을 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올해에도 의인들의 따뜻한 나눔은 계속되고 있다. 2월, 전남 진도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선박에서 탈출해 바다에 빠진 선원 7명을 구조한 김국관 선장은 상금 중 1000만원을 신안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3월에는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에서 주민 구조 중 크게 다친 소방관 최길수 씨는 신혼여행을 가는 대신 모교인 계명대에 상금 중 50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같은 달 제주도 민박집 화재 현장에서 투숙객 7명의 생명을 구한 UDT대원 신상룡·임도혁·이정수 하사는 상금 중 1000만원을 바다사랑해군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올해 3월 경기 용인시에서 불길이 치솟던 이웃 철물점으로 들어가 쓰러져 있던 남성을 구조한 장순복 씨는 용인 구성초교 오케스트라 창단을 위해 상금을 썼다.

장 씨는 평소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이 공연할 기회가 마땅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중 ‘LG의인상’을 수상하게 돼 상금을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LG "의인상으로 우리 사회 영웅 찾다"
◆독립운동가 지원도 꾸준

LG는 ‘LG의인상’ 외에도 살신성인의 자세와 투철한 책임감으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된 의인들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구본무 회장은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 총기 사고로 숨진 이 모 상병의 유가족에게 사재로 위로금 1억원을 전달했다.

구 회장은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숨진 병사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버지의 깊은 배려심과 의로운 마음을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전달 취지를 밝혔다.

2015년 8월에는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2명의 군 장병에게 치료비를 위해 각각 5억원씩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2014년 7월에는 진도 팽목항 세월호 사고 현장의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유가족에게 1억원씩 총 5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앞서 2013년에는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인천 강화경찰서 소속 고 정옥성 경감 유가족에게 5억원의 위로금과 자녀 3명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구 회장은 LG 최고경영진과 버스를 타고 천안의 LG전자 협력 회사를 방문하던 길에 영결식이 진행된 정 경감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함께 있던 최고경영자(CEO)들과 논의해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LG는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으로 시작된 LG의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해 LG의 사업 역량을 활용한 유공자 지원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구인회 LG 창업회장은 1942년 중경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1만원을 희사했다. 구 창업회장은 ‘나라를 되찾고 겨레를 살리자는 구국의 청에 힘을 보태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 위험을 감수하고 결정했다.

앞서 구 창업회장의 부친 춘강 구재서 공 역시 ‘일정’ 구여순 선생을 통해 당시 상하이 임시정부에 5000원의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LG하우시스는 LG의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 받아 2015년 충칭 임시정부 청사 및 서재필 기념관 등 개·보수 사업에 이어 지난해부터 ‘독립 유공자 주거 환경 개선’ 지원 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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