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54호 (2018년 01월 10일)

전매제한 풀리는 판교로 '큰손'이 몰린다

[커버 스토리=‘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2019년 전매제한 풀려 ‘錢의 전쟁’ 본격화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전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판교가 될 거예요. 그것이 매매 시장이 됐든 임대 시장이 됐든 마찬가지예요.” 국내 부동산 투자 자문사의 A 씨는 판교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천당 옆 분당’, ‘그 분당의 동생’ 판교에 대형 호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큰손이 다시금 판교를 주목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통 큰 베팅

2017년 12월 11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판교에 ‘통 큰 베팅’을 결정했다. 총사업비가 5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공모형 복합 개발 사업 ‘판교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에 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알파돔시티의 6-1, 6-2블록 부지를 사들여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박현주 회장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의 요람을 조성할 것”이라며 “금융이 투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10여 일 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추가 인수 소식이 전해졌다.

알파돔시티 6-3블록 빌딩 소유주인 지방행정공제회가 이 빌딩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한 것. 인수 대금은 4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박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이 거액을 투자한 알파돔시티가 자리한 곳은 판교신도시에서도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총면적 922만㎡(280만 평)의 판교신도시는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크게 4구역으로 나뉘는데 △신분당선 판교역 주변의 중심상업지역 △중심상업지역의 북쪽에 자리한 제1테크노밸리 △제1테크노밸리의 북쪽 부지에 조성되는 제2테크노밸리 △제2테크노밸리에 인접한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다.

이 중 미래에셋을 비롯해 국내외 자산 운용사 등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구역이 바로 판교역 주변의 중심상업지역이다. 전매 제한에 묶인 제1~3 테크노밸리와 달리 자유롭게 매매와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곧이어 6-4블록의 주인도 정해졌다. 2017년 12월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첫 공모 상장 리츠 사업의 민간 사업자로 신한금융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

LH는 판교 공모 상장 리츠 사업을 수행할 민간 사업자로 신한리츠운용과 신한금융투자 등 신한금융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코람코자산신탁·마스턴투자운용·JR투자운용 등 굵직굵직한 큰손들과의 4파전에서 승을 거둔 것이다.

싱가포르계 큰손도 일찌감치 판교에 주목했다.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소유로 알려진 싱가포르계 ARA애셋매니지먼트의 한국 지사인 ARA코리아는 2017년 1월 24일 판교 내 업무용 빌딩인 알파리움타워 1, 2동을 알파돔시티 외 4개 사로부터 매입해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인수가는 5300억원대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도 판교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인 금약그룹은 제2테크노밸리에 800억원을 투자한다. 금약그룹은 경기도시공사가 제2테크노밸리에 조성하는 글로벌 비즈센터 3개 동 가운데 1개 동을 분양받아 10층 규모의 ‘한중 첨단산업 비즈니스센터(가칭)’를 건립하기로 했다.

판교를 둘러싼 투자 열기는 분당권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16년 분당권역의 오피스 빌딩 매매 사례는 단 2건에 그쳤지만 2017년 분기당 1건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작년 3분기에만 한국가스공사 본사(HTDNC)와 분당스퀘어(코람코자산운용)·분당M타워(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등이 국내외 자산 운용사의 품에 안겼다.    


판교 투자는 2019년 이후 본격화 

부동산 컨설팅사는 국내외 부동산 큰손들이 판교로 몰려드는 요인 중 하나로 ‘0%’에 가까운 공실률을 꼽는다.

신영에셋이 최근 발표한 ‘2017년 4분기 오피스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이외 판교를 포함한 분당권역(BBD)의 공실률은 2.2%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1.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당권역의 공실률은 판교의 초과 임차 수요를 등에 업고 매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분당권역의 공실률은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권역 중에서도 ‘사상 최저’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 도심권역(CBD)과 테헤란로 및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역(GBD)의 공실률은 각각 8.6%, 7.4%다. 여의도와 마포구 일대인 여의도권역(YBD)의 공실률은 10.1%로 분당권역 공실률의 4~5배에 가깝다.

직주근접의 입지도 판교로 수요가 몰리는 이유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중심상업지구와 제1테크노밸리가 자리한 판교신도시 삼평동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3.3㎡ 기준으로 2016년 말 2335만원에서 2017년 말 2592만원으로 1년 새 11.01% 뛰었다.

제3테크노밸리가 자리할 금토동 일대 역시 2016년 말 3.3㎡당 1611만원에서 2017년 말 1819만원으로 1년 사이 12.91% 증가했다. 제2, 3테크노밸리 조성과 대기업의 알파돔시티 투자 등의 호재가 매매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업무 지역이 추가적으로 확대된다면 주변 아파트 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 책임연구원은 다만 “추가 업무 지역으로의 교통망 개선도 함께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거래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큰손들이 군침을 흘리는 지역은 중심상업지역 북쪽에 자리한 ‘제1테크노밸리’다. 2019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제1테크노밸리에 10년간 묶였던 전매 제한 기간이 풀리는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IT 기업이 밀집한 제1테크노밸리 오피스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곳의 1호 입주 기업이 2009년 5월 들어선 한국파스퇴르연구소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2019년 이후 순차적으로 매물이 풀리게 될 것”이라며 “단, 초기(2009~2010년) 공급 물량은 일부이고 이 역시 사옥으로 사용하는 입주 기업들이 많아 매각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공급이 집중된 시기가 2011년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이후에 차익 실현 매물이 보다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poof34@hankyung.com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판’이 커진다
-입주기업 4년 새 두 배…매출액 합계 77조
-미래에셋·신한 이어 해외 자본 ‘각축’
-판교, 오피스시장 ‘4大 권역’으로 부상
-7만명 출근 전쟁에 주차난 ‘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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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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